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
히라노 게이치로 지음,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 2023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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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단 한 번뿐인 것은 소중하다’…. 이 소설 프롤로그의 첫 문장이다. 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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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를 만들어 주셨으면 합니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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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첫 문장은 소설을 끝까지 이끌어가는 동력이 되고, 프롤로그의 첫 문장은 책을 다 읽고 나면 작가가 이야기하는 ‘만고의 진리’ 같은 단 한 번뿐인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어떻게 주인공이 알아가는지 알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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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라는 작가의 ‘이름’만으로도, 본심이라는 작품의 ‘제목’만으로도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서평단을 신청해서 읽게 되었다. 소설은 대략 시간상으로는 2040년을 배경으로 한다. 그리 머지않은 미래의 모습으로 ‘자유사’의 합법화, VF(virtual figure), 리얼아바타 등을 소재로, ‘모자가정’이었던 주인공 사쿠야의 어머니가 ‘자유사’를 원했던 엄마가 돌아가신 후, VF를 통해 어머니의 ‘본심’을 알고자 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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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충분히 살았다고’라고 말하면서 ‘자유사’를 하고 싶다던 엄마의 마음은 ‘본심’이 아닐 거라고, 엄마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 ‘자유사’를 받아들일 수 없었던 사쿠야는 이제는 이 세상에 없는 엄마가 자유사를 원한 ‘본심’에 대한 답을 영영 찾을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 마음이 알고 싶어 엄마의 VF 제작을 의뢰한다. VF 제작자 노자키는 인공지능의 특성상 기존의 라이프로그를 바탕으로 제작된 「어머니」와 대화를 하면 할수록 살아생전 엄마를 눈앞에서 보는 것처럼 느껴질거라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 하나 바로 ‘마음은 없다’라는 한 마디에서 알 수 있듯이 과연 사쿠야는 엄마의 본심을 어떻게 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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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14장으로 구성된 소설을 읽다 보면 작가가 매 장에서 제목을 잘 끌어냈다고, 그만큼 독립된 이야기로 읽기에도 좋은 내용들이 있었는데, 나의 경우 4장 ‘영웅적인 소년’은 주인공의 성정을 알게 하는 중요한 부분이었고, 14장 ‘가장 사랑하는 사람의 타자성’은 작가가 이 소설에서 이야기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독자와 함께 공유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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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라노 게이치로의 소설로는 이 작품이 처음이지만 ‘나’라는 존재에 대하여 오랫동안 이야기를 해온 작가인 것은 알고 있었다. 그가 말하는 분인(分人)으로서의 ‘나’를 설명하는 부분이라든지, 시시각각 변하는 나란 존재가 어떤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그리고 그 마음을 차분히 짚어가는 과정들은 다소 작가가 친절하다는 느낌을 줌에도 불구하고 소설의 깊이에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오히려 온전하게 독자가 그 과정을 놓치지 않고 몰입해서 보게 해줌으로써, 인간이 사고(思顧)하는 과정의 시작과 끝을 보여준다고 할까. 어머니의 죽음이 던진 질문 앞에서 찾지 못할 것 같은 답을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과정 자체는 다른 소설에서도 볼 수 있지만 서른을 앞둔 한 청년이 이 소설에서, 나름으로 사회에서 성공한 여성이었으나 결국은 ‘가난 카드를 뽑은 세대’의 엄마의 인생, 그리고 정말 엄마가 ‘자유사’를 원했던 그 순간에 아들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이야기를 헤아려 가는 과정이 왜 필요한지, 비록 애도의 형식은 달랐지만, 이 과정 자체가 애도의 과정이며, 그 과정을 통해 약간의 고전적인 방식으로 결론에 이르러 애초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식으로 결론에 이르지 않음으로 인해 그 결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덧붙여 히라노 게이치로가 작가로서 사회문제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이 책에서 자연스럽게 나타내는 데 고령화된 사회의 로스트 제너레이션 세대의 미래를 배경으로 ‘자유사’와 ‘리얼아바타’라는 직업으로 대변되는 근 미래의 생활고와 일자리에 대한 화두를 통해, 작가는 이것이 단지 개인의 선택 영역이 아닌 사회적, 정치적으로도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사회상을 보여주면서도 여전히 개인이 한 사회에서 윤리적 왜곡을 겪지 않기 위해 마음먹기 위해 기대어야 할 대상을 이야기하는 부분은 나로서도 생각할 지점이 많았다. 누구보다 독립적인 사람이라도 누군가가 있는 세상과 없는 세상은 너무도 다르다. 좋은 책 보내주신 출판사에 감사하며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작가의 다른 소설도 읽어볼까 한다 :) 스포를 하지 않으려고 중요한 부분은 적지 않았은데 내가 여기서 언급한 부분은 이야기의 도입일 뿐이라 다른분들은 읽으면서 다른 부분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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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제공#서평단#히라노게이치로#본심#현대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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