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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 5
알렉상드르 뒤마 지음, 오증자 옮김 / 민음사 / 2002년 3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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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 때부터 아주 나쁜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닌 한 인간의 본성은 원래 죄를 싫어한다는 것일세. 하지만 문명은 우리 인간에게 욕망을 주고, 죄악을 주고, 후천적 욕심을 주며, 그 결과 종종 우리의 선량한 본능을 짓누르고, 우리를 악의 길로 이끌어가는 거야. P.294(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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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오직 하나의 상태와 다른 상태와의 비교만이 있을 뿐입니다.p.449(5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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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테크리스토 백작은 프랑스 시민혁명이후 부터 왕정복고의 시기를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소설 역시 그 시절, 문학에서는 고전주의 이후 낭만주의 문학의 한 중심에서 쓴 소설이다. 그래서인지 다섯권의 분량을 읽어나가는데 전혀 어려움이 없고 뒤마의 풍부한 상상력이 맘껏 발휘되어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하나같이 부분적으로도 전체적으로도 무척 조화를 이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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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량한 일등향해사였던 에드몽 당테스는 어떠한 정치적 사상이나 견해보다 자신의 아버지와 메르세데스라는 연인만을 위해 살고자 하지만 메르세데스를 사랑하는 페르낭의 에드몽을 향한 증오, 평소 파라옹 호를 같이 타면서 그의 지도력에 대한 질투와 돈에 대한 탐욕을 가진 당글라르, 그리고 마지막으로 오직 자신의 앞날만을 위해 이기적으로 살아가는 빌포르의 악 이 세가지가 뭉쳐 스무살의 에드몽을 14년간 이프섬의 감옥에서 보내게 한다.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성을 탈출하여 파리아 신부가 알려준 보물을 찾으러 몬테 크리스토섬을 찾아가고 이후 2대에 걸쳐 이들을 향한 복수극을 펼치는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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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를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결국 그 세사람은 그들의 선택한 악의 방식에 걸맞게 인생의 행로를 걷게 된다. 이렇게 큰 줄기를 가진 그다지 전개가 어렵지 않고 다소 교훈적인 이소설은 사실 이미 이런 줄기만으로 이야기를 듣는 순간 호기심은 충족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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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줄기에서 피어나는 잎이나 꽃, 열매의 이야기가 바로 이 다섯권의 책 속에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까 서사중심으로 전체가 처음부터 끝까지 이어진다기 보다 매순간 매 계절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나무처럼 순간순간의 이야기들에 나는 푸욱 빠졌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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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이자 가장 재밌게 읽었던 파리아 신부님과의 이프성 감옥 동굴에서 만나서 에드몽이 온갖 지식을 습득하던 시절의 이야기, 파리아 신부가 그곳에서 자신의 지식이 집대성 된 책을 쓰게 된 과정, 그리고 탈출에 이르기까지 1권안에서 가장 재밌었던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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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권에서는 에드몽의 몬테크리스토 백작, 부소니 신부, 윌모어 경, 선원 신드바드로서의 활약하는 모습이 나타나며, 이탈리아의 산적이야기와 같이 잠시 이 큰 줄기에서 뻗어나간 제법 중간크기의 줄기들의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다소 아라비안 나이트와 같은 이야기속으로 빠지는 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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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네번째 권에서는 파리로 입성한 몬테크리스도 백작이 서서히 모르세르(페르낭), 당글라르, 빌포르의 집안과 관계를 맺으면서, 그들 각각의 부부들, 자녀들, 아버지들 사이의 일들을 하나씩 하나씩 에피스드로 드러낸다. 이 과정에서 당글라르 부인의 난봉꾼같은 면이며, 빌포르의 두번째 부인 엘로이즈의 모성애가 불러온 참사, 누아르티에의 위풍당당함, 그리스의 왕녀였던 하이데의 이야기 또한 무척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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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까지 와도 뒤마는 이 이야기를 급히 끝낼 생각이 없다. 그 사이 예술적 기질이 풍부하고, 시크하고 말은 없지만 결단코 물러서지 않을 순간에서는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는 어른들이 보기에는 다소 외람된 외제니양의 이야기가 처음으로 전면으로 드러난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도 없는데 부모들의 강요에 따라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부분, 자신의 예술가로서의 삶을 사랑하는 모습을 드러내는 부분은 그간 등장했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빌포르와 당글라르의 최후의 모습을 보게 되는데 당글라르의 최후의 모습을 그려낸 한 문장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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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중반즈음에 읽기시작했던 소설이었는데 9월의 마지막에 다 읽었다. 아침에 읽기 시작하면 새벽에 잠이 들정도로 재밌게 읽었다. 뒤마는 여행을 무척 좋아했다 한다. 그런만큼 이탈리아를 배경으로 한 부분이나, 마르세유 주변의 섬에 대한 묘사부분은 무척 인상적이다. 내년 설연휴에는 분량이 비슷한 티보가의 사람들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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