뭇 산들의 꼭대기
츠쯔졘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17년 10월
평점 :
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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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룽산 산꼭대기에 서서 뭇 산들에 눈을 돌려 온통 물든 숲들을 바라보면 산속 모든 나무가 하룻밤 사이에 꽃나무가 되었다고 착각하기 십상이었다. 하지만 서리가 만들어낸 찬란함은 아름다운 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그 머리와 꼬리를 얼마 흔들지 못하듯 오래가지 못했다. p. 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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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설 속 비천한 인물들이 각자 자신만의 상처를 가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생각하며 견뎌냈다. -작가의 말 중- p.4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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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빠지기 전 마지막 여유를 부리며 선택한 책이 뭇산들의 꼭대기이다. 도서관에 신청한 책이 평소보다 일찍와서 일찍 읽고 반납하자 싶었다. 집과 투명이 상대적으로 중국의 현재를 보여주는 소설이었다면 뭇 산들의 꼭대기는 사회변혁의 시기에 나타나는 여러 사회문제를. 개인에 끌어내려 그 사람들의 삶 속에서 입체적으로 전하는 이야기이다. 등장인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룽산과 겨워강이 흐르는 ‘룽장진’이라는 조용하고 개발이 미치지 못한자연이 보존된 지역을 배경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총 17장의 쳅터를 보다보면,자연스럽게 관점은 각 장속에 중심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에게로 온 마음이 다 이동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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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볍지 않은 이야기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어서 사실 한 인물 인물을 따로 때놓게 이야기를 하라고하면 작가가 들려준 이야기에 나의 상상력을 덧붙여 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럼에도 인물의 등장횟수나 이야기에 할애된 페이지와 상관없이 가장 인상에 남는 인물은 나는 ‘안다잉’과 ‘탕한청’ 정도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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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속에는 도축업자, 죽음을 예측하는 비석공예자, 염습사, 그리고 사형장의 네 인물 이야기에는 공통점이 있다. 의례 이들의 직업에서 사람들은피 냄새를 맡고 스치기를 꺼려하지만 그들 나름 자신의 삶을 대하는 방식을 통해ㅍ사람들과 부대끼는 모습을 작가가 무척 잘 이야기하고 있다. 아래의 인용부분과 같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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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친 노동으로 거칠어진 손으로 만지다 망자의 얼굴을 아프게 긁지는 않을까,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일부러 손을 돌보고 아꼈다.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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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장의 이야기를 듣고 리쑤전은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안핑의 손은 사람을 총살한 손이긴 하지만 그들의 원하는대로 가게 해주었으니 덕을 쌓은 것이라 했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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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에 등장하는 인물이 실제 인물의 이야기에서 모티브를 얻어 사실적이지만 신화적 묘사를 통해 약간은 구비문학같은 느낌도 없지 않다. 작가가 작가의 말에서도 이야기를 하였지만, 사회변혁의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현재에서 과거로 플래시백을 이용해 글을 씀으로써 읽는 독자는 과거와 현재, 인물과 인물이 얽히고 설켜 전체의 그림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한 개개인을 통해 인간 군상의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들이 상처를 갖고 살아가는 방식, 그것을 고백하는 방식, 그것을 달게 치르는 모습들의 사랑과 질투, 죄책감, 죽음에 이르는 과정까지 단박에 그려낸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행간사이의 이야기가 너무 많은 소설인 것이다. 탕메이와 천위안의 이야기만으로도 몇 십장은 더 할애가 될 것 같았고 안쉐얼이 정령과 같은 자연에서 한 아이에게로 삶의 중심이 바뀌는 부분도 단편으로 써내려 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단편과 장편은 전달하는 방식도 다 다르지만 이 소설은 그야말로 단편이자 장편이 될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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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이 막 태어난 지금 시대를 넘어 뛰어난 대작이라고 단정 할 수는 없을지는 몰라도 적어도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이 이야기는 이정도면 충분했다. 죽음을 묘사하는 장면은 단칼을 휘두르듯 표현이 되고 애둘러 표현하는 부분도 없다. 그런데 그런 부분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그 나머지 이야기는 내가 그려보게 된다는 것이 소설이 내게 남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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