습 없애고 열 내려야 병이 없다 - 알게 모르게 쌓여 만병을 부르는 습열
쿵판시앙 지음, 정주은 옮김, 오수석 감수 / 비타북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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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중의학 내과 전문가이자 베이징 4대 명인의 제자인 쿵판시앙이 습열에 의한 건강 악화를 규명하고 건강 증진법을 소개한 책이다. 중의학이란 단어가 처음엔 어색했지만 책 내용을 보니 한의학과 비슷한 부분이 많아 친근하게 읽을 수 있었다. 

습열이란 무겁고 축축하고 끈적한 성질이다. 저자는 
습열의 개념을 적용하여 해로운 기운이 외부에서 몸 안으로 침입해 각종 조직과 장기에 침체되고 다양한 질병을 일으킨다고 주장한다.




몸 안에 필요 이상의 습열이 축적되어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몇 가지 증상이 있다. 혀, 배변활동, 변의 상태, 과체중 등을 보아 진단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런 부분들이 정상적으로 기능하지 않아 불편을 호소하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습열 때문이란 처방을 내려왔다.


습열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키면 고혈압, 고지혈증, 당뇨, 지방간, 만성 피로 등의 주요 성인병을 일으킨다고 한다. 저자는 환자 사례를 소개하며 비장, 위장, 대장, 폐, 심장, 간, 방광 등의 각 장기에서 습열이 일으키는 문제를 소개한다. 그리고 중국 중의학 문서와 임상 경험을 토대로 각 장기의 기능을 개선할 수 있는 식이요법과 경락 마사지법을 소개한다. 주로 언급되는 음식은 팥, 녹두, 좁쌀, 율무, 곽향박하차 등이다. 특정 장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만한 내용들이었다. 

소식하기, 지방 섭취 줄이고 단백질 먹기, 일찍 자기, 걷기 운동하기 등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일반적인 생활 습관들도 실려 있어 조금 식상한 면도 있었다. 그래도 다른 책과 구분되는 부분은 중국식 기공법을 소개하고 있단 점이다. 숨을 내쉴 때 후, 시, 쓰, 커, 쉬, 취의 중국 발음을 하는 호흡운동인데 장기 별로 다른 발음을 적용하고 있다. 진짜라면 원리가 뭔지 궁금하다.



아쉬운 건 습열이 인체에 침체돼 질병을 일으키는 기전을 명확히 제시하지 않고 있단 점이었다. 예를 들어 A가 B의 원인이다 라는 주장을 할 땐 A가 B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최선의 과학적 증거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 책은 "습열이 XX에 축적돼 XX 질환이 발생한다" 라는 단순한 구조의 주장을 반복한다. 습열이란 개념의 설명과 질병 원인 규명 과정이 아쉽다.
또 저자가 본 환자들이 치료를 통해 어떤 차도를 보였는지 그 후기도 더 많이 실려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각 장기별로 유해한 기운을 내보내고 몸의 순환을 좋게 하기 위해 저자가 제시하는 경락 마사지, 운동, 식이요법 등이 어떤 효과를 보였는지 알고 나면 그런 방법들을 실천하고 싶은 마음도 더 커질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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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아키의 해체 원인 스토리콜렉터 31
니시자와 야스히코 지음, 이하윤 옮김 / 북로드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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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정이 트릭의 구조를 파헤치는 과정을 구분 지을 때, 사건 정황에 따라 트릭을 유추하는지 아니면 인물 감정선에 따라 유추하는지로 구분지을 수가 있다.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후자에 해당한다. 주인공 치아키는 평범한 청년인데 단순히 취미처럼 매스컴에 보도된 토막 살인사건에 대해 가설을 세운다. 치아키의 독특한 취미(?) 때문에 주변 동료들은 그를 탐정처럼 여기며 다양한 토막 살인사건을 그에게 들려주고 가설을 들려달라고 한다.



첫 장 <제 1인 해체 신속>에서 치아키가 토막(해체)의 원인 그 자체에 주목하고 있다는 게 확연히 드러난다. 범인이 이미 잡혀 사건이 종결된 시점에서 치아키는 "구태여 시체를 해체해야했던 이유가 뭘까"하고 호기심을 보인다. 토막을 내는 이유로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것이 '운반의 용이성'이다. 하지만 만약 <치아키의 해체 원인>에 나오는 수 많은 토막 살인 사건들이 다 시체 운반을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면 이 소설은 <해체 원인>이란 제목을 붙일 이유도 없었을 거다. 일반사람들이라면 생각하지 못할 지극히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원인을 찾기 위해 치아키는 가설을 세운다. 토막을 낼 수 밖에 없는 기상천외한 이유에 대해서. 이제까지의 소설들이 하나의 토막살인을 놓고 토막의 원인을 밝히려고 했다면 <치아키의 해체 원인>은 "자, 왜 토막냈게요?" 하는 퀴즈의 향연이란 느낌이다. 기발하고 재미있다. (규칙위반이 한 번 나오긴 해도). 

인상적인 건 작가가 살인범의 심리상태를 지적하고 있는 부분이다. "범죄를 저지를 때, 인간은 그 누구도 평범하지 않습니다. 그럴 때 기묘한 공포에 사로잡힌다고 해도, 그건 정신이상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심리 과정이라고 할 수 있죠.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다는 건 바로 그런 뜻입니다. 극한 상황에 빠졌을 때, 평범한 신경이 체험하는 비일상성이라고 할까요. (page 286)"  엽기적 살인행위를 벌인 사람은 정신이상자 싸이코패스일 거라는 잘못된 선입견을 꼬집는 이 대사는 <치아키의 해체 원인>의 주제를 꿰뚫는다. 주인공 치아키는 범인의 동기를 파헤치면서 이를 보여주는 역할이다. 

편집 과정은 두서가 없기 때문에 읽는 데 불편한 감이 없지 않다. 1장부터 8장까지 옴니버스 형식으로 살인 단편극이 나오는데, 처음엔 치아키의 탐정노트인가 싶었건만 각 단편마다 등장인물이 다 다르고, 그 와중에 이름은 또 비슷해서 헷갈리게 하는 요소가 많다. 그러다가 제 8장에서 희곡이 나올 때는 이 소설의 정체성이 의심스러워진다. 각 단편에 나오는 토막 살인사건들도 어딘가 묘하게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도록 장치 되어 있어, 다음 장을 읽을 때 영향을 준다. 결국 마지막 장 <최종인 해체 순로>에 가서야 <치아키의 해체 원인>의 세계가 분명해진다. 그리고 중간에 뜬금없이 끼어있던 희곡의 역할도 분명해진다. 깨나 애먹이는 소설인데, 마지막까지 읽지 않았다면 노력도 보상받지 못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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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2인자들 - 그들은 어떻게 권력자가 되었는가
조민기 지음 / 책비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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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2인자들의 치열한 정치 인생 조명


「조선의 2인자들」은 조선시대에 치열한 생존경쟁을 통해 왕좌에 앉은 2인자, 또는 하급 관리에서 시작해서 왕의 최측근 자리까지 오른 야심가 등의 정치일생을 집중 조명한 책이다. 각 인물의 인품이나 야심에 대한 평가가 그 인물에 대한 이해를 돕고, 기복이 심한 권력 구조를 생동감 있게 그려내고 있다. 단지 해설에 치중하지 않고 역사적 사건의 장면을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그려내고 있어 지루함을 타파한 책이다.


눈을 즐겁게 하는 내용물


표지부터 역동적인 이 책. 표지만이 아니라 책 안에도 다양한 인물화가 실려있다. 그림은 신영훈 화가가 담당했다. 수묵으로 채색한 인물화를 그리는 얼마 안 되는 화가라고 들었다. 서사 문학과 전통적인 이미지가 만나 멋진 콜라보를 완성시켰다.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글자 만이 아니라 그림을 통해서도 만족감을 얻을 수 있을 듯. 그림만이 아니라 표나 그래프도 다양하게 싣고 있어 이야기를 한 번씩 정리해주고 있는 점도 인상적이다.


하나의 사건, 다양한 인물


이 책에서 가장 특이한 점은 '인물' 그 자체를 소재로 삼아 이야길 끌어간다는 점이다. 이 책의 목적은 역사적인 사건의 의의를 돌아보기보다는 2인자 인물들이 인생을 사는 법을 들여다보고 우리네 삶과 비교해보는 데 있다. 과거 조선시대 정권의 물고 뜯는 관계를 보며 사람을 파악하고 관계해 나가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를 얻을 수가 있는 것. 각 장은 이방원, 정도전, 한명회 등 각 인물의 탄생부터, 인생을 좌우하는 결정적인 만남, 인생의 끝자락까지 소개한다. 이러한 편집 방식은 역사책이 사건을 중심으로 인물들을 한 데 엮어 설명했던 것과는 다른 방식인데, 오히려 역사적 사건을 다양한 시선에서 바라보고 기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같은 사건이라도 다른 사람의 인생 속에서 반복되어 소개되고 있기 때문. 다양한 이해관계를 통해서 사건의 발단, 경위 등을 바라보게 하는 편집 방식이 인상적이다. 


단순한 처세술 자기계발서와는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인물의 인생철학이나 처세술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논하고 있는 책이라고 생각할 수도 없다. 분명 이 책 안에는 역사적 사실이 들어있다. 조선 건국의 의의부터 시작해서 역모, 양위 등 왕권을 둘러싼 사건이 등장하고, 외세와의 정치적 구도도 논의되고 있다. 사건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는 물론 그 사건에서 어떤 부분에 우리가 의문을 제시해야할지도 보여준다. 단순 암기식의 역사책도 아니고, 처세술 관련 자기계발서도 아니다. 역사를 돌이켜 볼 때 '인물'에 초점을 두고 바라보면 또 얼마나 재미있는 결과가 나오는지 몸소 보여주는 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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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 - 음식으로 들여다본 글로벌 정치경제
킴벌리 A. 위어 지음, 문직섭 옮김 / 레디셋고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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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D 강연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상이 Tristram Stuart의 Food scandal 관련 강연이다. 선진국에선 매일 엄청난 양의 농산물 또는 가공 식재료들이 쓰레기통으로 간다. 당장 제삼세계 국가에서는 기아들이 죽어가는데도 선진국에선 필요 이상으로 음식을 선반에 쌓아놓고는 쓰지도 않고 버려버린다. Tristram의 화법이 유난히 설득력이 강해서인지 그 영상은 큰 인상을 남겼고 내 식품 소비 습관을 돌아보게 하였다. 

<알수록 정치적인 음식들>이란 책을 보자마자 Tristram의 TED 강연이 생각났다. 우린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그 맛과 모양에 집중되지, 기아 문제나 국제 정세에 대해선 생각할 겨를이 많지 않다. 밥 먹으며 사람들과 정치 이야길 신나게 해도 막상 입에 넣는 음식과 정치를 연결시켜 생각해 볼 일 조차 거의 없을 것이다. 음식을 통해 정치 구조를 보고, 거대한 시스템에서 소비자가 받는 영향이 뭔지 알아보는 건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결국 시스템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갈 힘은 대중의 솔직한 목소리에서 비롯되기 때문이다.




저자 킴벌리는 국제 식품 유통 시스템의 역사를 돌아보고 기업 활동이 사회, 환경, 시민 웰빙에 미치는 영향을 통찰력있게 소개 한다. 

특정 음식들은 세계 음식 공급 시스템에서 매우 중요하고 특이적인 위치를 차지 한다. 음식이 국제 정세에 영향을 미치게 된 건 유럽에 향신료가 유입된 것이 계기이다. 유럽은 향신료 생산 국가를 찾아 탐험을 떠나고 식민지 건설을 통해 새로운 세계 질서를 확립해 나갔다. 향신료 거래 때문에 화폐 경제와 국제 금융거래 시스템도 발판을 마련했다. 식민지가 해방되고 향신료가 전 세계에 넘치도록 보급된 지금도 이분되어 버린 국제 역학 구조엔 변함이 없다.

신자유주의 시장 체계에서 거대 식품 기업들은 가장 적은 생산비용으로 식품을 생산하려고 한다. 거대국제기업은 노동력이 싼 후진국에서 작물을 현지인지 직접 재배하도록 한다. 이런 국제적인 기업 운영은 해당 후진국 지역에 다양한 문제를 일으킨다. 아동 노동 착취 문제가 발생하고, 현지의 비옥한 토양은 자국민이 소비할 식품이 아니라 해외 수출 식품 생산을 위해 소모되어 버린다. 또한 수출 의존도가 높아 경제적 자립을 좀처럼 이룰 수가 없다. 

이런 윤리적 문제 때문에 공정무역이 생겨나기도 했지만 여전히 노동자들의 인권이 실질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더 노력이 필요하다. 공정무역과 인권신장을 주장하는 관계자들은 더 많은 사람들이 공정무역에 관심을 가지고 공정무역품을 구입 하기를 촉구한다. 

마지막으로 지나친 어획으로 인한 생태계 파괴 문제가 지적된다
특히 일본인들의 스시 사랑에 의해 국제 생선 거래를 증가하면서 먼 유럽 해양의 어류가 고갈될 지경이다. 서양에서도 스시 소비가 보편화 되면서 남획 문제는 더욱 심해지고 있다. 양식이 대안이 될 거란 긍정적인 전망이 있으나, 여전히 양식산업도 기술적인 결함이 있어 꾸준한 발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책은 음식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음식이 국제 시스템에 의존해 있음을 보여준다. 맛있고 간편한 음식을 소비하고 싶어하는 심리는 자유 시장 경제 시스템의 어두운 측면을 부추긴다. 우리의 기호와 기업들의 행동이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고, 그때문에 불필요한 생산과 낭비가 이어진다. 인권 착취와 경제 불균형 구조도 더욱 악화된다. 책을 읽고 나면 사람과 환경에 대해 더 윤리적으로 생각해보게 된다. 
공정무역 제품을 소비하는 것도 좋고, 환경 보호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아는 만큼 달라보이고, 주장하고 싶은 것도 달라진다. 알고 먹는다는 사조가 유기농 식품 소비성향에 국한될 것이 아니라 국제정세를 바라보는 태도로 이어질 필요가 있다. 음식을 정치적으로 보고 자기 주권을 생각해 보는 계기를 주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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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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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츠 이치의 <ZOO>. 혹시 <GOTH>처럼 옴니버스 연작인 걸까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고 단편들로 엮인 모음집이다. 


총 10개의 단편이 실려있다. 그 중 처음 작품인 「SEVEN ROOMS」가 피 튀기는 고어작품으로서 확실히 각인을 새긴다. 놀라운 상상력과 철학적 질문들이 내세워지는 이야기들은 뭐 그다지 거창한 수식어를 갖다 댈 것도 없이 그냥 "재미있다". 모두 결말이 궁금해지는 이야기들이어서 책장을 빠르게 넘기게 됐다. 단 하나의 문제점은, 심오하고 어두운 주제의식을 이끌어가는 문체가 아마추어 웹작가 수준이라는 것 정도일까. 

다카하시 도시오 교수는 자기 저서에서 "일본 사회와 호러 작품"에 대해 이야기 할 때 언급할 때 오츠 이치의 <ZOO>를 언급했다. 다카하시 도시오는 "일본 종말에 대한 공포의 표출과 해소"를 위해 호러 장르가 붐을 일으키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로테스크하고 고어적인 묘사는 사람의 공포심을 극대화하여 호러를 더욱 호러답게 하는 기법이다. 호러 장르를 이야기 할 때 오츠 이치를 빼놓을 수 없는 건 그 소설에서 엽기적 
살인이 계속 등장하기 때문이다. 그로테스크한 것에 대한 시각적인 묘사마저 더 자세히 기술 되었더라면 그야말로 피말리는 작품이 됐을지 모르겠다. 

작품들을 통해 오츠 이치의 다양한 스타일을 읽을 수가 있다. 「SEVEN ROOMS」, 「신의 말」, 「차가운 숲의 하얀 집」, 「ZOO」에는 어둡고 절망적인 시선이 담겨 있다. 특히 「신의 말」에서는 참회나 후회라는 감정을 갖지 못하는 '진짜 괴물'이 
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어 인상적이다. '파괴자', '절대악'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반면 「양지의 시」, 「카자리와 요코」, 「떨어지는 비행기 안에서」는 인물들이 어두운 시간을 뒤로 하고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그려진다. 「SO-far」는 미스테리한 이야기를 늘어놓는 화자가 마지막에 비밀을 전부 회수하면서 음흉하게 웃음 짓는 구조이다. 「Closet」은 탐정소설 구조를 갖고 있다. 「혈액을 찾아라」도 추리 요소가 있는데, 주인공이 죽음을 앞둔 상황에서 가족들이 기뻐하는 모습은 블랙 코미디가 따로 없다. 죽음에 대해 가장 깊은 인상을 준 건 「양지의 시」였다. 어차피 죽을 것을 왜 태어나 세상의 고통을 알고 죽음에 대한 공포와 상실감을 느껴야만 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인상적이다. 단지 그걸 풀어가는 게 너무 식상하긴 했지만. 

결국 문제는 문체다. 그의 천재적인 상황 설정, 플롯 구성, 심리 묘사와 어긋나지 않을 어휘력과 문체만 갖춰지면 더 좋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츠 이치 팬들의 의견을 생각해 보면, 이제 파격적인 문제작을 또 내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런 면에서 <엠브리오 기담>은 성공적이었다. 차기작,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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