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파일 : 아무도 믿지 마라 Part A 엑스파일
애런 로젠버그 외 지음, 안현주 옮김 / 손안의책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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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파일 '아무도 믿지 마라'>에는 7명의 작가가 모여 각각 하나의 에피소드를 엮은 책으로, 기존의 <X-파일> 드라마나 영화를 보지 않았어도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담겨있다(나도 드라마를 본 적이 없다). 각 에피소드는 미지의 사건을 쫓는 멀더와 스컬리의 모험담을 빠른 필체로 그려낸다. 시간 배경은 1994년, 2015년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는데, 기존 드라마 시리즈에서 '부국장'으로 등장했던 스키너가 국장으로 승진하는 등 신선한 분위기도 풍긴다. 

인상적인 건 모든 에피소드에서 멀더와 스컬리의 성격차가 두드러지게 표현되고 있단 점. 멀더는 외계인, 외계생물, 뱀파이어 등 판타지적인 것들에 대한 신념이 매우 굳건하여 '진짜일지도 모른다'는 마음을 갖고 사건을 추적한다. 반대로 스컬리는 논리와 이성을 중시하는 성격으로, 매 사건을 마주하면서 인간의 사기, 또는 그릇된 믿음에서 비롯된 잘못된 사건이라고 접근한다. 이런 정반대되는 성격을 갖는 두 남녀가 떼려야 뗄 수 없는 파트너 구도를 보여준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한편, 행방불명이 된 멀더를 찾기 위해 스컬리가 위험한 현장에 뛰어드는 에피소드에서는 일반적인 성 역할의 구도를 깨는 스토리라인이 흥미로웠다. 과거 멀더와 스컬리의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거의 없어, 이 둘의 관계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싶은 독자는 아쉬울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더 역자 후기가 간절했다..)

들어가는 글에 실려있는 "우리는 믿고 싶다" 라는 말과, 책의 부제 "아무도 믿지 말라" 라는 상반되는 말은 각 에피소드의 마지막 장면들을 더욱 극적으로 만들어준다. 스컬리는 물론 다른 수사관들로부터 '헛된 믿음'으로 여겨지는 멀더의 추론들이 맞았음을 암시하는 장면들은 멀더의 직관이나 매니아적인 오컬트 지식에 감탄하게 만든다. 반면 긴장 넘치는 난투를 자아낸 미스테리적 존재들이 '거짓'으로 드러날 때는 멀더의 '허탈한 마음'에 공감하게 만들기도 했다. 적절하게 '진짜' 와 '거짓'을 섞어내는 에피소드들이 X-파일 특수 부서의 이력을 압축해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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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길을 찾은 10인의 열정 분투기
한명석 외 지음 / 사우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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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는 유독 직업의 귀천이 강하고, 삶의 방향에 대한 일관성이 강조되어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이상한 사람으로 간주 되고는 한다. 그렇다보니 진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자기실현을 하는 사람을 사회 부적응자로 보는 시선도 있어 왔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건전한 의미에서의 개인주의와 자아 실현이 지지를 받는 추세다. 보다 다양한 삶의 방식이 있을 수 있음을 보여주겠다는 듯 남들과 다른 길을 직업으로 택한 사람들의 경험이 이야기 거리가 된다. 그런 이야기들은 현재 사회가 가치 있게 생각하는 명성, 부라는 가치에서 한참 동떨어진 직업을 택한 사람들이 느끼는 삶의 만족감과 행복을 보여주며 진짜 자기의 즐거움을 따라 인생을 자주적으로 살아가야할 필요성을 보여 준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처음부터 그런 직업에 종사 했던 게 아니라, 남들과 마찬가지로 보편적인 직업군에 종사하다가 회의감을 느끼고 인생을 전환했다고 한다면 이야기는 더 극적으로 다가올 것이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 은 그런 사람들 10 사람의 인터뷰 내용을 담은 책이다.



저자는 글쓰기 모임을 통해 만난 8 명의 사람들이다. 글쓰기라는 개인적 취미를 통해 자아 실현을 이루는 사람들이, 닮은 사람들을 찾아가 인터뷰 하고 책으로 엮어냈다. 책을 통해 자기를 격려하고 경험과 감각을 공유하고자 하지 않았을까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책에는 "세상의 기준에서 벗어나 내 길을 찾은 10 인의 열정 분투기" 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열 명의 주인공의 공통점은 사회적으로 성공한 직업의 길을 걷고 있다가 회의감을 느끼고는 인생의 중요한 분기점에서 자기가 진짜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모험을 했다는 점이다. 선택을 하기까지 큰 용기가 필요했다. 그들은 어린 시절의 꿈, 재능, 평소의 취미 생활을 직업으로 실현시켰고, 그 결과 화가, 농부, 요리사, 양조 전문가 등이 되어 전에 못 느끼던 즐거움과 만족감, 살아있음을 느끼며 살아간다. 

화가 김미경 씨는 "무면허가 설친다." 라는 비판을 들을 때가 있는데, 꼭 전공자만이 그림을 그려야 하는 건 아니라고 전한다. 그림을 그릴 때의 즐거움 그 자체에만 집중하려 했다고 고백한다. 김미경 씨의 인터뷰는 인생 전환이 단순히 새로운 길을 걸어간다는 개인적 도전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에 대항하는 과정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외교관을 과감히 그만두고 우동 가게 사장이 된 신상목 씨의 인터뷰는 직장을 버리고 자아실현을 하는 시도에 있어서가장 중요한 면을 강조한다.



"자신을 속이지 말라는 겁니다. 현실이 불만족스러워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정말로 하고 싶어서, 뜨거운 열망이 있어서 이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인지 스스로를 돌어봐야 하죠." 이는 현실 도피를 위해 직종 전환을 하는 건 오히려 방향 상실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경고한다. 또는 그런 도피적 행위에 따른 또 한번의 실패가 '도전자'들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더욱 더 부정적으로 바꿀 수 있음을 경고하는 듯도 하다.



상담 심리사가 된 김영숙 씨의 이야기에사 강조되는 "늦은 때라는 건 없다." 는 내용은 사실 열 사람 모두에게 해당하는 내용이기도 하다. 인터뷰 대상자인 열 사람의 이야기들은 모두 늦은 때는 없지만, 더 늦기 전에 진짜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을 찾으면 삶의 만족도가 증가함을 보여준다.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사는 법"은 보편성이나 획일화 된 가치관을 벗어나 다양한 삶의 양식이 있음을 보여준다. 물질적인 면에서 볼 때 느리고 적은 것들이, 정신 건강의 측면에서 볼 때는 보다 큰 가치를 갖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한 예가 된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반대로 그런 책도 생각이 난다. 도리어 보편적 직업 체계에 대한 열망을 갖고 죽을 노력을 다 해 보편적 성공 가도에 오른 사람들의 이야기. 그러다 보니 책의 메세지를 다시 정리 해야겠다. 보편성이니 획일성이니 물질 만능주의니 이런 것들을 다 떠나서, 결국 각자 현재 걷고 있는 길에 대해 확신이 있는지 자문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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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주 - 구효서 장편소설
구효서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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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아마도 처음 읽는 구효서 소설. 「문학이 사랑한 꽃들」에 소개된 구효서 작가가 궁금해져, 출간작들을 검색하다 보니 마침 영화 「동주」 개봉 시기였던 참이라, 작품들 중 「동주」가 특히 눈에 띠었다. 

이야기는 주인공 김경식이 글을 쓰게 된 계기를 밝히는 것 부터 시작한다. 김경식은 자기가 일본인인 줄 알고 살다가 어머니로부터 "너희 아버진 한국인이다."라는 말을 듣는다. 그러나 그렇다는 사실도 겐타로로서 살아가는 그의 생활 태도나 사고방식을 바꾸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김경식은 23 살에 한국을 알고 싶단 열망이 일어 한국어를 배우기 시작하고, 지접 한국말로 이 글을 쓰고 있다고 전한다. 이제 이야기는 김경식이 절친한 친구 나츠메 시게하루가 권한 여름 방학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윤동주의 유고를 세상에서 없애려는 세력과 그것을 지키려는 세력이 있음 알게 된 것으로 이어진다. 친구 나츠메 시게하루가 돌연 행방불명 되자 겐타로는 윤동주 유고가 관련이 있을 거라 짐작하고 친구의 행방을 추적하면서 유고도 추적하게 된다. 

겐타로가 유고를 찾아 도쿄부터 후쿠오카, 홋카이도까지 이동하는 여정 사이사이, 한 여자의 수필이 나열된다. 그녀는 텐도 요코. 다른 이름은 이타츠 푸리 카. 윤동주가 일본에 살 때 같은 건물 이웃이었다. 가까이서 동주를 지켜본 요코의 입을 통해 동주의 모습이 전해져 온다. 

소설의 마지막으로 가면서 겐타로는 동주와 연관된 텐도 요코의 존재에도 다다르게 된다. 서로 다른 세 겹의 시간대를 사는 존재들이 동주로 인해 엮이고 감화되어 간다. 요코는 자신이 일본인이 아니라 아이누 라는 걸 알게 되곤 양분된 정체성을 겪어야만 했고, 점차 자아가 확립되어 가면서 동주가 살았던 '사이의 간도'의 필요성을 느낀다. 동주의 마음과 혼을 그려내는 이타츠 푸리 카의 글이 요코의 성장을 한껏 느끼게 한다. 겐타로는 그 여름에 요코, 즉 이타프 푸리 카에 의해 한국인이면서 일본말을 쓰고 일본에 살고 있는 이질적인 숙명을 깨닫고 한국에 대한 열망을 키우게 된다. 

윤동주 평전을 보는 것 보다 이 소설 「동주」가 더 인상 깊은 건, 등장인물 김경식과 이타츠가 동주로 인해 만물의 다양성과 주체성의 필요를 깨달아가는 과정이 잘 그려져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간도에 있는 한국 사람들 사이의 불화에 낙담하고 일본의 억압을 받으면서 동주는 저항 정신을 태우기 보다는 시인의 신분으로 '한국말'을 통해 자주성을 추구하고자 했다. 그래서 그는 부끄러웠다. 그런 애달픈 감정들이 요코에 의해 반복적으로 상기된다. 내가 학창시절에 이 책을 읽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스물한살 청년 동주보다 더 나이를 먹고서야 그의 부끄러움에 한껏 동화되어 있다는 사실이 이중으로 부끄럽다. 

겐타로가 나츠메를 찾아 돌아다니는 것이나 텐도 요코에게 다다르게 되는 과정등의 서사가 유기적으로 이어지지 않는 것이 아쉽다. 겐타로와 요코의 글이 번갈아 등장하는 편집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지. 이야기 진행 과정에 있어서 중요한 사건이 어디에 배치되어 있었는지 잘 인지 되지 않아, 결국 동주에 대한 회고록 부분만이 단일 소설같이 느껴질 정도였다. 이 소설의 평점이 내 생각보다 낮은 이유는, 대개 이런 단점 때문인 것 같다. 

"일본 민족이 순수혈통이라고 우긴 것도 그렇고, 대만과 조선의 병탄을 합리화 하기 위해 나중에 혼혈론을 옹색하게 내세운 것도 그래. 이랬다저랬다 맘대로 피를 바꾸는 것이 너와 일본의 과학이라는 거야. (중략) 하나인 것처럼 말해 저항을 무력화하고 결국은 영속적인 차별과 지배를 완성하자는 것일 테지." (198쪽)

"동주와 나는, 잃었든 버렸든 고향을 떠나왔고, 교토의 한 아파트에 살았으며, 무엇보다 가모오하시 교진을 친구며 스승으로 여겼다. (중략) 어쨌거나 내 기억은 서른이 되고 마흔이 넘으면서 정리되고 견고해진 것일 뿐. 열다섯의 못난 요코는 여전히 종작없기만 했다." (209쪽) 

"특정한 조직이나 사건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우리 안의 나약함을 말하는 겁니다. 그러 인해 본의 아니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완강해져 해방의 이름으로 강권하고 서로를 무자비하게 해치는 지경에 이르지 않았습니까." (264쪽)

"아이누적인 것, 조선적인 것으로 차별(차이)되는 것이 하나도 없는 땅은 이미 그들의 영토도 뭣도 아니다. 그것이 없어지는 순간 존재는 상실된다. 차별되는 것, 그 중 으뜸 되는 것을 동주는 말이라 여겼음에 틀림없다." (269쪽) 

"들판의 모든 꽃이 사쿠라가 돼버리면 세상에 꽃이란 것 자체가 없어지는 거란다. 일본은 그걸 알면서도 모르는 척 문명을 사칭하여 남의 나라를 강압적으로 침략하고 지배하고 있어. 망하는 길이지. 동주는 동주의 꽃을 피우려 했을 뿐이야. 다르면서 서로 의지하고 교통하는 생존의 이치를 아는 시인이라면 남을 치거나 미워하지 않는다. 다만 자기를 지키다 꽃처럼 고요히 죽어갈 뿐이지. 앞으로 미친 세상은 마땅히 이래저래 바뀌겠지만 동주와 같은 시인은 시인으로 영원하다." (298쪽)

"동주는 백석의 필사본이 반가웠고 명준이 존경스러웠다. 그런 마음 한편으로 자괴감이 쌓여가고 있었다. 언제든 시를 찾아 읽을 수 있는 풍요로운 환경 속에서 오히려 자신의 시가 나태하고 빈곤해진 건 아닐까. 서굴러 학교로 가 이틀 만에 두 권의 시잡을 필사한 이유도 그래서였다. 참회하듯 벼리듯 한 자 한 자 눌러 적었다." (349쪽) 

"시인의 죽음을 몰고 온 그 번역이라는 것은, 일반적 의미의 번역이 아니었다. 시인의 생명을 빼앗는 선고였고 무자비한 집행이었다."(393쪽) 

"동쥐 죽음은 저항인의 저항적 죽음이 아니라, 시인의 시적 죽음이었다. 그의 망설임과 부끄러움은 연약한 이의 성정이 아니라, 세상의 온갖 가차 없는 것들에 대한 반성이었으며 고요한 자기 응시였다. 굳이 저항이었다고 한다도 그것은 국가나 민족 차원의 것이었다기보다는 더 근본적으로, 모든 여자없는 것들에 대한 의도적 머뭇거림이었으며 성찰적 저항이었다." (397쪽)

“그는 시와 함께 죽었다. 그랬으므로 죽음 이후의 시, 강제 번역된 시는 시가 아니며 더구나 그의 시일 수 없다. 그가 영원한 시인으로 우리 곁에 살아남으려면 시와 함께 죽기 이전으로 돌아가야 한다. 원본 없는 강제 번역 원고는 마땅히 사라져야 한다.”(398쪽)

"나는 줄곧 이타츠 푸리 카를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울컥울컥 맹렬했다. 한국어에 대한 말할 수 없는 궁금증이 일었다. 나는 또 내내 윤동주를 떠올렸다. 그럴 때마다 혹독한 갈증에 시달렸다. '사이의 섬'에 닿고자 하는 열망이 나를 충동했다.(중략) 온전한 나란, 내가 ㅋ개달아 알게 된 나여야 했다. 일본과 한국, 일본어와 한국어 사이에 놓여 있는 나. 내 영토란 '사이의 섬'일 수밖에 없다고 자각하는 나. 비단 일본과 한국 사이뿐아니라 모든 세계의 경계에서 균형감을 유지하려는 나여야 했다." (40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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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이 정치다
송영애 지음 / 채륜서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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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키워드가 여기저기 넘쳐난다. 맛과 비주얼, 식당 분위기에 주목하면서 먹방 스킬을 보여준다. 음식을 메인으로 해서 다른 주제와 결합시켜 새로운 컨텐츠를 만들면 어떻게 될까. 요새 서점에선 동떨어진 키워드를 조합하여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는 시도를 찾을 수가 있다. 음식과 정치. 이 두가지가 만나 <음식이 정치다>라는 책이 나왔다.


저자는 정치에서 음식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는 이유가 정치는 국민이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얘기한다.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앞 두 장에서는 정치인들의 식사에서 정치적 코드를 읽고, 음식 관련 정책들을 둘러본다. 뒤의 두 장에선 특정 식품들이 조선시대부터 갖고 있던 영향력을 둘러보는 한편, 현대에 각종 비리 사건들과 연결되는 부분들을 찾아본다. 

저자는 특정 정치 사건을 먼저 꺼내고, 거기에 연관된 음식의 사회적인 의미와 코드를 소개한다. 이런 과정을 지나 마지막엔 정치 사건에 대한 저자 자신의 의견을 강렬하게 피력하고, 특정 정치인들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때론 우회적인 표현을 써가며 비유적으로 비판을 하기도 한다. 이야기는 정치인들이 단식 투쟁을 벌였던 사건들을 돌이켜보고, 조선시대 왕들도 식사량을 줄이며 자기 의견과 사념을 관철하려 한 적이 있다고 소개한다. 그리고 독재 시절과 달리 현대의 단식 투쟁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 선택지가 되었다고 꼬집는다. 이어서 선거철 때 후보들이 재래 시장을 돌며 '서민 음식'을 먹는 퍼포먼스를 보여주는 것의 의미가 무엇인지, 서민 음식의 의미란 무엇인지에 대한 저자의 의견이 이어진다. 


족발, 어묵, 전 같은 서민 음식이 사람들의 주린 배를 채우고 행복감을 안겨준다는 점을 상기하면서, 선거철에만 서민 음식 먹는다고 유세 떨지 말고 진정으로 서민 생활을 이해하려는 모습을 보이라고 신랄하게 꼬집는다.


당파나 이념에 상관없이 최근에 벌어진 다양한 정치사건과 인물들을 비판하는 와중에 다양한 시간대를 넘나들며 각종 사건을 폭넓게 다루고 있는데, 음식과 연관지어 생각하기 어려운 사건들까지 등장하고 있어 저자의 필력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 근대사 중 하나인 '민족대표 33인'에 관한 언급은 과거사를 공부하고 싶은 마음까지 들게 했다. 


책은 자장면과 짜장면 표기법과 관련된 일화로 마무리된다. 짜장면 표기가 인정되기까지 정치적인 노력들이 있었다는 점을 몰랐던 게 무안해졌다. 음식을 키워드로 해서 보면 다양한 일화들이 오히려 '정치화'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짜장면 일화에서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사실은 무상급식 폐지, 성완종 리스트 사건, 한식 세계화 사업, 사대강 사업 등을 다루며 특정 인물에 대해 저자가 다소 격하고 지나치게 솔직한 의견을 표현하는 것 같아 불안한 느낌도 들긴 했다. 정치 관련 책을 읽을 때 피할 수 없는 감각이란 생각이 들었다. <음식이 정치다>에서 음식에 대한 얘기는 단지 정치 사건을 들춰 꺼내어 비판하기 위해 차용한 소재에 불과한 느낌이었다. 정치관련 파트와 음식관련 파트를 정확히 딱 둘로 나눠 두 개의 책을 낸다면, 아마 어느 한 쪽도 완성도가 높진 않았을 거다. 


이 책은 우수출판콘텐츠 선정 도서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학문적인 필체를 이용해 자기 주장을 명료히 전달하며, 다양한 문헌을 조사해 근거 있는 정보들을 제공하고, 또 중간중간 맛깔나는 사진을 실어 이해를 돕고 있어 공들인 책이라는 느낌이다. <음식이 정치다>처럼 몇 가지 동떨어진 키워드를 섞어 재미있는 이야길 들려줄 신박한 책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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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화학지식 50 - 맥주에서 핫팬츠까지 화학이 만들어낸 모든 것
헤일리 버치 지음, 임지원 옮김 / 반니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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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수업이 지루한 이유는 원자의 기호, 화학식, 주기율표, 산화법칙 같이 너무 이론적인 것에 치우치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정된 수업시간에 최소한의 요구되는 화학적 지식을 배우려다 보니 수업이 이론 위주로 흘러가는 건 어쩔 수가 없는 일인 거 같다. 그래서 적어도 수업시간이 아닐 땐 '교과에서 없는 화학이야기'를 읽는 게 화학에 대한 흥미를 유발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구태여 왜 그런 고생을 사서 해야 하냐는 생각도 들지만, 어쨌든 주변의 많은 것들이 화학에 기초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적이지만 절대적인 화학지식 50>의 저자는 화학이 비인기학문인 데엔 화학자들의 책임이 있다고 말한다.저자는 현실과 동떨어진 이론이 아니라 실용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춰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테마들로 책을 구성했다. 50 가지의 키워드를 이용해 중요한 화학지식에 대해 쉽게 쓰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50 개 키워드 중 첫번째는 '원자' 다. 그러곤 '원소', '화합물', '에너지' 등 본질적인 것 부터 시작한다. 학창시절부터 배웠을 개념들에 대해 한번 복습하는 과정이다. 잊고있던 것들이 마구 상기되면서 "왜 이렇게 다 잊고 있었지?" 하는 기분이 들었다. 물질의 최소 단위나 결합구조, 에너지 법칙, 다양한 화학반응들을 소개하면서 알기 쉬운 비유를 들고 있어 어렵거나 지루하지 않은 과정이 됐다. 

뒤로 갈수록 화학반응이나 합성 과정 등을 설명하면서 발견자의 이름, 발견 당시의 상황, 활용처 등을 밝히고 있어 사이언스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기분도 들었다.


인상적인 건 50 개의 키워드를 따라가며 읽다보면 화학이란 기초 과목이 생물학, 물리학, 우주학, 의학, 공중보건학, 환경공학 등 다양한 분야에 응용되고 있단 걸 자연스럽게 터득하게 된단 것이었다. 발효라는 키워드는 화학이 식품 생산하고도 연결이 되는 건 보여줬고, 크래킹, 전기 분해 등은 산업공학과 연결됨으 보여줬다. 또 효소, 광합성 등은 생물학에, 단백질, DNA 등은 유전학과 관련된 키워드다. 마지막까지 가면 현대인의 일상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플라스틱 제조가 소개되고, 나노튜브, 3D 프린팅, 제약 기술, 인공물질 등 최첨단 미래 산업과 관련된 부분들도 나온다. 화학을 주제로 해서 한 권의 책을 읽으며 과학사를 훑고 현재의 첨단기술 수준까지 엿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과학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무언가를 발명하려 할 때 마다 화학적 원리와 지식이 요구되는 때가 많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학이나 과학 등 기초학문들의 역사와 위대한 발견들을 공부할 때마다 일상생활에서 그것들을 떼어 놓을 수가 없다는 걸 실감하게 된다. '반니' 에서 나온 과학 도서는 이걸로 세 권째 읽게 되는데 늘 이런 기분을 느끼게 된다. 과학의 응용처나 역사 등을 미리 알았다면 학창시절에 화학 수업 시간도 훨씬 재미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이제라도 일상에서 책을 통해 잠시 잃어 버렸던 지식들을 상기시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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