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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를 사랑한 남자 - 삼성전자 반도체 천부장 이야기
박준영 지음 / 북루덴스 / 2023년 9월
평점 :
‘끊임없이 열등감과 싸워온 기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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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오래전 회사 선배님께 들은 얘기입니다 1980년대 초반의 삼성전자의 반도체 산업은 지금과 같지 않았습니다. 지금의 삼성전자는 DX(Digital eXperience)와 DS(Device Solution)부문으로 나뉘어져있고, 전사업과 스마트폰 부분이 전자하면 후자는 삼성전자의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으며 결국 주가 역시 이 후자의 움직임으로 조정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반도체 사업은 ‘삼성반도체통신’이라는 별도의 회사를 거쳐 고 이건희 회장의 의지로 64K D램을 개발하며,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성장격차를 벌리기 이전에는 기피사업부일 때도 있었습니다. (당시 삼성반도체통신에 입사하고도 다른 대기업으로 이직한 경우가 상당히 많았습니다)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는 바로 그 시절에 입사한 한 남자의 회고록입니다.
본서는 천기주 부장이라는 실존인물, 삼성반도체통신부터 지금의 DS사업부에서 은퇴하기까지의 반도체사업의 시작부터 성장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을 담아냅니다. 흥미로운 점은 또다른 삼성전자 출신의 우연히 함께 일했던건 박준영 저자가 당신을 통해 삼성전자라는 회사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에서 일해온 사람의 시각에서 개인의 경험으로 그 시간을 풀어낸다는 점입니다. (문화인류학적 관점에서 보겠다고는 하지만, 각 챕터의 중간중간 나온 문화인류학 관련 용어와, 본서의 천기주 부장의 이야기와의 연결성은 전혀 매끄럽지 못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의 경험속에서 삼성전자라는 한 조직에서 생존과 성장을 위해서 시간을 보내온 당신이 가진 원동력은 사실 ‘열등감’입니다.

이 열등감은, 좌절의 원천이 되기도 하지만, 때로운 강력한 의지와 실행력을 가져오는 원동력이 되기도 합니다. 4년제 대학을 나오지 못했다는 학력, 반도체 관련 전문기술자가 아니라는 괄시, 꽉 막히고 유동성이 없이 원칙대로만 진행한다는 편견속에 둘러싸인 천기주 부장은, 생산과 교육, 그리고 지금의 삼성전자의 반도체 관련 공정-생산-관리까지의 시스템을 만드는 과정에 다른 사우들과 함께 상당한 기여를 했을겁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이 느낀 열등감을 하나하나 굴복시켜가면서 승진을 하고, 학위를 받고, 총괄 관리자가 되는 시간이 <반도체를 사랑한 남자>속에 드러나 있습니다.
그러니 본서는 삼성전자의 반도체에 대한 기술적인 깊이를 얘기하지도, 삼성전자가 반도체 불모지인 우리나라를 일으킨 개국공신 같은 용비어천가를 말하는게 아닌,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부의 성장에 공헌한 한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 하나하나의 시간들이 시스템을 만들어 가는데 영향을 미치고, 개인의 열등감이 역량으로 바뀌면서 회사라는 조직이 성장하는 과정들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새로운 관점을 보여주는 서적이기도 합니다. 한때 도시바의 기술도입을 통해 매각요청을 과감하게 거절했던것은 결과적으로는 과감한 의사결정이었다고 하지만, 당시에는 엄청난 비난을 받았을겁니다. 그 비비난 바꾼 것은 어쩌면 일본, 그리고 일본의 대기업, 불모의 사업에서 느낀 열등감이라는 것을 해소하기 위한 큰 동기가 있었고, 그것이 개인 한명한명이 자신의 상황을 변화시켜버리려는 과정과도 연결된다는 생각이 드는 서적입니다.

‘전화위복이 되는 동기부여를 통해 사람이 성장합니다’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