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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인폭스 갬빗 1~3 세트 - 전4권 (가이드북 포함) - 나인폭스 갬빗 3부작
이윤하 지음, 조호근 옮김 / 허블 / 2020년 11월
평점 :
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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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일년전에 나인폭스 갬빗 책을 사두었다. 그 때는 표지에 1 이란 숫자가 없었고, 이번에 3권으로 완간 되었을 때 이번기회에 읽어야 겠다 다짐을 했다. 그전엔 사두고 펼쳐보지도 않았기 때문에 진입장벽이 좀 있다는 것을 몰랐다. 다들 극찬을 하니 나도 읽고 그런 기분을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정도.. 3권의 책과 함께 ‘나인폭스 갬빗 시리즈 안내서’라는 책을 받고 읽으면서 아.. 읽어낼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고 책을 펼쳤는데 사실은 그동안 SF소설을 많이 보지 않았고 더군다나 스페이스 오페라라는 장르 역시 내게는 낯설었고 완벽하게 이해했다고는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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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이 책의 대략적 배경, 이 책의 핵심이 되는 세계관을 명료하게 설명하라고 하면 나는 자신이 없다. 왜냐하면 설명을 하다 리뷰가 다 끝날 것 같기 때문이다. 한 문장으로 간명하게 설명을 하기엔 내가 완벽히 모르는 것을 이야기한답시고 더 혼란에 빠트릴 것 같기도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런 부분은 각자가 읽고 자신이 이해가능한 수준에서 이해를 해도 책을 읽어내려 나가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때문에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었고, 읽고나서 바닷물에 펼쳐둔 그물에 올려진 이야기들이 적지 않아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할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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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한 인물 세 사람이 나오고, 여러 행성을 배경으로 한 육두정부라는 여섯명의 육두관으로 구성된 분파가 공동으로 역할을 달리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정보와 전략, 치안과 법률, 문화와 경제, 군사, 교리와 교육, 기술과 과학으로 구분된다. 원래 칠두정부 였는데 칠두정부 시절 ‘윤리와 철학’을 담당하는 분파가 있었고 중추역할을 담당해왔지만 이 책의 기본적 세계관이 되는 ‘표준 역법’의 근간이 되는 추도의식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이단으로 몰려 숙청당하고 분파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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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큰 얼개가 이쯤만 되어도 상당히 관심을 끄는 주제가 아닐 수 없다. 다른 것도 아닌 윤리와 철학을 담당하는 분파가 사라진 이후 육두정부가 겪는 여러 이야기에서 가장 핵심이 되는 이야기라니 흥미가 끌리지 않겠는가.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 혹은 ‘서비터’라는 AI로봇 집단이라 할지라도 생명과 존재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삼는 체제 안에서 일어날 여러 이야기들이 얼개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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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핵심은 절대적인 집단 신념체계라는 것인데 여기서 말하는 집단 신념이란 일부의 집단이 아니라 육두정부 내 모든 국민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각 개인의 철학과 신념이 단일한 종교도 아니고, 국가의 사회구조 및 질서를 아우르는 최고의 가치체계가 된다는 것이 가능한가? 그렇다면 이 책에서는 그것이 완벽히 이루어졌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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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법은 두가지다. 자신들이 내세우는 신념 체계를 부정하는 자들은 이단자로 취급하여 처단하고(이것이 추도의식으로 나타나고 이것을 반대했던 분파가 결국 이단으로 몰렸다), 두번째는 정신개조라는 방법이다. 특히 군사를 담당했던 켈 분파의 군인들에게는 ‘진형 본능’이라는 상위의 명령에 무조건 복종하는 형태로 정신이 개조가 된다. 본능에 가깝도록 세뇌를 당하는 이것이 실상 가능할까? 책에서는 그러한 진형본능이 새겨졌음에도 심어진 본능을 거부하는 자를 ‘추락매’라고 하고 전쟁에서 가미가제 특공대처럼 자신들을 무기삼아 죽기도 하는 자를 ‘자살매’라고 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이끌어 가는 핵심 이야기는 바로 이 추락매들의 반란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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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권을 다 읽고 써야겠다고 맘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막상 읽고 나니 한권 한권 따로 리뷰를 올렸어야 했는데 하는 생각을 했다. 1권의 진입장벽이 가장 높기는 했찌만 제다오의 이야기는 사실 1권이 가장 재밌었고, 마지막 서비터 집단의 이야기며, 전투기와 같은 역할을 하는 나방추진체의 이야기 또한 3권에서 왜 작가가 이렇게까지 구성할 수밖에 없었는지 구성이 맞아진다. 무엇보다 이순신 장군과도 같이 8:1의 군사적 열세 상황에서도 승리로 이끈 슈오스가 체리스에게 들려줬던 자신이 전장에서 승리를 이끌 수밖에 없었던 이야기는 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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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읽었던 책은 아니지만 다 읽고 나서 돌아보니 영화로 제작되어도 손색이 없는 매우 좋은 책이라 생각한다. 올해는 더 늦기 전에 집에 사다둔 SF소설들을 봐야겠다 맘먹었는데 첫번째가 바로 이책이었다. 고전에서도 과학소설이 없었던 것은 아니고 테트창의 소설을 봐온 터였지만 평소 내가 즐겨 있는 분야가 아닌데 SF를 읽으시는 분들이 왜 이렇게 찾아서 읽는지는 조금 알것 같았다. 좋은 책 읽을 수 있어 무척 기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