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PD - 어느 방송국 프리랜서 PD의 고백
정영택 지음 / 하모니북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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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PD로 살아간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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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년, 아니 5년간 가장 많은 변화를 가져온 것은 바로 미디어라고 생각합니다. 5년전까지만 해도 미디어 플랫폼은 기존 방송국 및 플랫폼회사의 일방성에 의거했지만 지금은 개인이 독보적인 미디어 플랫폼이 될 수 있으며, 많은 자본이 없이도 유튜브 채널 개설 하나로도 수익창출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는 방송에 들어가는 수많은 직업군의 위상도 변화시켰으니 PD, 촬영감독, 작가, 편집자, 그리고 출연진에 대한 ‘고정’역할이 없어졌습니다. <직업으로서의 PD>는 바로 그 중 20년간의 방송업계에서 몸으로 부딫치며 생존해나가는 FD출신 PD의 이야기입니다. 


영화와 방송은 상당히 유사한 부분이 많습니다. 일본식 단어인 ‘입봉’시스템에 대한 부분도 유사합니다. 과거 영화감독은 영화판의 현장에서 구르면서 경험을 하면서 ‘조감독’(이라 부르고 잡부라고 합니다)으로 경력이 쌓이면 감독이 밀어주면서 입봉하는 경우에서 점차적으로 영화아카데미와 해외 출신 영화감독경력을 통해 연출자가 되었습니다. 우리가 잘아는 봉준호, 최동훈 감독도 바로 이러한 케이스입니다. 방송은 흔히 FD(Floor Director 무대진행감독)에서 시작해서 하나하나 올라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랜시간을 거쳐 방송사와의 네트워킹을 통해 입봉을 하는 경우에서 점차적으로 공중파 공채시험에 통과한 PD들이 늘어나는 과정을 거쳤습니다. 김태호 PD나 나영석 PD가 바로 이런 과정입니다. 하지만 <직업으로서의 PD>는 FD출신의 도제시스템의 마지막 세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주로 외주제작을 하는 프리랜서 PD로서 살아가는 과정을 담고 있어, 그래서 더 치열하고, 어찌보면 더 험난한 내용을 다루고 있습니다. 


그 험난한 이야기의 수렴은 사실 돈입니다. 바꿔말하면 제작비입니다. 한정적인 제작비에서 프로그램의 퀄리티를 뽑아내야 하기 때문에 방송현장은 너무나 힘들고 이러한 현장은 사실 2024년 지금까지도 그렇게 많이 변화되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방송현장은 결국 계약조건이 불분명한 인력을 갈아넣기 하면서 비용을 절감하면서 성과를 내는 경우가 많습니다. PD로서의 창의성은 사실 아주 극소수에 불과한 이야기고, 결국 방송시스템은 이 갈아넣기를 효율적으로 잘하는 사람들이 실력으로 인정받는 상황들이 많았다는 것을 <직업으로서의 PD>는 생생하게 본인의 사례를 통해 전달합니다. 


본서를 보면서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내가 만든 프로그램이 방영되기까지의 보람이나, PD로서 20여년간을 버텨온 인내에 관한 칭송과는 거리가 멉니다. 오히려 떠오르는 것은 두가지입니다. 첫째는 자본의 힘입니다. 어떠한 일을 하던 일로 자아실현할 수 있는 것은 확률적으로 아주 떨어집니다. 따라서 더럽고 치사한 꼴을 덜 보려면 결국 자본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할지를 알아야 합니다. 아이러니하게 이런 운영방법이 익숙해지면 현업에도 도움이 됩니다. 둘째, 기술의 변화는 항상 있고 이것이 산업의 구조를 재편한다는 것입니다. 불과 10년전만해도 방송 PD는 무소불위의 권력이었고 카메라 감독의 불호령이 일상인 환경에서 지금은 누구나 촬영편집을 능숙하게 하고 있고 PD라는 직함이 없이도 충분히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 시대입니다. 자본과 기술의 변화는 앞으로도 중요한 이슈고 따라서 본서를 보면서 PD로서의 삶에 대한 애잔함과 동경과는 거리를 두고, 직업의 유무와는 별도로 앞으로 변화할 것들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늘 변화한다는 것은 절대진리’


*출판사를 통해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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