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수학 - 수학이 판결을 뒤바꾼 세기의 재판 10
레일라 슈넵스.코랄리 콜메즈 지음, 김일선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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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역사상 존재했던 수많은 사기와 미스터리, 범죄들을 보면 항상 사건을 저지른 ‘인물’중심으로 구술되는게 보통입니다. 그리고 해당 사건들에 대해 재판하는 순간에도 인물의 범행동기를 위주로 서술해나가고 재판의 결과들을 담아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이런 사건들을 접하게 되는 독자들은 범죄가 일어난 순간을 시작으로 범죄의 동기를 추적하고, 범죄를 저지른 개인의 이력을 보면서 왜 범행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사연에 주목하게 됨과 동시에 용의자가 있다면 그가 진범인지, 판결을 받았는지, 미해결 사건으로 끝났는지 실제 진범이 누구인지에 대한 저술을 따라가는데 익숙해졌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사건을 보는 주요한 프레임이 인물이 아닌 다른 것이라면 어떨까요? 레일라 슈넵스와 코랄리 콜메즈의 <법정에 선 수학>은 이러한 사건을 바라보는 방식을 인물중심이 아닌 수학이라는 인류의 이기를 가지고 바라본 서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수학을 가지고 사건을 어떻게 바라볼까요? <법정에 선 수학>은 (서구사회 중심으로) 세기의 재판을 중심으로 발생했던 수학적 오류,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확률의 오류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제기를 하는 서적입니다. 예를 들어 본서에 기재된 루시아 더베르크 사건의 경우를 예를 들어보자면 병원의 누군가가 영아를 살해했고 특정 간호사가 근무하던 날은 영아사망사고가 없었는데 특정 간호사가 근무한날 영아사망사고가 일어났고 루시아 더베르크라는 간호사가 근무했을때 사고가 일어났으니 재판정은 해당 간호사를 유죄로 판결합니다. 얼핏보면 간호사가 근무한날 사고가 일어났으니 유의미성이 있을 것 같지만 이는 단순집계표로 본 것일뿐 간호사의 근무시간과 실제 교대근무에 따른 표준편차를 반영한 내용이 아닙니다. 오히려 교대근무라는 지표를 넣고 보면 해당간호사가 휴무한 날의 ‘교대근무’에 영아사망사고가 있었다는 것이 발견되면서 오로지 언론에 의한 특정인에 대한 비난과 근무일자에 대한 단순계산으로 발생확률에 대한 단순판단의 문제점을 드러낸 사건이 바로 ‘루시아 더 베르크’ 사건입니다. 




이처럼 <법정에 선 수학>은 수학(정확히는 일부 예시를 제외하고는 전부 기초확률입니다. 수학은 과장입니다)이 판결을 바꾼 세기의 재판을 통해 수학적으로 증명하려던 수많은 사례들에 오류가 가득하고, 그 오류를 새로운 이론과 확률적 기법으로 풀어나가는 과정을 보여주는데요. 여기서 흥미로웠던 것은 각 개별사건들의 발단과 전개, 수학적 오류를 해결하는 과정도 있었지만, 동일한 역사적 사실을 바라보는 관점에서 본서에서 수학을 적용했듯이 다른 인류문명의 산물을 적용하면 새로운 스토리의 서적이 탄생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본 판결에는 수학이라는 프레임으로 보았다면 어떤 서적은 과학, 혹은 패션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렇다면 같은 소재를 가지고도 개별 전문가가 기술할 수 있는 영역이 확대되는 셈이겠지요. 


한가지 주지드리고 싶은 부분은, 본서는 굉장히 즐겁게 탐독할 수 있는 서적이지만, 본서에 나온 수학(이 아니고 확률!)이 독자들의 수학실력을 증진시키기에는 그 내용의 깊이와 전문성은 부족하며, 개별 재판의 오류에 대해 도전하는 내용들이 독자들에게 그리 친절하지 않기 때문에 전반적인 내용들을 완벽히 이해하는데는 독자 스스로가 행간을 파악해야 합니다. 개별재판의 이야기의 전개만 따라가기엔 수학적 오류를 잡아나가는 과정을 보지 못한다면 앙꼬없는 찐빵이고, 그 수학적 증명내용을 따라가자니 <법정에 선 수학>은 독자를 위한 쉬운 이해를 통한 예시를 할애하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학이라는 도구를 통해 이야기를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본서는 충분히 일독의 가치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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