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의 식탁 - 돈키호테에 미친 소설가의 감미로운 모험
천운영 지음 / arte(아르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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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 중에서 가장 기다리고 있는 작품 중 하나는 천운영 작가님의 세르반테스 이다. 초반에 라인업이 알려졌을 때 작가님 이름을 발견한 것만으로도 기뻤는데 다름아닌 세르반테스라니.. 꽤 오래전 어떤 협회에서 지원을 받아 스페인 말라가에 있다는 단신을 접한적 있었고, 어떤 신문에서 아주 큰 팬에 가득담긴 음식 앞에서 함박 웃음 짓던 모습이 가시지 않은 터라 이 조합에 거는 기대가 무척컸다. 소설집 ‘엄마가 아시다시피’ 이후 작가님의 글을 아주 간헐적으로만 접했기에 기다림이 무척 긴 편이었는데 올해 산문집 두편이 연이어 나왔다. 가히 지금은 에세이의 시대라고 해도 모자라지 않게 넘쳐나는 시대에도 좋아하는 작가의 에세이라면, 그리고 가장 오랫동안 좋아하는 작가의 첫 산문집이라니 기대보다는 그저 보고 싶은 마음이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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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의 식탁을 보기전 ‘쓰고 달콤한 일’이란 산문집을 먼저 샀지만 이 책을 먼저 보았다. 저자가 한국에 돌아온 후 연남동에서 ‘돈키호테의 식탁’을 운영했고, 책 제목도 같았기 때문에 표지만 봐서는 그 때의 이야기들일까 했지만 소설 돈키혼테 속에 나오는 몇몇 음식이야기 중 편력기사 돈키호테와 그와 함께 모험을 떠난 산초가 방랑을 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스페인 음식을 테마로 한 소설 돈키호테를 읽는다고 할까. 그러면서 작가의 음식세계, 어릴적 할머니가 좋아했던 음식들, 작가님의 어머니 음식, 어릴때는 무척 싫어했으나 어른이 되면서 좋아하게 된 음식들의 이야기들이 소설속 음식들과 이어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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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운영 작가님의 소설은 오랫동안 우리에게 ‘그로테스크한 글을 쓰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녀의 첫소설집 ‘바늘’과 ‘명랑’을 본 사람들이라면 아마도 그녀의 그러한 글에 매료되어 좋아하고 기억할 것이다. 20년도 전에 쓴 글들이고 나 또한 읽은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는 단편 소설집이다. 예전엔 이런 소설을 읽으면 직원들에게 막 이야기를 해주곤 했는데 읽지 않고 듣기만 한 직원들까지 소설이 얼마나 찌릿한지 그소설을 기억할 정도이다(내게 이런 능력이 ㅋㅋ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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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기억되던 작가의 책을 오랫만에 만났는데 왠걸... 다른사람이 쓴 줄 알았다. 그녀의 글은 돈키호테 소설에 나오는 사람들의 대화처럼 아주 편안하고 돈키호테가 살았던 라만차의 어느 지역의 여인들의 말처럼, 하몽을 최고로 잘 절임했던 돈키호테의 뮤즈 둘시네아, 본명 알돈사 로렌소처럼 도시의 색을 거두고 있다. 날카롭기 그지 없었던 그녀의 글이 이렇게 몽글몰글해진 것은 어떤 연유일까. 그저 내 생각이지만 모르긴해도 스페인에 한동안 거주하고 그녀가 어느날 돈키호테에 나온 음식을 먹고 난 후 시작했던 음식 여행을 떠나면서 만났을 이런저런 사람들의 모습, 멀리 떨어진 곳에서 잠시나마 다른 시름은 내려놓고 온전히 내 앞에 펼쳐진 자연과 음식과 사람들의 모습만을 보면서 느꼈을 그 풍요로움에 있지 않을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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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부터 나도 돈키호테를 읽기 시작했다. 1권을 일주일 전후로 읽었는데 읽기를 마음먹은지 너무도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읽기 시작하니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었다. 귀스타브 도레의 판화가 곁들어진 요약본을 읽고, 민용태 교수님이 국내 최초로 번역한 창비 출판사 버전으로 보고 있는데 이 책에서 그 부분부분들을 만나면서 다시금 돈키호테가 말하던 ‘황금시대’를, 남들이 그저 미친 사람으로 보았던 돈키호테의 그 순수함과 정의로움을 보았던 산초의 이야기가 다시금 생각나서 즐겁게 읽었다. 소설을 이미 본 사람도 소설을 이제 읽기를 원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이 책을 보는 것도 어떨까 생각을 했다. 소설이 아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천운영은 이 책의 표지처럼 들판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후 가던 여행길을 또 떠나보자는 그런 모습으로 다시 우리에게 돌아왔다. 나도 다시 2권 어서 읽고 클클의 세르반테스를 다시 또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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