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1
플루타르코스 지음, 신복룡 옮김 / 을유문화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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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위대하고 영웅적인 업적이 아니라 일상의 언행들이다. 풀루타르코스는 영웅의 업적을 나열하지 않았다. 그는 그들의 사소하고도 인간적인 애증을 얘기하고 있다. p.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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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히 되돌아보면 의롭지 못한 사람에게 지고 저쪽이 비겁했다고 탓하는 것은 지혜로운 삶이 아니다. 진정으로 지혜로운 고수는 암수(暗數)를 이겨낼 수 있어야 한다. p.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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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단체의 삶이든 개인의 삶이든 열심히 사는 것이 얼마나 성숙하게 만드는가를 잘 알고 있는 인물이었다. p.49

 

테세우스는 민주정치를 시행할 것이며, 그러한 제도 아래 자신은 다만 군대의 지휘자와 법의 옹호자 노릇만 하고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살도록 하겠노라 약속을 했다. 그는 이미 비대해진 그의 권력과 용맹을 두려워하면서, 억지로 따르기보다는 설득당하는 길을 선택했다. p.88

 

로물루스는 가장 영향력 있는 시민의 의무란 지위가 낮은 사람들을 아버지처럼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또 지위가 낮은 사람들은 권력자를 두려워하지 말고, 명예를 얻으려고 초조해하지 말며, 그들을 아버지처럼 여기고 아버지로 여김으로써 선의를 베풀라고 가르쳤다.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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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물루스는 포로들을 박해하지 않고, 그들의 집을 부순 다음 로마로 데려와 로마인들과 동등하게 살게 해주겠노라고 약속했다. 오늘날 돌이켜보면 로마를 번영시킨 일 가운데 이보다 더 크게 영향을 끼친 일은 없었다. 로마는 언제나 통일국가를 이루었고, 그들이 정복한 부족과 어울려 살았다. p.132

 

자신이 가진 권위를 남에게 넘기거나 자신의 임기를 스스로 연장하는 통치자는 더 이상 왕이나 지배자로 볼 수 없다. p.160

 

 

리쿠르고스는 어떤 사람인가. 왕의 삼촌이었으나 스스로 모함을 받을 것을 염려하여 먼 길을 떠나 그들로부터 왕권에 욕심이 없음을 보여주었던 사람이다. 이 책에서 언급된 여러 사례를 살펴보다 보면 현명하고도 지혜롭게 자신을 스스로 위기로 몰 수 있는 일을 벗어난 여러 가지 일화들이 굉장히 인상적이다. 그는 왕권의 분산시키기 위해 원로원을 만들었고, 토지분배와 더불어 화폐개혁을 통해서 통해 뿌리 깊은 병폐였던 가난과 재산의 불평등을 없애고자 하였다. 특히 그는 명성이란 스스로 쌓아올린 덕행으로만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스스로가 점잖고 정신적으로 평온하여, 매우 엄격하고 소박한 생활 양식을 갖추고 있으며, 지치지 않는 근면함을 갖추고 있었음을 시민들은 그의 삶의 모습을 통해 알게 되기도 한다(p.184).

 

그리스 도시국가 중 스파르타와 관련된 이야기는 영화를 통해서든 여러 전쟁사를 통해 흐릿하게 알고 있었지만 스파르타가 긴 시간 도시국가로 오래 유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리쿠르코스가 초기에 개혁한 여러 가지 정치 경제적 개혁에 관한 것이 토대가 되었음을 알 수 있다. 현대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공산사회라는 이데올로기 사상적 면을 갖고 있던 그 시절 사람들의 삶 속에는 탐욕이나 결핍을 느낄 일이 없었고, 오직 안락한 평등만이 있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불평등이 심화 된 오늘날의 삶보다 더 나은 면이 있어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플루타르코스는 이러한 면에서 시민의 삶의 가치를 더 드러내는데 그들의 삶이 편안 했던 것은 바라는 바가 소박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진정 즐길 때는 즐기며 살았던 그들의 모습에 대하 쓴글을 보다보면 과연 이 책이 정말 1900년 전에 쓴 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놀랍다.

 

그렇다면 리쿠르코스와 비교를 이룰 다음 인물은 누구인가. 바로 로마의 누마왕이다. 로물루스가 죽은 후 원로원에서는 누마를 왕으로 추대했던 과정은 지금 생각해도 상당히 좋은 방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자세한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 앞서 읽었던 리쿠르코스의 이야기는 앞으로 어떤 영웅의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더 뛰어난 영웅은 없으리란 모습을 예상하게 했는데 플루타르코스가 각각의 영웅들의 면면을 각 나라의 상황, 그리고 국가를 넘어선 절대적인 기준에서의 비교 등을 통해 그 상대성의 차이를 줄이고 영웅적인 면을 보여주기 때문에 또다른 차원에서 새로이 소개한 영웅의 이야기게 빠지게 하는 것이었다.


누마 역시 리쿠르고스와 같이 왕의 자리, 권력에 대한 스스로의 마음에서 나온 의지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그의 아버지와 마르키우스의 충고를 잘 새겨 들었다. 진정한 왕의 업무란 신에게 봉사하는 점이라는 것을 생각하라는 것, 네 안에 잠들어 있는 정의감을 그대로 두지 말고 깨워서 도망치지 말라는 충고에 스스로의 고집을 꺾고 왕이 되기로 하였다. 이런 누마는 로마로 입성하자마자 300명의 켈레레스(호위무사와 같은 왕의 경비대)를 없애고, 전쟁으로 인해 과열된 국가의 기질을 바꾸기 위해 노력했다. 누마 역시 리쿠르고스처럼 무력으로 얻은 땅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모두 나누어주었으며, 농민이 농업에 전념하면서 탐욕과 불의에 빠지려는 전사들 특유의 욕심을 버리게 하였다. 결국 누마의 시대에는 전쟁이나 당파나 정치 혁명이 일어난 기록이 없을 정도로 누마 개인에 대한 질투나 미움도 없었고, 그의 왕위를 빼앗으려는 음모나 야심을 품었던 이도 없었다고 한다. 이는 이후에 등장하는 여러 영웅들이 많은 이들로부터 시기와 질투를 받았던 것과는 달리한다. 어떻게 보면 이 책 전체에서 누마는 왕도정치의 근본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259페이지 내용에는 그가 얼마나 지혜로우면서도 통치력을 갖고 있었는지 잘 확인시켜 주고 있다.


결국 리쿠르고스와 누마는 시민에게 지나친 것을 없애고 부족한 것을 채우면서 엄청난 개혁을 단행하였는데 플루타르코스는 그럼에도 이 둘의 중요한 차이점을 언급한다. 누마의 제도는 민중을 향해 있었던 것에 반해, 리쿠르고스의 경우 귀족정치의 성격을 뛰고 있었기 때문에 노예나 시민, 귀족의 삶이 약간은 분리된 면이 없지 않았다고 한다. 하지만 이 책 전체를 통틀어 이 두 영웅의 이야기가 가장 이상적인 통치의 모습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리쿠르고스의 경우 그가 죽은 후에도 약 600~800년간 안정된 체제를 유지한 모습에서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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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타르코스가 다음으로 언급한 두 영웅은 솔론과 푸블리콜라 이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 테세우스와 로물루스, 누마 정도를 제외하곤 처음 알게 된 영웅들이라 사전지식 없이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오히려 알지 못한 이 영웅들의 이야기를 읽느라 시간이 가는 줄 몰랐다.

 

솔론 역시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것은 내켜 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부자들의 탐욕과 민중의 오만이 두려웠기 때문이라고 한다. 플루타르코스가 쓴 글을 보면 솔론 역시 후세대인인 마르크스가 이야기한 능력에 따른 기여와 필요에 따른 배분을 앞서 기대한 사람이었으나 그것을 현실적으로 바꾸기엔 어려움이 많은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는 법을 집행하면서 나약함을 보이지도 않았고,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도 않고, 자신을 뽑아준 사람들에게 아첨을 하지도 않았다.

 

많은 개혁을 시도하였음에도 그는 결국 부자와 가난한 사람 어느 쪽도 만족시키지는 못했지만, 이후에 시민들은 그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정치체계를 개혁하고 새로운 법률을 만들 수 있도록 하였다. 무엇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피해를 본 사람 못지않게 피해를 보지 않은 제 삼자도 가해자를 처벌하려고 애쓰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고 언급한 부분이기도 하다. 비록 그는 초기에 정치에 발을 들여놓는 것을 탐탁치 않게 여겼지만 이후에는 좀 더 훌륭하고 정의로운 명분을 신속하게 옹호하고 위험을 함께 나누면서 조국의 어려움을 도와야 하며 그렇지 않고 어느쪽이 이기는지를 편안하게 기다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했다. 솔론이 이후 왕위에서 내려와 떠나는 장면 역시 꽤나 인상적이다.

 

플루타르코스가 솔론과 함께 비교 인물로 내세운 이는 로마의 푸블리콜라이다. 플루타르코스는 p.336에서 그를 이렇게 설명한다. ‘그는 누구나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사람이었고, 그의 집 문은 늘 열려 있었으며, 신분이 낮은 사람들이라고 해서 그들의 말을 듣거나 도와주는 일을 거절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왕이 되어 자신의 고유한 권한을 행사하여 가장 중요한 법안을 미리 제정해 시행하기도 하였는데 그 중 하나는 누구나 집정관에 출마할 수 있도록 한 일이다.

 

영웅전을 읽다 보면 영웅들의 이야기에도 매력을 느끼기에 충분하지만 플루타르코스가 매 두 영웅의 이야기가 끝난 후 비교를 하는 글을 통해서 자신의 관점을 보여주는 부분이 더 매력적이다. 앞서도 언급을 하였으나 솔론과 푸블리콜라를 포함하여 쓴 비교의 글이 단순하지 않다. 이를테면 이 두 사람을 비교한 글을 그는 이렇게 쓴다. ‘푸블리콜라는 솔론을 본받았으며, 솔론은 푸블리콜라가 옳았음을 입증해 주었다.’ 라고 쓰면서 이들의 삶이 당대뿐만 아니라 후대까지도 어떻게 전해지고, 그 가문이 이어지고 있는지 등 횡단적인 비교를 넘어서 잘 설명하고 있다. 솔론이 지혜로운 사람이었다면 푸블리콜라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었다는 부분이나, 권력을 장악하고 있음에도 권력을 더욱 민주적으로 행사한 점, 정당하게 주어진 권력조차 남용하지 않은 점에서 솔론 못지않게 훌륭했다는 이야기들은 플루타르코스가 영웅전 1권 전체에서 종종 언급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이 외에도 테미스토클레스와 카밀루스, 그리고 아리스티데스와 대()카도의 비교문 또한 끝까지 흥미를 놓치지 않게 잘 쓰여져 있다. 앞으로 더 읽을 분들을 위해서 나머지 이야기는 더 언급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처음 이 책을 한번 읽었을 때는 일곱 번째 영웅으로 소개된 아리스티데스의 이야기가 가장 인상 깊었는데 리뷰를 쓰기 위해 다시 보니 비교가 무색할 정도로 그 영웅들의 면모에서 배우고 싶은 부분들이 많다. 시간이 흐를수록 직장 내에서 어느 정도 직위를 갖게 되는데 영웅들이 무엇보다 민주적이기 위해 권력을 민주적으로 행사한 이야기들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래서인지 총 5권 전집으로 나온 이 책들의 뒷 이야기도 계속 읽고 싶다. 평범하게 조용히 살고 싶은 맘이 커서 이 책들을 보면서 내가 스스로 주어진 자리를 피하고자 미루고 미루었던 시간들을 떠올리기도 했다. 그런데 정말 이 책이 대략 2000년 전에 쓰여진 책이란 게 믿어지지가 않을 정도로 놀랍다. 역자와 편집자들의 노력을 부인할 수 없지만 플루타르코스가 이렇게 썼다는 사실에서 앞으로의 인간의 미래도 과거처럼 그렇게 다를 것 같지 않다. 이상 마지막은 플루타르코스가 아리스테데스 편에서 언급한 글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그러나 인간은 자신의 천성으로써는 얻을 수 없는 불멸성을 바라고, 운명의 여신이 손아귀에 지고 있는 권력을 열렬히 갖고 싶어하면서도, 정작 우리의 손길이 닿을 수 있으면서 가장 신성하기도 한 덕성을 우리가 이뤄야 할 목록 가운데 맨 마지막에 적어두고 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일인가! 인간은 우주의 힘과 운명의 신이 이끄는 대로 덧없이 흘러가지만 지도자는 정의롭게 삶으로써 신성을 구현해야 한다. 권력이 공의롭지 못하다면 짐승과 같다.’ p.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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