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공통 모든 전염병의 열쇠 - 개정판
데이비드 콰먼 지음, 강병철 옮김 / 꿈꿀자유 / 202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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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저자와 역자님께 감사의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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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에 카뮈의 페스트를 읽었다. 나로서는 기대 이상의 책이었고 유행병의 시작을 알리는 도입부가 상당히 현실적이면서도 극적이다. 페스트는 처음부터 끝까지 리에라는 주인공 의사를 중심으로 유행병을 대하는 다양한 군상이 나온다. 도시 봉쇄와 탈출 시도, 암거래, 그리고 지금 여기 일어난 일에 집중을 하는 사람들(대부분 지방 공무원, 공중보건의 등)의 모습 등 유행병 강줄기를 따라 흐르는 도시 전체의 모습을 보게 된다. 결국 전염병의 확산과 소멸을 겪고, 사람들은 다시 일상을 찾아가는데 2년에 이를 정도로 매우 길다는 사실은 현 시점에서 한번 즈음 유행병에 대해 생각하기엔 충분했다.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역시 SARS-CoV, MERS-CoV 등 두 번의 유행병이 거쳐 갔지만 전국적인 확산이 크지 않았기에 지금과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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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2015년 메르스를 겪고 난 후 2017년에 국내에 처음 소개 되었고, 올해 개정판을 거쳐 다시 우리 앞에 나타났다. 읽기 전까지 조류 독감, 구제역 이런 용어만 들어보았지, 인수공통감염병에 지식은 전무 했다. 219일 이후 이례적인 일상을 보냈다. 평소 집순이 생활을 해왔기 때문에 전혀 불편함은 없었지만 이 과정에서 과거일상과 비교시 모든 면(전파력, 신천지, 정부대처, 언론의 부추김)이 달랐기에 지금 이 책을 소개받아 읽은 것은 한편으로는 매우 시의적절하다 생각했다. 아마도 소개 없이 봤더라면 뭔가 이 시국에 기회를 틈타 마케팅하는 책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만 이 책은 2013년에 저자가 쓴 책이고 그 이후 불과 2년도 되지 않아 책에서 가장 우려한 일(메르스)이 발생했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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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어떻게 소개해야 할까. 지식정보, 서술방식, 재미 이 모든 면에서 각각 할 말이 많은 책이라 어떻게 정리해야 좋을까 고민을 했다. 지식정보는 내가 얼마만큼 아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고, 서술방식과 재미는 내게는 일맥하는 부분이라 개인적 취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지식정보면은 내가 이 책을 얼마나 이해했는가에 대한 척도가 될 수 있지만 워낙 책 자체가 친절하지만 방대한 양을 전달하기 때문에 여기서 다 적기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나같이 이쪽 분야가 생소한 사람조차 내용 전달력이 강하게 온 것을 보면 이 책을 선택해서 읽는 다수에게 큰 무리가 없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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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는 생소한 분야의 책, 650여 페이지 내 수많은 정보가 담긴 이 책을 끝까지 지적유희를 즐기면서 읽을 수 있었던 것은, 개념적인 면에서도 매우 충실했고, 신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그 기원을 역으로 쫓아 새로이 명명되기까지의 단계(절차)적 과정에서 알게 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바이러스와 더불어 이 책에서 큰 줄기를 차지하는 조연으로 수많은 동물, 성실하고 인내심이 강하고, 때로는 배운 것을 쓸 수 있고 계속 배워서 사람과 동물에게 이로운 일을 할 수 있다는 전문 학자들, 현지의 풍토병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때로는 전문적인 수준에 해당하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일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하는 부분을 긴호흡으로 이야기하는 콰먼의 능력은 가히 찬탄할 만하다. 특히 기초재감염과 관련된 수학적 이야기와 바이러스가 몸속에서 진화하는 과정, 그리고 마지막 매미 나방의 때 아닌 과도한 출현과 대유행이 지나간 이후 다시 발생하기 전까지 바이러스의 진화과정을 너무도 재밌게 설명한다. 이건 책을 직접 읽으면서 그 즐거움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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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공통감염병은 동물의 몸에 살면서 기회를 보고 간헐적으로 인간을 공격한다. 이렇게 되어 사람의 몸속에서 자리잡는데 성공하면 질병이나 죽음이 곧 우리를 찾아온다(p.27). 유행이 사라져도 동물의 몸속에서 명맥을 유지하기 때문에 모든 동물의 숙주를 멸종시키지 않는 한 근절이 불가능하다. 또한 계속적으로 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효과적 백신을 만들기 어렵다. 새로운 바이러스의 출현으로 그 지역에서 사람과, 동물에게서 동시에 유행병이 찾아오면 우선 동물과 인간 검체에서 동일한 바이러스가 출현하는지 우선 확인한다. 이러한 신종 바이러스가 세상에 등장하는 순간 그동안 어디에 숨어 있다가 왜 다른 때도 아닌 지금, 그 지역에서 발생하는가에 대해 기원을 따라 올라가게 된다. 저자는 이와 관련하여 생태학적으로 큰 변화(인구, 자연파괴, 공장형 축산, 야생동물 식용 등)가 생기면 숨어 있던 질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나타난다고 한다(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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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기본적으로 필요한 것은 당연 바이러스 특성을 이해하는 것인데 저자는 한 챕터를 바이러스의 기원이란 장으로 구성하여 진화와 역사의 과정을 전해준다. , 개념을 먼저 설명하기 보다는 사건발생을 중심으로 전체를 머릿속에 그려놓는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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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우리에게 익숙한 바이러스가 아닌 낯선 도시 헨드라 지역의 발병 사건을 계기로 인수공통전염병을 일으키는 신종 바이러스를 찾는 것에서 첫 번째 장을 시작한다. 원인을 알 수 없는 동물과 인간의 죽음, 그들로부터 확보된 검체에서 기존의 바이러스 검사에서 음성판정이 나면 새로운 신종바이러스의 출현을 염두하고, 후보 동물들의 활동기간, 지역적 분포, 이동성 등을 가정하여 확인과정에 들어간다. 검체(혹은 분변)된 기존 바이러스와의 유사형태, 바이러스 계통 검사를 통해 어디쯤 해당하는지를 밝힘으로서 유전적 변이, 계통상 어느 가지에 속해있는지를 확인하게 된다. 이를 통해 대개는 얼마나 오랫동안 동물의 몸속에 존재하고 진화해 왔는지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왜 지금, 여기서, 도대체 어디서 숨어 있다가 이렇게 인간에게로 쉽게 일어날 수 없는 종간전파가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는 뒷장으로 가면서 보다 상세하게 다룬다. 저자는 오히려 바이러스의 기원에 대해 4장에서 논의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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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신종 바이러스는 보유숙주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바이러스가 살아서 활동하고 있거나 과거 이력(향체 생성 여부)를 통해 최종적으로 전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특정 분야연구자들은 그 결과를 발표한다. 무엇보다 동물에게서 살아있는 바이러스 분리가 가능할 때 이는 해당 바이러스의 보유 숙주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된다. 과정은 기나긴 시간, 해당분야의 다양한 전공학자의 참여, 감염병이 발생한 지리적 역사적 생태학적 환경, 변화를 분석을 통해 의학적, 진화적 과정에서 설명한다. 이 과정에서 때로는 보유숙주로 오인 받은 동물들이 모두 살처분 되는 과정을 겪게 되는데 대표적인 것이 사스-코로나 발병당시 보유숙주로 오인되었던 동물이 바로 사향고양이이다. 책에서는 이후로도 특정지역의 고릴라가 완전히 몰살된 과정, 구제역 발생으로 인한 살처분 등 인구의 증가 등 지구 생태학적 측면에서 종간전파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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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제8. 침팬지와 강 부분을 통해 HIV-1,HIV-2 바이러스가 동성애 남성을 통해 비롯된 것이 아님을 이야기 하기 위해 과학적 연구과정들, 가능할 법한 시나리오에 대한 소설적 전개, 그리고 최종적으로 콩코와 아이티 지역간의 전파 과정을 역학적, 역사적 사실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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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우리손에 달려있다는 슬로건은 비단 인수공통감염병 분야만의 일은 아니다. 지구온난화를 비롯한 지구적 생태환경적 문제 모든 것과 직결이 된다. 그럼에도 이 책이 코로나19라는 전세계적인 문제가 아니라도 봐야하는 것은 결국 인간뿐만이 아니라 수많은 실험 대상이 대어버린 동물들, 그들의 삶의 환경을 파괴하고, 공장축산으로 인한 광역도시 규모 인구에 해당하는 동물의 살처분 등의 과정이 정말로 현장의 상황을 한 두 문장으로 한 번의 뉴스기사로 다루기에는 너무도 큰 문제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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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는 물론 인간의 자연생태 파괴에 따른 복수를 위한 역습이 아니다. 그들은 말 그대로 그저 자신의 진화의 방식대로 기회를 틈타 있을 뿐이다. 저자는 이를 이야기하기 위해 650여 페이지에 이르는 기나긴 글을 썼다. 중간중간 개성 있는 학자들의 성격과 연구과정들(사실 이 부분도 재미있다. 이 분야의 인디아나 존스 박사들 이라고 할까.), 세계적 과학전문 저널을 통해 지식을 축적해 가는 과정들은 바이러스 진화의 시간 차원에서는 한 순간에 머문다 할지라도 생명을 담보로 한 그들의 연구과정은 기나긴 세월이기에 위대하기도 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한 페이지도 뺄 것 없이 다 재밌고 유익했다. 내게 한 부분만 정리하라고 하면 정리를 다시 하고 싶을 정도로 천천히 꼭꼭 씹어 먹듯 책을 읽었다. 다시 유사분야의 책을 읽더라도 이 책으로 인해 도전해 볼 용기도 호기심도 생겼음이 분명하다. 올해는 그래서 관련분야 책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소설만큼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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