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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삼풍 생존자입니다 - 비극적인 참사에서 살아남은 자의 사회적 기록
산만언니 지음 / 푸른숲 / 2021년 6월
평점 :
절판
‘삶과 죽음의 경계가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을 떠올린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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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히 기억하는 그 순간, 방과 후 집에 오자마자 갑자기 굉음이 들리더니, 수백미터 떨어진 아파트 단지 입구 앞에서 대략 5미터 정도로 보이는 모래폭풍이 내려왔습니다.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하는 그 모래폭풍이 멎어들때쯤 갑자기 집으로 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했습니다. “삼풍백화점이 무너졌다며? 괜찮아? 애들은 학교에서 왔어?” 같은 전화를 어머니는 수십통쯤 받았습니다. 그리고 TV를 틀자마자 ‘삼품백화점’붕괴라는 헤드라인. 그리고 무슨 생각이었던지 형과 함께 그 참사 의 현장을 가본 순간, 모든 것이 무너져있었습니다. 건물도 사람들도, 그리고 울음소리와 함께 들리던 사이렌과 화생방 이전에는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매캐함과 수많은 분진 때문에 따가왔던 피부의 느낌, 그렇게 운좋게도 하필 그날이 평일이었다는 점과 비싸서 자주 가지 않는 다는 점과 하필 그날은 교대역에서 삼풍아파트 주변을 걸어다니지 않았기 때문에 저는 비극을 아슬아슬하게 피했습니다. 제게 이후 삼풍백화점은 어릴적 겪은 어마어마한 붕괴의 현장과 안타까운 사건으로 남았지만 <저는 삼풍백화점 생존자입니다>의 저자 산만언니는 분명 다른 기억과 시간을 경험했을 겁니다. 왜냐면 작가께서는 그날 현장의 직원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저는 삼풍백화점 생존자입니다>는 처참한 사건이후에 한 개인이 어떻게 삶을 부여잡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동시대에 같은 사건이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느낌과 감정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죽음을 코앞에 경험한 사람은, 특히 그것이 나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한 순간에 모든 생명이 없어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되면, 인생이 무척 허망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개인이 죽음을 준비한것도, 원죄를 줘서 처벌을 받는 것이 아닌, 단순히 죽음의 그림자가 언제든 운명처럼 드리워져있다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열심히 사는 보람 자체가 사라져버리고, 자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까지 그 슬픔의 에너지가 비출 수 밖에 없겠지요. 하지만, <저는…>은 사고 후 외상을 겪은 사람의 동정에의 호소 방식의 에세이를 과감히 비껴갑니다.

<저는 삼풍백화점 생존자입니다>이 다른 에세이와 다른 특별한 점은 타인의 불행을 통해 안도감을 느끼게 되는 (재난 영화를 보고난 사람들의 심정을 생각해 보시죠)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예상치 않은 불행과 상처를 입은 사람이 자신의 인생을 변화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는 점입니다. 특히 ‘내가 겪은 불행의 그런 의미라도 있어야지’라는 말로 독자가 에세이를 보는게 아니라 에세이를 보는 독자의 심경을 이미 알고 있는 글귀나, ‘최고의 위로는 말이 아니라 태도’라는 것과 그에 대한 에피소드를 소개하는 것들, 그리고 고양이와 고아원에서 아이들을 만나면서 자신이 감정을 어떻게 승화하는지를 그려냅니다.
서점, 요즘은 특히 독립서점에 가면 수없이 발간되는 퇴사이야기와 죽고 싶지만 뭔가가 먹고 싶다는 개인의 심리를 다루는 에세이라고 하는 현실 도피서적들을 만나다가 이렇게 한해에 몇권 만나보기 힘든 진정한 에세이를 만나면 자연스레 저는 그 글들을 곰씹어 보게 됩니다. 저에게 에세이라는 것은 자신의 솔직한 삶과 생각을 거리낌없이 나누는 것을 넘어 자신이 ‘견딘 인생의 과정’그리고 앞으로의 성장을 위한 ‘믿음을 너머선 행동’을 담아낸 과정을 기술한 문학입니다. 표지를 넘길 때 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동정심으로 시작한 감정이, 저자의 삶을 바라보는 시각과 행동에 대한 경탄으로 바뀌면서 책장을 덮었습니다.

‘올해의 에세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