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3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59
표도르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김희숙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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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다 읽었다. 내가 언젠가는 읽겠지 했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을 다 읽었다. 온몸에 촉수를 세워서 결국 마지막까지 읽었다. 리뷰대회 덕분에 이렇게 읽게 되었으니, 결과와 상관없이 지나온 독서인생에 그래도 기념비 하나는 세울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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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의 시작과 끝은 아이들의 이야기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로 끝을 맺는다.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여러 이야기의 형태로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에서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자주 다룬다. 형제 3인을 포함하여, 조시마 장로에서 자신의 어린 세 살배기 아들이 죽은 이야기, 스네자르코프의 어린 시절과 성장과정, 그루센카의 어린 시절, 이등대위 스네기료프의 아들 일류사의 이야기와 3부의 시작을 알리는 콜랴의 이야기, 그리고 무엇보다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이반이 자신의 내면세계와 대면하게 되는 섬망의 과정이 드러나는 반역부분에서 결국은 스스로가 만들었던 사상의 덫을 확인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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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이야기의 플롯은 친부 살해라는 사건을 중심으로 단 3일간 있었던 굵직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보자면, 이 소설은 범죄소설, 사회소설, 가족소설로도 볼 수 있지만 사건 외 인물들을 통해 보다보면 이 소설은 무엇보다 인간의 심리, 그 내면의 형성과정을 볼 수 있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소설에서는 어쩐지 몇몇 인물을 제외하고는 여러 부분에서 인물들이 겪게 되는 모욕감, 치욕, 수치심, 경멸, 오만함, 거짓된 위선, 상처 입은 자존심 등 인간의 내면으로부터 표출되는 다양한 감정들을 만나게 된다. 드미트리의 즉흥적이고 경솔한 측면, 이반의 냉소적이고 인간을 경멸하는 모습, 스메자르고프처럼 자신을 견대지 못한 그 모멸감, 카체리나의 고고함 이면에 숨겨진 오만한 모습, 호흘라코바 부인의 경박함, 어린 꼬마 일류사나 이등대위 스네기료프가 참지 못하는 모욕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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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내면을 가진 인간이 거대한 외적 환경에 처해졌을 때, 과연 흔들리지 않고 어떻게 착하게, 정의롭게 살아갈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료사는 이 책의 마지막에서 아이들에게 일러주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아이들에 대한 이러한 가르침은 사실상 3부의 도입부에서 콜랴의 등장 씬을 통해서 어떻게 이렇게도 어린 나이에 삐뚤어진 세계관을 가질 수 있는지 걱정하는 부분에서부터 시작된 것이다. 그리고 콜랴를 당황스럽게 하지 않으면서 알료사가 하나하나 물어가는 이 부분은 조금 많이 웃기다. 사실 3권까지 읽어오는 동안 솔직히 좌와 벌 이후 20년 만에 만나는 도스도예프스키의 소설이 이렇게 웃음코드가 또 가끔씩 있을 줄은 생각도 못했는데 이 두꺼운 책을 아직 잡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그 이야기를 꼭 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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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권 역시 2권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귀동냥으로 알지 못했던 이야기가 가득한데, 드디어 공판을 앞두고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들 그리고 검사와 변호인측의 심문은 읽는 독자로 하여금 정말 그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것처럼 알려준다. 아니 위대한 우리 도선생님은 정말 법률가 출신인지, 검사와 번호사의 변론 장면은 정말 소설적 재미와 재판이라는.. 인간의 죄에 대한 심판의 궁극적 목적은 무엇인가에 대하여 너무도 잘 이야기하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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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이 부분을 보다보면 오늘날 중거중심 재판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앞서 다른 책을 통해 알게 된 사실로 러시아는 당시 사법부 개혁이라는 큰 변화 앞에 있었고 일정부분 개선이 되기도 했으나 여전히 그들의 공판과정을 살펴보고 있노라면 매우 인간적인 재판처럼 느껴진다. 그러니까 죄를 지어도 증거가 없으면 무죄로 판결나는 이런 부조리함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죄형법정주의와 같은 느낌도 없다. 어쩌면 도스토옙스키가 말하고 싶었던 것도 사실 심리재판이 갖고 있는 이러한 헛점, 아니 한계를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어쩐지 나는 변호사의 변론을 읽다보면 그 자리에 있던 부인들처럼-아니 그런데 도선생님은 여기 등장하는 부인들을 너무 경거망동하게 ㅋㅋ 가끔은 언급한다-박수를 치고 싶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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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우리는 에피소드 부분을 통해서 미챠가 마지막으로 탈출에 성공하는지 안하는 지 부분까지는 알 수 없다. 우리의 도선생님이 말씀해 주신대로 이 소설은 사실 우리에겐 절반의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책이 나에게 준 의미는 너무도 위대하다. 하루키가 말한 것처럼 소설가로서 궁극적으로 쓰고 싶은 종합소설이란 말이 어떤 의미인지.. 그간 내가 읽어온 숱한 소설들 이란 말에 독자로서 동의하고 싶다. 한 이야기에서 한 이야기로 넘어가는 동안 내가 생각해온 것 이상을 다음 페이지에서 알려주던 소설, 카체리나의 법정의 두번 째 증언 이야기나 검사의 논고이후 변호사의 변론 부분은 그야말로 내가 지금껏 읽었던 소설의 부분으로 치더라도 정말 재밌었던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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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에게 주어진 '자유'.. 그것은 지금 내게도 주어진 '자유'가 무엇인지,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네가 헤아림을 받은 만큼 헤아리라는 그 말씀이 지금 내 삶에서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오래전 빅터프랭클의 말을 통해 그 자유라는 것이, 내가 선택한 것에 대한 주위 상황으로부터 자유로 수 있는 자유라는 부분은 접한 적 있다. 어쩌면 그것은 그리스도가 광야에서 보여준 그 자유를 조금은 알게 해준다. 다른 출판사 버전으로도 꼭 다시 한번 읽을 수 있게 되기를 소망해보며 나도 아이들이 외친 것처럼 인간 만세! 도스도옙스키 만세!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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