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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쓰는가 - 조지 오웰 에세이
조지 오웰 지음, 이한중 옮김 / 한겨레출판 / 201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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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한 오년전) 어떤 계기로 오웰의 작품을 한꺼번에 거의 다 샀다. 지금은 그 계기가 기억나지 않고 책만 이렇게 남았지만(그 계기를 찾아내고 싶다). 미리 사둔 덕분에 연초 읽고 싶었던 책을 바로 읽을 수가 있었다. 이정도 분량이면 사실 평소 주말 하루만에 읽을 분량인데 5일이나 걸렸던 이유는 다른 한권과 병렬독서를 한 영향도 있지만 정말 천천히 읽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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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29편의 에세이가 포함된 이 책은 1931년부터 1948년까지 오웰이 각종 매체에 발표한 에세이 전집 판본을 역자가 읽은 후 그 가운데 선집하고 번역한 책이다. 이 책에 실린 모든 에세이가 좋았던 이유는, 역자의 이런 노력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읽고 나서 다시 주욱 훑어보았다. 그간 에세이집을 적지 않게 읽어왔지만 자신이 쓰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그리고 자신이 쓰고자 한 내용을 피하지 않고 ‘정치적’ 목적을 갖고 쓴 책을 아주 오랜만에 본 것 같다. 읽은 책들 가운데 기억하려고 해도 기억이 잘 나지 않는 것을 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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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집의 표제작이기도 한 「나는 왜 쓰는가」 에서 오웰은 ‘지난 10년을 통틀어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것은 정치적인 글쓰기를 예술로 만드는 일 이었다’ 라고 한다. 그가 쓴 글은 어려운가? 일부는 그러하였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다. 그것은 아마도 그의 원칙 중 하나인 듯하다. 그의 글이 어렵지 않은 것은 오웰이 전달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하고, 글을 읽는 사람들에게 그 내용과 실상이 분명히 전달되기를 생각하고 부적절한 어법, 언어를 피하고 글을 쓰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된 내용은 이 책 내 「정치와 언어」를 통해 그 견해를 밝히고 있다. 글쓰기와 관련해서는 때로는 적절한 단어를 선택해서 글을 쓰는 일이 중요하고, 때로는 ‘한 단어’로 실상을 가리는 일을 피하고자 한 부분들을 이야기한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아마도 이 책속에서 오웰은 적절한 단어와 적절한 묘사를 취하는데 정성을 들였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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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이 책에서 오웰 자신에 대한 고백이나 마음이 가장 잘 드러난 부분은 「코끼를 쏘다」라든지 「스페인 내전을 돌이켜 본다」라는 글을 통해서였다. 나는 왜 그동안 그의 책을 택하는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걸렸을까? 심지어 책을 잘 안 읽는 사람들조차도 다 보았다는 동물농장을 나는 작년에 보았을 뿐이다. 사실 동물 농장을 읽고 나서 생각보다 감회가 크지 않았던 탓일 수도 있지만 오웰이 어떤 사람이었는지 잘 몰랐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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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웰은 두번의 세계대전, 전체주의 시대 그 중심에 살았고, 식민국가에서의 제국경찰로, 스페인 내전을 직접 겪었다. 그 속에서 다수의 가난한 자와 군인들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쟁취하기 위하여 살아가는 모습을 보았고, 이에 대한 참상을 알리고자 노력한 그의 글을 통해 우리는 그 시대를 생생하게 경험한다. 오늘날까지 제대로 된 언론과 저널리스트 한명 보지 못하는 현실은 오웰이 부르짖던 그 시절보다 하나 발전된 것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하지만 오웰이 에세이스트로서 세계적인 작가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는데에는 그가 당대의 현실을 직시함과 동시에 시대를 초월하는 생각을 했던 사람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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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주의 비망록」에서는 내안의 사고과정이 오염되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도덕적 노력에 관한 중요성 언급부분이 평소 알던 부분이지만 어떤 생각에 관한 글들보다 인상적이었고, 톨스토이와 관련, 「리어, 톨스토이 그리고 어릿광대」 에세이에서는 어떠한 책이나 작가에 대하여 나와 다른 견해를 가진 사람에게 내 생각을 강요하기 보다는 작품 그자체로서 시대가 내리는 냉정한 평가 부분에서는 서평가로서의 면모를 보인다. 아마도 에세이 내 모든 작품을 이렇게 하나하나 감상을 적다보면 몇 페이지가 넘어가도 지면이 모자랄 것이다. 올해 처음 읽었던 책이지만 한해의 끝자락에서도 가장 오랫동안 생각이 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