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김희정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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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감염이 일부 지역, 나라에서만 국지적으로 발생했더라면 어떠했을까? 그간의 많은 전염병들이 전 세계적으로 이렇게 심각하게 일어난 것은 아마도 이번에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 번의 전염병이 돌고 메르스 때 우리는 뼈아픈 대가를 치뤄야 했기에 이번에는 정말 처음부터 매우 철저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그간 생활해 온 환경이 다르고, 현재 처한 환경이 다르다보니 전염의 시대 역시 저마다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어제의 총선은 전염의 시대에 또 하나의 세계적인 사건이 되기도 하였지만 해외의 경우 전국봉쇄령이 한 달 간 더 지속이 되었다는 글을 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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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중순 어쩌다보니 몇 시간 사이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지 않은 정보를 접하면서 나 역시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안심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얼마나 자연스럽게 감염에 노출되어 있는지를 확인한 것이다. 당시 내가 사는 지역의 경우 대구 만큼은 아니지만 한 교회에서 발생한 사건으로 정말 하루하루 정신이 없었다. 그때 나는 인수 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를 긴 시간에 걸쳐 읽었고, 이 책에서 언급한 기초재감염율(SIR)에 대해 충분히 인식한 터라 정말 FM처럼 외출을 자제했다. 평소에도 집수니에 가깝기 때문에 외출을 못함으로 인한 불편함은 사실 전혀 없었고 나가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럼에도 그 시간을 예전보다 안정되게 보냈는가. 그 기간 동안 내가 평소보다 책이라도 많이 보았는가 하면 또 그렇지도 않았던 게 마음에 알게 모르게 파고 든 불안심리가 없지는 않았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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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의 시대를 생각한다는 책은 실은 오로지 몇 해 전 읽었던 그의 소설에 기인해서 이번에 읽게 되었다. 그리고 이탈리아는 이번 코로나감염과 관련하여 유럽에서 가장 먼저 확산이 시작된 나라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 책에서 긴 말을 담고 있지는 않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기도 하면서 우리가 생각하고 있는 위험에 대해 생각보다 더 위험할 수 있음을. 위험이란 속도에 비례하는 것이 아니라 속도의 제곱에 비례한다는 표현을 언급하며 지금 이시기가 얼마나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위기의 시대인지 담담하게 말한다. 빈익빈부익부처럼 위험이란 조심하면 조심할수록 수칙을 지키면 지킬수록 혹은 그 반대일수록 기하급수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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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언급한 주요 내용은 대부분 앞서 읽었던 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에 나와 있다. 일전에 내가 읽었을 땐 내가 즐겁게 읽은 부분만 언급하였지만 가능하다면 나는 이제 이 책과 더불어 그 책을 많은 사람이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인수공통.. 그 책에는 인간의 삶 뿐만이 아니라 지구에서 살아가는 생태계 전체를 보고 있고, 인간에게 위해했던 바이러스의 역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학자들의 이야기가 매우 사람의 감정의 변화를 이끌어낼 정도로 잘 적혀있었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도 파울로 조르다노는 우리가 여전히 우리의 방식대로 문제를 규정하고 예전과 같은 일상생활을 살려고 함을 지적한다. 하지만 그는 불가능하거나 불확실한 것에 기대를 건다는 것은 거듭되는 실망에 빠지는 일임을 경고한다. 얼마나 오래갈까.. 나 역시 가늠을 해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방역체계와 관리는 전 세계가 부러워 할 정도로 수준 높은 단계이지만 그럼에도 우리는 집단의 일원임으로 나를 떠나 타인(고위험군)을 먼저 생각해 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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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나 역시 저자와 생각을 함께 하는 부분이 있는데 다시 일상이 시작되고 지역사회가 건강해지고 고통이 사라지면 깨달음도 함께 증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나라는 몰라도 우리는 메르스 시대를 건너오면서 그것을 잊지 않았던 것 같다. 전염의 시대에도 제일로 필요한 것은 불안과 공포, 혐오를 거두게 할 할 안정과 안전이 필요하다. 우리가 경험한 이 모든 일이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는 계기가 된다면 다시는 반복되는 일이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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