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언들 + 시녀 이야기 세트 - 전2권
마거릿 애트우드 지음, 김선형 옮김 / 황금가지 / 202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하지만 다 끝나버린 고통을 기억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남은 건 그림자뿐인데, 그것도 마음속이 아니라 육체에 새겨진 그림자, 고통은 표식을 남기지만 정작 너무 깊어서 보이지 않는다. 보이지 않으면 잊혀지는 법(p.215).
.
#마거릿애트우드#시녀이야기#증언들#황금가지#김선형옮김
.
.
남들보다 애트우드를 많이 늦게 만나 리커버판으로 갖고 있다. 몇 페이지를 넘기자마자 그녀의 스타일에 빠져버렸다(책을 미리 사두어서 너무 행복한 것). 겨우 두 권을 읽고 그렇게 말하면 과도하다고 할 수 있겠으나 난 언제나 이렇다. 사람들이 애트우드 만만세를 할 때 잘 몰랐는데..아 이런 글을 쓰는 작가님이셨구나. 사람들이 그래서 그녀의 두꺼운 책 한권이 아니라 시리즈도 중간에 쉬지 않고 잘 읽어내는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처음만난 작품은 바로 「시녀이야기」이다.
.
시녀라는 단어, 복고풍의 표지에서 17,18세기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인줄 알았다가 그게 아님을 알고 마지막 순간까지 이 책이 어떻게 전개될지 읽는 동안 내내 그 흥미를 유지했다. 스토리 자체도 탄탄하지만 그 안에서 들려주는 애트우드의 메시지가 너무도 분명하다. 소설의 시작을 알리는 첫 시작부터 이러하다. “우리는 미래를 갈망했다. 우리는 어쩌다 터득하게 되었을까? 영영 채울 수 없는 허기를 갈구하는 이런 재능을, 도대체 어디서 배워버린 걸까? 갈망이 공기 중에 떠돌았다(p.10).”
.
도대체 어떤 책 이길래 시작부터 이런 메시지를 던지는가 싶었다. 그리고 이 책에서는 그러한 이야기의 배경을 친절하게 설명은 하지 않지만 그런 분위기를 전해주는 것으로 소설적 미학을 전달하기엔 충분했다. 그리고 그러한 친절은 34년 만에 나온 후속작 ‘증언들’에서 충분히 작가와 독자가 함께 전개해 나가게 된다.
.
읽는 동안에도 하나씩 던져주는 메시지가 있지만 다 읽고 나서 이런 단어들이 떠올랐다. 상호감시, 사방감시, 여성과 임신, 마이너스 출산, 생태파괴와 환경오염, 동성애, 여성에 대한 성범죄와 그것을 바라보는 시각, 달라진 세상이지만 누군가에겐 달라진 세상, 누군가에겐 예전 그대로의 세상, 자유와 선택에 관한 깊은 고민, 당연시 되던 것들. 이 모든 것들이 날씰과 씨실이 되어 완성된 그림을 향해 나아간다.
.
이것은 과연 디스토피아 소설일까? 디스토피아와 관련된 소설이긴 해도 문제는 우리 사회에서 충분히 그러한 망상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여성성범죄에 대해 대놓고 헛소리를 하는 인간들뿐만 아니라 은밀하게 내적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애트우드는 34년 전에 쓴 이 소설에서 다음의 글을 썼다. “그녀에게 있어 성공적인 삶이란 ‘그런 일들’을 잘 피하고 ‘그런 일들’을 배제한 인생이었다. 좋은 여자들에게는 ‘그런 일들’이 일어나지 않는다(p.97).” 재닌이 레드센터에 들어온 후 스스로 비판해야 했던 그 장면은 좀처럼 잊을 수가 없다.
.
이런 이야기들이 전개 되는 동안 앞으로의 전개가 어떻게 될지 기대가 되는 문장이 나오는데 바로 다음과 같다. “나는 기다린다. 그리고 마음을 가다듬는다. 내 자아는 지금부터 내가 구성해야만 하는 물건이다. 연설을 짜 맞추어 구성하듯이 지금부터 내가 내놓아야 하는 것은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후천적으로 만들어낸 인공적인 무엇이다(p.117).”
.
시녀이야기는 대략 500여 페이지에 달한다. 그리고 남은 400여 페이지가 진행되는 동안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계속 나온다. 고통과 모멸, 참을 수 없는 순간을 사는 삶은 어떤 삶인가. 결코 머물고 싶지 않은 이 순간을 사는 삶(p.248)을. 애트우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소설속 화자로 등장하는 오브프레드가 얼마나 각성상태에서 살고 있는지의 모습을 통해 읽는 독자마저 그렇게 만든다. 결말마저도 사실 나는 맘에 들었다. 시녀이야기와 동시에 읽다보니 ‘증언들’ 역시 너무 재밌었다. 용기 있고 현명한 소녀들과 인내와 기회를 놓치지 않는 여인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시녀이야기’가 있었기에 ‘증언들’이 있다. 내게 증언들은 전작에 열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만나 그 흥미가 더 크진 않았지만 여전히 멋진 문장들이 많았다. 애트우드 여사님 만만세!!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