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시 말들의 흐름 3
정지돈 지음 / 시간의흐름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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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의 [영화와 시]를 읽었다. 내심 순간순간 즐거움을 줄 것이라 기대했던 금정연은 내 기억속의 정지돈 같았고 정지돈은 금정연 같았다. 이렇게 말하면 두분께 아주 큰 실례를 범하는 일일텐데 어디까지나 막연한 느낌적인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들을 내가 말하고 알기란 내게는 가깝지 않다. 어제 읽은 이장욱 작가의 소설에서 언급된대로 멀리 있어도 가까이 느껴지는 그런 막연함이랄까. 그간 몇 권의 책을 읽어오면서 금정연 서평가의 책은 읽는 순간 즐거움과 기쁨을 준 책이었고, 어쩌면 내 취향일지도 모른다 생각을 했지만 말들의 흐름 시리즈에서 만난 ‘담배와 영화’는 뭔가 이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한 보이지 않을 이면은 거대한데 드러난 글을 통해서 내게는 무척이나 무중력적이었다. 그것이 금작가님이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나는 모른다. 문장의 끝에서 다시 문장이 태어나는 것 같기는 했지만 실은 그것이 의미를 중심으로 한 잇기여서, 금작가님이 말한대로 문득 펼쳐진 페이지를 읽어 그것을 순간순간 보는 것은 가능할까 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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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돈 작가님의 [영화와 시]는 읽기 전 그래서 조금 더 걱정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쳤는데 한 달음에 다 읽었다. 말들의 흐름 시리즈 세편을 연이어 보다 보니 이 흐름들은 작가의 성향을 매우 탈 수밖에 없는데 그럼에도 내가 이 시리즈에서 기대했던 모습은 정지돈 작가님의 [영화와 시]와 같은 모습이 아니었나 싶다. 생각해봤는데 이런 작가님의 글을 왜난 그동안 가까이 하기엔 먼 글이라 생각했을까? 아마도 금정연 x 정지돈이 함께 쓴 [문학의 기쁨]이란 책에서 받은 느낌인듯 했다. 그 책에서 기억에 남은 것은 두분이 서로 존댓말로 대화하는 것 뿐. 그 책은 문학의 기쁨이 아니라 문학의 슬픔 같이 느껴졌는데 다시 읽어봐야 겠단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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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워크룸에서 나온 정지돈 작가님의 책이 있지만 2015년 젊은 작가상 수상작품집을 꺼내 그해 대상 수상작인 [건축이냐 혁명이냐]를 다시 읽었다. 밑줄이 그어진 게 끝까지 그어지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끝까지 보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읽으니 김희선 작가님의 [라면의 황제] 단편집이 생각났다. 내가 무척 좋아하는. ‘건축이냐 혁명이냐’ 소설을 쓰기 위해 작가가 읽고 수집한 수많은 자료를 기반한 이 소설이 그 해 쟁쟁한 후보들 사이에서 대상을 받게 된 의미를 생각해봤다. 그가 수집한 자료를 보면 일부 건축과 관련된 부분을 제외하면 이번 책에서 금정연 작가님이나 정지돈 작가님이 그간 어떤 책을 읽어왔는지가 보였고(물론 그 이상으로 가득하리라) 그들이 젊은날 보고, 읽었던 수많은 텍스트가 쌓여 지금에 이르른 듯 하였다. 마침 그 수상작에 대한 평을 금정연 작가가 했는데 밉지 않은 꾸러기(꾸러기는 원래 밉지않은 것 같지만)의 모습이 그대로들어었었다. 내친김에 다음작품인 이장욱 작가님의 [우리 모두의 정귀보]까지 보았다. 여유가 느껴지는 멋진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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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작가의 [담배와 영화]에 보면 정지돈 작가와 대화를 하는 부분이 나온다. 글 다써가냐는 말에 그럼요 라고 대답하자 금작가가 ‘진짜?’라고 하자 몇번을 ‘진짜!’라고 하다가 정지돈 작가가 마지막엔 ‘가짜...’라고 했는데 난 그말이 가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타고난 작가이거나. 이번 책에서 정작가는 ‘글을 쓰는 나는 쓰기 싫은 나와 쓰고 싶은나’로 구분이 된다고 하였는데 이 책은 읽는 독자 입장에선 쓰고 싶은 나로 느껴진듯 했다. 물론 말들의 흐름 시리즈 세 작가 모두가 글을 쓰기 시작할때 느꼈던 것 마음, 생각했던 것은 막상 텍스트화 했을 때 양면적인 마음을 내보였지만, 완성된 책의 형태로 만남을 전제로 할때라면 난 정지돈 작가님의 책같았으면 했다. 뭐랄까 자기 앞에 주어진 과제에 대한 정확한 인식이랄까.. 하고싶은 말 하고 싶지 않은 말, 좋은 것 싫은 것, 자유롭거나 자유롭지않거나, 그럼에도 그 모든 것을 벗어나 영화와 시를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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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시에 대한 이야기, 오규원 시인의 책을 언급하며 이야기 한 부분이나 이장욱 작가님의 ‘혁명과 모더니즘’을 통해 들려준 이야기, 그리고 프랭크 오하라에 대한 것이 좋았다. 작가님 소설이랑 책을 더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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