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보그가 되다
김초엽.김원영 지음 / 사계절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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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보그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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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을 워크룸에서 나온 여러작가들이 쓴 동명의 ‘광장’이라는 제목으로 묶여 ‘광장’이라고 밝혀진 단편소설집을 통해 처음 만났다. 광장에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여러 소설이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 가장 큰 충격을(가장 맘에 들었던) 주었던 작가는 김초엽 작가님의 소설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쓸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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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그런 김초엽 작가님과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으로 유사 분야의 책을 평정하신(제 기준) 김원영 작가님이 장애와 기술과학에 대한 담론을 이야기를 한 책이다. 두 작가님의 바람대로 나는 이 책을 재밌게 읽었는가 하면 그렇진 못하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책의 문제의식이 어디서 출발했고, 정말 하고싶은 말을 하기 위해서 두 사람의 구체적 경험과 정체성을 반추하며 쓴 이 책이 현시점에서 갖는 의미가 매우 크다는 것. 그리고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계속될 과학기술과 장애에 대한 사회학적 가치를 이야기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가장 현재의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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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인지 어렵다(하지만 소중하다). 작가들의 친절하고 유려한 글솜씨에도 불구하고 그러하다. 어쩌면 각각의 장들이 독립적으로 존재해도 충분한 만한 이야기를 담고 있음에도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생각을 해봤다. 다른 이유는 아니다. 이 책에 쓰여진 많은 부분들을 다 기억하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 아니었나 싶다. 내 욕심히 과했던 것.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하게 된 낯선 용어의 경우 저자들이 너무도 충분한 개념설명과 사례를 이야기 해주기 때문에 어렵지 않다. 다만 이미 사회적으로 형성되어버린 여러가지 사회적 구조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부분에서 여전히 논쟁적이고 요원하지 않는 현실 때문인것 같기도 하다. 이를 위해 이 두작가님께서 문제를 제기 한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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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문제제기
이 책은 장애와 기술 과학을 이야기 하기 위해서 ‘사이보그’를 언급한다. 이를 위해 꼭 ‘사이보그’라는 개념을 갖고 왔던 것은 두 저자가 북토크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나의 ‘상징’으로서의 의미가 크다. 사이보그가 대중문화에서 차지하는 위치-최첨단, 증강- 혹은, 포스트휴먼 담론에서 차지하는 세계화 혹은 기술과 연결된 확장된 인간으로서의 의미가 깊은데 단순히 그 의미를 그대로 사용하기 보다는 이를 해체하고 재구조화 하여 ‘장애’를 중심에 두고 실제 삶에서의 기계와 연결된 삶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비장애중심 사회에서 그간 장애인 당사자와 가족들이 살아가기 위해 만들고, 수선하고, 연대하고 개발한 이야기들이 갖는 의미, 기술발전 과정에서 소외되고 수동적 위치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라 그 중심에 장애인의 현실을 개선하는 목소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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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스타가 필요해. 왜..
서문에서 김원영 변호사님은 자신들이 이 책을 쓰는데 가진 한계를 분명히 설명을 한다.본인들은 이 분야에 충분히 전문적이지도 않다는 사실보다, 장애나 질병이 있는 사람들의 경험을 말하기엔 자신들의 경험히 충분히 보편적이 못하다는 점을 밝혔음에도 이 책은 지극히 개인적인 것이 지극히 사회적이라는 너무도 유명한 말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만든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우리 사회의 구체적이고도 다양한 경험을 그저 외부자의 시선으로 바라보기 보다는 인식하고 공감하고 연립하여 살아갈 수 있기 위해 제대로 된 인식과 연대가 필요한데 이 두작가님이 먼 미래가 아닌 지금 이자리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많은 일반 시민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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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장애를 바라보는 시선
우리사회는 장애에 대한 낙인이 존재하고 있기에 이를 공개적으로 드러낸다는 것은 단순히 개인의 특성하나를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장애 그자체로 개인의 다른 특성을 모두 지우는 부정적 정체성(p.125)로 여겨진다. 이런 사회속에서 최근 장애담론과 관련된 책들이 많이 쏟아져 나올 때마다 대다수의 사람들의 인식은 비슷했다. 그렇지만 이 책은 김원영 작가님이 북토크에서 말한대로 다음 인용 부분처럼 함께 읽었으면 좋겠다. “그저 내가 그동안 몰라서 부끄러웠다. 몰랐다. 이런 인식의 반응을 하는 것보다는 이것이 그냥 장애인의 문제를 이해하기 위한 비장애인을 위한 안내서라기 보다 현대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이 다 맞닥뜨린 문제를 좀더 첨예하게 보여주는 어떤 최전선에서 경험한 두사람의 각기 다른 경험을 두사람이 다룬것임을. 독자들이 자신의 고민과 자신의 삶으로 고민하는 계기가 된다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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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글을 남기기 했지만 오히려 이 책의 문장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 원문 그대로를 전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곧 사라질 알라딘 북토크도 다시 볼 수 있어 좋았다. 에세이가 난무하는 지금, 그저 자기를 알리기 급급한 시대에 나오는 그런 글들과는 차원이 다른 저자들의 고민이자 노력의 결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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