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하는 정신 - 체념과 물러섬의 대가 몽테뉴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유유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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츠바이크가 쓴 발자크의 평전을 본 뒤에 이 책을 읽은 탓인지 다소 심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물론 그가 쓴 또 다른 책의 경우 한 챕터 분량으로도 한 인물에 대해 간략하게 쓴 것도 있어, 츠바이크는 정말로 본인이 원하는대로 열쪽으로도 육백쪽으로도 글을 쓸 수 있는 능력자임을 알게 해준다. 제목과 부제는 물론 출판사에서 붙인 것일텐데 개인적으로는 연결이 잘 된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내가 체념과 물러남에 대해 개인적으로 관심이 많아 평소 그에 대해 생각을 더 해서 그럴수도). 다만 츠바이크가 자신의 생애 끝에서 마음을 붙잡았던 사람이 몽테뉴였던 것, 츠바이크가 살고 있던 시대와 비슷했던 그 옛날 불온의 시대를 건너온 사람을 만나서 츠바이크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지 끝내 고민한 흔적임은 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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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몽테뉴 부모의 양쪽 집안의 이야기부터 시작하는데 초반 몽테뉴의 아버지의 자녀양육법이 요즘 부모세대 못지않게 놀랍다. 특히나 어린 시절부터 바로 조기교육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시골집에 보내어 여러 계층의 사람들과 몇 해를 어울리게 하고 자유롭게 지낸 그가 다시 집으로 돌아온 부분. 정해진 규칙대로 살면서 자유의 소중함을 배가되게 경험하도록 한 부모의 양육방식은, 평민에서 귀족으로 들어선 그들의 삶이지만 당시 귀족들이 가졌던 삶의 모습만을 좇아가도록 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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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소위 아버지의 보호막 아래 살아온 몽테뉴는 부친의 살아생전까지는 집안일-재산을 지키는 일을 포함하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었기에 그야말로 평탄한 삶을 산다. 그러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가장이 되면서 삶이 달라진다. 이른 나이에 관직에서도 물러나게 되는데 그는 자리욕심도, 명예욕이나 권력의지도 없었기에(아마도 부질없음을 알았을) 그는 미련 없이 그 자리를 떠난다. 사실 부럽지 않은가. 시대를 막론하고 조직생활을 하는 우리들이 겪는 여러 가지 일들은 피할 수만 있다면 피하고 싶기에 읽는 동안 내내 나는 몽테뉴가 부러웠는지 모른다. 물론 몽테뉴가 살았던 시기가 츠바이크가 언급했다 마냥 평온했던 시기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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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38세란 이른 나이에 그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 이후 그가 한 일은 오로지 자기 자신이 하고 싶은 일, 자신에게 몰두한 알이다. 집안일조차 신경 쓰기 싫었던 그는 자신의 성에서 찾은 외딴 작은성에서 거의 은둔하다시피 사는데 이게 한 두 달이 아니고 자그마치 10년에 이른다. 남편과 가장으로서는 별로 좋은 거 같지는 않다. 그가 그곳에서 한 일을 보면 마치 퇴직한 날을 기다린 후 은퇴를 맞이한 사람처럼, 마치 내가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원 없이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보낸다. 츠바이크는 몽테뉴가 자신의 경험, 감정, 상태, 생각에 대한 의심과 주어진 운명에 대한 생각으로 그가 살았던 집단광증의 시대에 자신의 내밀한 자아에 충실했던 단호함에 높은 찬사를 보냈는데 사실 나는 쉽게 동의는 안 된다. 물론 그 자체로는 정말 놀라운 일임은 분명하고 당시 명예나 권력을 더 앞세울 수 도 있었겠지만 몽테뉴는 그렇게 살지 않는다. 그런데 그게 더 부럽지 않은가? 아무튼 이 모든 일들을 기록하게 되는데 이 기록들이 오늘날 우리에게 수상록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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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츠바이크가 몽테뉴의 삶에서 핵심적으로 보고자 했던 것은 어떻게 하면 나는 자유롭게 남아 있을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에 정확히 대응을 했던 그런 부분이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완벽한 자유를 구사한 사람이 아닐까. 빅터프랭클이 말한대로 자유란 주위상황으로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결정하고 사는 삶이라고 한 것처럼. 솔직히 그의 삶에서 체념과 물러섬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세네카처럼 모함을 받은 것도, 유배를 간 것도, 죽음을 강요받은 삶도 아니다. 그는 자신이 원했을 때 자기 안으로 들어갔고, 세상이 자기를 불렀을 때 다시 나왔다. 내가 그에게서 위대함을 보았다면 자기가 원하는 것이 정확히 무엇인지 알았고, 성찰 끝에 자신이 그렇게 혼자 고고한 것으로 더 나아질 수 없다는 것을 알았고, 그리고 세상에 나와서 시대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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