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의 고쇼 그라운드
마키메 마나부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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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의 많은 대중문화콘텐츠들의 공통적인 특징중에 하나는 ‘사건’보다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담고 있는 듯합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초속 5센티미터>등의 시간 자체를 주제한 콘텐츠들도 있지만, 특히 청춘물에 있어서는 시간여행이라는 테마를 자주 사용합니다. 나오키상 수상작이자 단편과 중편의 소설을 한번에 모아높은 마키메 마나부의 <8월의 고쇼 그라운드>도 이 틀을 과감하게 차용한 듯 합니다. 


본서는 <12월의 미아코우지 마라톤>, 그리고 <8월의 고쇼  그라운드>의 두가지 작품을 묶었지만, 결국은 하나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두 작품의 배경은 전부 교토의 중심가죠. 다만 8월의 찌는듯한 더위를 넘어 죽음의 문턱에서의 새벽야구시합의 이야기와 12월, 겨울의 초입에서 여학생들의 마라톤을 뛰는 과정들에 대한 이야기가 다를 뿐입니다. 일본 소설의 특징 중에 관찰자 시점이 많다는 점입니다. 심지어는 주인공 시점으로 풀어가고 있음에도, 독자가 주인공의 심리에 합일화되는 순간보다는 심리를 따라가면서도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많은데 <8월의 고쇼 그라운드>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는 몇가지 이유가 있을겁니다. 첫째 소설의 배경과 이벤트에 대해 우리와는 다른 경험입니다. 예를 들어 일본의 코시엔은 만화 <H2>에도 잘 나오지만, 일본의 고교시절의 대표적인 청춘 클리셰입니다. 하지만 한국의 독자들은 <H2>의 주인공들의 서사는 몰입할 수 있어도 코시엔에 몰입하긴 쉽지 않습니다. <8월의 쿄쇼 그라운드>도 마찬가지죠. 한국은 생활체육이상의 것을 경험하기 어려운 입시체제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교토하는 공간의 배경입니다. 교토는 여름날의 미친듯한 살인더위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는 가장 살고 싶은 공간이자, 일본의 유산이 압축된 곳입니다. (교토를 한국의 경주와 비교하는 경우가 있지만, 이는 굉장히 잘못된 비유입니다.) 그리움과 낭만의 공간, 어쩌면 현실이 아닌 소설속에서 품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 바로 그곳이며, 육상과 희한한 계기로 하게된 야구시합은 상당히 대중적인 판타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느낀것은 마라톤, 야구시합, 그리고 인물들은 <8월의 교소 그라운드>의 핵심적인 요소들이 아닙니다. 그것보다는 작가 본인이 경험했던 ‘교토의 장소와 시간’을 그리고자 하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특별할 수 있지만, 반면에 더욱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요소가 본서를 통해 느껴지게 되는 것은 저만의 착각은 아닐거라 생각합니다. 


‘교토, 교토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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