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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공무원의 우울 - 오늘도 나는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
정유라 지음 / 크루 / 2021년 11월
평점 :
‘자살시도 이후 시작되는 기억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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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적의 첫장을 열자마자,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자신의 기억을 떠올리는 광경이 영화처럼 그려집니다. 자살시도와 그것을 발견하고 자신을 간호하는 연인의 모습의 광경을 넘기고 나면, 본격적인 기억모음이 시작됩니다. 바로 그 광경부터 어떻게 자신이 그 상황으로 오게 되었는지를 덤덤하게 밝히는 모습, ‘하자있는 인간’이라며 자신을 소개하는 모습, 너무 솔직하다 못해, 자신의 경험들을 오롯이 독자에게 전가하는 모습이 <어느 공무원의 우울>을 읽으면서 느낀 첫 인상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상처를 입은 사람의 우울한 기억모음을 들으면서 참 여러가지 생각이 듭니다. 사람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줄어들면 삶에 대해 자연스레 담담해집니다. 그리고 자신의 기억을 아주 생생하면서도 차분하게 말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 이야기들을 타인에게 전달하면서 그 아픈 우울들이 타인에게 전달됩니다. 그렇습니다. <어느 공무원의 우울>을 보면서 저는 답답하면서도 제게 (의도치 않은) 우울감의 파도가 밀려들었습니다. 불행배틀을 하려는 것은 아닌데, 저자의 기억모음이상의 끔찍한 경험들이 없었다면 그 파도가 오롯이 넘어올 뻔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저자가 한 경험중에 자살시도만이 제가 해보지 않은 것이니까요. 이것을 쓰면서도 결국은 참 우울한 불행배틀인가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듭니다. 도대체 이 기억모음을 세상에 전달하려는 의도가 무엇일까? 그것은 주홍글씨 같은 기억에서 내재된 우울문신을 삭제하고 싶은 마음인 것인가 오늘도 상처받은 어린 나를 위로한다라는 말로, 세상에 있는 존재감을 이렇게 표현하고 싶은지 말이죠. 섣부른 동정감도 어설픈 교감도, 그렇다고 똑 같은 경험을 한 본인이 아닌데 바빠죽겠고 열심히 사는 사람들이 보면 배터진 소리라고 하고 싶지도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세상의 상식과는 다른 삶을 산다고 인정받아야 할 존재라는 어설픈 동의를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어느 공무원의 우울>의 책장을 닫으면서 느낀 것은, 그냥 세상에 존재하는 삶의 형태라는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저자가 말했듯이 기억조각모음을 보면서 달라지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자도 그렇고 저도 그렇구요. 누누히 말해왔듯이 저는 누군가의 기록을 보면서 제 삶을 변화시킬 수 없는 기록을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것이 문학이라면 상상력을, 에세이라면 성장에 대한 경험이되겠지만 <어느 공무원의 우울>은 오랜만에 보는 특이한 기억모음자체일 뿐입니다.
‘그러니 무색무취로 받아들일 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