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 개정판 현대 예술의 거장
피에르 아술린 지음, 정재곤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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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50페이지씩 읽어야지 하고 결심했건만, 예상했던 날보다 이틀이 더 지나버렸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도 있었지만 오랜만에 설레는 책을 만나서 책장을 쉬이 넘길수 없었기 때문이다. 누군가의 삶을 기술하는 전기(傳記)가 뭐가 그리 특별하냐고 자문 자답하였지만 사진가로서 그동안 사진으로만 만나왔던, 혹은 구전으로 전해들은 사람의 일대기를 넘어 사진과 삶에 대한 생각들을, 어두운 조명아래 시간을 붙잡기 어려운 영화보다는, 언제 어디든 그에 대해 기술한 텍스트로 만날 수 있는 것은 특별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브레송의 사진들은 지금처럼 테크닉적인 사진과 광학기술이 발달한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사진을 하나의 ‘회화’처럼 인식했을 때 그가 사진기를 통해 바라본 세상은 기술적인 사진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정도로 아름다움과 궁금증을 전달한다. 그의 다수의 사진들은 현장을 경험하지 않고는, 그리고 순간의 빛과 사람들의 모습과 그리고 결정적인 본능(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는 사진가로서 수많은 사진을 촬영했을 때 본능적으로 나오는 사진기와의 호흡, 달리 말하면 보다 능숙하게 다룰수 있는 조작법을 얘기한다)이 사진 하나하나에 이야기와 기록을 넘어선 기억을 담아내기 때문이다. <결정적순간을 포착하다>는 그의 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지만, 그가 사진가가 되기까지의 일생을 다루고, 총 3번에 걸쳐 사진과 작별했던 그가 96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날때까지 사진과, 그의 사진에 영향을 주었던 수많은 예술, 그리고 사람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어쩌면 이 책 자체가 그의 수많은 사진속의 이야기들을 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사진작가는 소매치기다. 그는 드라마의 현장에 슬그머니 잡입해서 생생한 모습을 포착한 다음, 자기가 영혼을 빼앗는 사람들에게서 떨어져 뒷걸음친다’.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의 529P에 담긴 본 구절은 브레송을 넘어 사진가로서의 예의를 생각하게 만든다. 사진을 찍는 행위는 예술적인 행위같지만, 그 본질은 내가 바라보는 시선을 위탁하는 공격적인 행위다. 플래쉬를 마치 장전한 총을 쏘듯이 혐오한 브레송이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사진가는 자신을 드러내기 보단 피사체가 자연스럽게 본연의 모습을 드러나게 해주거나, 피사체가 인식하지 못하는 자연스러움을 훔쳐내는 기록가이자, 그 순간에 대해 사람들에게 기억을 심어주는 마술사다. 그런 의미에서 사진가는 자신의 셔터한번을 위해서는 조심스럽고, 조심스럽고, 또 조심스러워야 한다. 바꿔 말하면, 사진가는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위해 수천번의 수만번의 수십만번의 사진을 찍는 훈련을 거칠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좋은 카메라가 있으면 좋은 사진을 ‘누구나’ 찍을 수 있다는 말은 사진을 담는 경험이 없다는 것을 반증하는 말이기도 하다)

브레송의 이야기들은 사진을 찍는 사람으로서 한번 더 나를 생각하게 한다. 어떠한 자세로 사진을 찍는가, 나의 사진들이 향하는 방향은 어디있는가에 대해 <결정적 순간을 포착하다>는 마음속에 커다란 물결을 남기고 간다.

출판사인 을유문화사에 서적을 출간해줘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고, 훌륭한 번역을 하신 최정수님께 찬사를 보낸다. 출판사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에 대한 저서를 꾸준히 출간해주기에 나는 브레송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큰 신뢰를 가지고 을유문화사의 <메이플소프>를 그리고 번역가님의 <브레송과의 대화>를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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