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는 향기의 힘 - 인간관계부터 식품.의료.건축.자동차 산업까지, 향기는 어떻게 우리 삶에 영향을 미치는가?
로베르트 뮐러 그뤼노브 지음, 송소민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사계절 중에 겨울에서 봄, 여름에서 가을로 변할 때 저는 특유의 냄새 혹은 향기를 느낍니다. 봄이 올때면 식물들이 싹을 틔우면서 나는 향기에서 가을을 맞이할때면 짙은 녹음이 내뿜던 향이 옅어지고 가을에 피는 꽃향기로 전환되기 때문이죠. 그렇게 향기의 변화가 전달하는 계절을 느끼는 것은 소소한 행복인데요. 이렇듯 비교적 향기에 민감한 제게 최근에 만나게 된 또 하나의 축복은 바로 ‘향기’에 관한 서적이었습니다. 쥐스킨트의 <향수>이후 향수에 대한 전문서적을 제외하고는 향기에 대한 대중서적을 만나지 못했었습니다. 더욱이 <향수>는 쥐스킨트의 집필전에 향수에 대한 엄청난 사전고증과 학습이 느껴지지만 향수 자체보다는 그르누이의 탄생과 죽음의 시놉시스가 그려졌기에 ‘향기’ 자체에 대한 서적에 대한 갈증이 있었는데 로베르트 뮐러-그뤼노브의 <향기의 힘>은 이런 저의 향기에 대한 목마름을 가득 채워준 서적입니다. 




후각은 가장 예민하면서도 가장 마비가 되기 쉬운 감각입니다. 그만큼 새로운 사

람을 만나거나, 장소에 갈 때 첫인상을 좌우하기도 하고, 향기에 따라 기분이 크게 달라지기도 합니다. 백화점과 프리미엄샵에서 특유의 향기를 채워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고, 전통시장과 독립빵집들은 알게 모르게 향으로 사람들에게 음식을 권유하는 향기 마케팅을 하기도 하는데요. 무엇보다 향기의 가장 큰 특징은 ‘기억을 일깨운다는 것’에 있습니다. 어릴적 어머니께서 만들어주신 음식의 맛을 기억하는 것도 후각을 통한 향기에 있고, 우리는 낯선곳에 갈때, 예전에 맡게된 향기와 유사하면 그 장소가 데자부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을 것입니다. <향기의 힘>은 이렇게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향기’와 인간에 대해, 그리고 사람들이 인지하는 향기의 역사와 함께 향기가 어떻게 산업과 생활에 활용되면서 영향력을 주는지를 깊이있게 다루고 있습니다. 


본서에는 향기에 관해 예민하지 않을지언정, 독자들이 흥미롭게 볼만한 내용들이 가득차 있는데요. 그중에 몇가지를 소개하자면 우리의 질병역시 냄새를 통해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특정 신체부위에 문제가 생길 때 나오는 특유의 향으로 의사들이 병을 맞출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향기는 크게 탑노트, 미들노트, 베이스 노트라는 세가지로 구성되는데 예를 들어 특정 향수를 쓸 때 처음에 느껴지는 향이 탑 노트, 그리고 향수리트머스에 뿌렸을 때 은은하게 퍼지는 게 미들노트, 이후 주변에 긴 시간동안 퍼지는게 베이스 노트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재미있는 것은 향수를 우리몸에 뿌릴때도 처음-중간-나중의 향이 살갗 특유의 향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변화하며, 전세계의 조향사들은 이러한 살갗의 변화도 고려하여 조향을 한다는 점입니다. 




향기자체의 역사와 산업, 그리고 향기를 전문적으로 설명하고 생생한 사례를 주는 서적은 인생 처음이라 즐겁게 읽을 수 밖에 없던 <향기의 힘>의 유일한 아쉬움은 서양저술가의 시선으로 향기를 바라본다는 한계입니다. 향기는 동서양과 전인류를 막론하고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유산이자, 향기를 읽는 언어는 민족과 국가마다 달랐다고 하는데요. 본서에도 동남아시아에서 있었던 향기를 표현하는 언어에 대해 소개하고 있지만, 향기의 역사에서 서구의 시선을 넘어 다른 지역에 있었던 향기의 역사를 다뤘으면 훨씬 <향기의 힘>의 내용이 풍요로워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중에 출간된 향기관련 서적중에 <향기의 힘>은 향'기에 대해 가장 진한 향을 뿜는 서적임에는 부인할 수 없는 서적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