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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 개정판 ㅣ 카프카 전집 3
프란츠 카프카 지음, 이주동 옮김 / 솔출판사 / 2017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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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징은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을 초월하며 사실상 그가 의식적으로 표현하고자 한 것 이상을 말하게 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상징을 파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그것을 자극하지 말고 선입관 없는 정신으로 작품을 파고들어가며 그리하여 은밀한 흐름의 줄기를 찾으려 하지 않는 일이다. 특히 카프카의 경우에 있어서는 그의 유희에 응하면서 겉 모습을 통해서 드라마에, 그리고 형식을 통해서 소설에 접근하는 것이 적절하다. p. 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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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츠카프카의작품속에나타난희망과부조리#알베르카뮈#카뮈전집#책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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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의 작품을 재조명하게 만든 유명한 두사람, 사르트르와 카뮈라고 한다. 얼마전 한꺼번에 카뮈책을 보다보니 카뮈가 한 말인지 번역자 김화영 교수님께서 한 말인지 헷깔리는데(아마도 김화영 교수님읙 글이었지 싶다) 한 작가의 작품 생애 전반을 보다보면 일관된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도 있지만 대체로 작품활동 과정을 통해 변하기도 하는데 결국 그래도 종래 그의 작품세계가 완성이 된다는 것이었다. 어떤 책을 읽든 작품을 통해 작가가 지향하는 바를 보기도 하지만 그래도 그의 연보를 보는 일, 작가의 생애에 대하여 아는 일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결코 방해가 되는 일은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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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문에 단행본으로 한권의 책만 본다면 특별히 그렇게까지 작가의 생애까지 찾아서 볼 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일생동안 여러권의 책을 낸 작가의 어떤 책을 먼저 접하느냐에 따라 제한된 해석과 감상을 남기게 될 수밖에 없다. 그건 내가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한 근원적 한계이다. 미리 읽지 않은 책을 아는 척 하는 것 보다느 꾸준히 읽으면서 내 안의 변화, 인식의 확장을 경험하는 것도 수순이라는 것을 김화영 교수님 덕분에 조금 많이 용기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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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그런것을 따진다면 작가가 작품을 발표한 연대기 순으로 보는 것도 도움이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그러다가는 끝까지 읽어나가기도 어려울지 모른다. ㅋㅋ 나의 경우 편혜영 작가님께서 당시 가장 최근에 발표하셨던 ‘홀’을 읽고 난 후 전작을 찾게 되었지만 그것이 오히려 다른 책을 읽게 하는 동력이 되기도 했고 이후 책들을 읽는 과정에서는 좀더 큰 이해가 닿기도 했다. 우리의 이장욱 작가님도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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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가 길었지만 어제 내가 처음으로 만난 프란츠 카프카의 ‘소송’은 내게는 여러모로 그의 책 중 이 책을 처음으로 택한 것이 매우 만족스럽다. 소송은 카프카를 단번에 유명하게 한 책이기도 하지만 카프카의 작품세계에서 말로만 들었던 꿈과 현실, 일상과 환상, 기이함, 시민의 삶, 허망함 등 모든 것이 등장한다. 나로서는 그 이야기를 어떻게 끝까지 읽어갔나. 심지어 오타인줄 알고 집에 있는 다른 판본과도 비교하고 보았는데 몇번의 교정도 없이 이대로 쓰여진 글이었음에도 흐름을 놓치지 않고 따라갔다. 아마도 그것은 내가 이 페이지 처음에 인용한 카뮈가 친절히 알려준 길잡이 덕분이 아닌가 싶다. 덕분에 오늘 지만지에서 나온 단편집에 실린 네편의 단편은 오히려 단편보다 뒤의 해석이 더 기이했을 뿐이다(일단은 지금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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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분들도 소송을 이렇게 재밌게 읽었는지 모르겠는데 나는 사실 이 소설에서 빼고 싶은 문장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그렇다고 내가 이 모든 문장을 다 기억하는 것은 아니었고 내가 가진 지식이나 사전 정보적인 측면, 이게 말이 돼? 어떻게 이런일이 일어날 수 있지? 하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음에도 각각의 장은 홀로 존재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특히 우리에게 잘 알려진 법앞에서와 같은 부분은 어제 카뮈가 말한 ‘목욕탕 낚시사건’과 더불어 너무도 우리의 일상에 가까이 그 두사람이 있었던 것임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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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에 대한 이야기는 작품 자체로서 할말도 많지만 변호사, 화가, 상인, 교도소 신부님 이야기 부분만 해도 그러한데 이후 카프카를 만날 호기심이 제대로 충전되었다는 것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그리고 <성>을 읽고 난 후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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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보고나면 내가 좋아하는 두 사람,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만든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의 영화 <카프카>도 마져 보고 싶다. 카뮈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