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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갗 아래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몸에 관한 에세이
토머스 린치 외 지음, 김소정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20년 2월
평점 :
절판

처음 본 순간부터 제목에 홀려있었다 <살갗 아래>라니, 조금 섬뜩할수도 있지만 들어본적이 없는 매력적인 제목이자 탁월한 번역(Beneath the Skin이 원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기다렸고, 책이 오자마자 서둘러 읽었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새로운 것에 열광하는 사람인데 처음보는 표현이 제목으로 있고 또한 에로틱한 내용(?)이 아닌 우리 몸에 대한 에세이라니 너무나 신선하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제목 그대로 <살갗 아래>는 우리의 표피안에 있는 것들을 얘기한다. 눈, 코, 입등의 기관들과 폐 창자, 대장, 뇌등의 장기들도 있다. 그리고 피부까지 주로 해부학이나 잔인하게만 다가왔던 이런 장기와 기관들에 대해 어떻게 에세이로 표현할지 너무 궁금했다. 그리고 <살갗아래>는 아주 영리하게 피부부터 자궁까지 15개 기관들에 대해 에세이로 풀어내는데 있어 15명의 각자 다른 작가들의 기억과 기록을 차용했다
예를 들어 ‘쓸모없는 것이 한순간에 우리를 지옥으로 떨어뜨린다’-맹장, ‘후각은 의식보다 빠르게 기억을 소환한다’-코 등으로 시작되는 표제어들은 독자로 하여금, 흔히 알고 있는 기관들에 대한 선입견을 넘어 개인의 기억들을 소환할 수 있을 것이다. 나의 경우는 입은 아픔이다. 어릴적 입 주변을 스스로 혀로 핥는 습관이 있어서 무척 혼나고 버릇을 고치기에 오래걸렸던 기억이 있다. 이런 기억의 외상들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살갗 아래>는 15명의 외상들을 전달하면서 각 기관의 역할에 대해서도 과학적인 지식들을 설명하기에 단순히 기관들에 대한 ‘수사’에 그치지 않고 과학적인 지식과 개인의 기억, 그리고 거기서 연결되는 문학적인 표현들로 살갗 아래에 있는 것들을 아름답게 표현한다.

지하철에서 <살갗 아래>를 읽는 내내 각 챕터의 내용들을 영상으로 표현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기관들은 얘기하는 잔인한(?)다큐멘터리가 아니라 그 개인의 기억들을 짧은 영상클립으로 드라마처럼 표현해도 새로운 시도가 되지 않을까라는 망상(?). 창자와 담낭과 간이 내장부속이 아니라 시적허용으로 사용되는 순간들은 <살갗 아래>가 아니라면 좀처럼 만나기 힘든 경험이다. 서적을 펼치자마자 나의 살갗을 터치하는 편집자의 레터- 에곤 실레의 <포옹>이 그려진-오 책갈피는 독자들에게 새로운 흔적으로 남겨질 듯한 또다른 새로움이기도 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