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복받은 집
줌파 라히리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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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소설은 아름다운 문장 하나로 사람의 마음을 끌고 어떤 소설은 일상적인 문장으로 멋진 이야기를 만들어내서 사람의 마음을 끌어들인다. 줌파 라히리의 축복받은 집은 후자에 해당하는 소설이다. 작가는 인도계 미국인 출신으로 인도가 혼란하던 시기에 태어났다. 인도는 원래 단일 국가는 아니었다. 부족 개념으로 모여 있던 사람들을 땅덩이를 기준으로 인도라는 하나의 국가, 즉 통일체로 묶은 것은 영국이다.

인도 문명 속에는 힌두교, 이슬람교, 불교 세 종교가 살고 있었다. 각기 다른 이들을 하나로 묶으려고 하니까 문제가 생길 수밖에 없었지만 영국은 종교의 힘이 이렇게 셀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힌두와 이슬람의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며 분할을 원하는 목소리가 영국으로부터 독립하려는 목소리보다 컸다. 무슬람 연맹이 ‘파키스탄’이라는 이름으로 먼저 독립하고, 이후에 힌두 세력인 인도도 이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것이 1947년의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또 하나의 문제가 생긴다. 인도를 중심으로 왼쪽에 위치한 파키스탄과 오른쪽에 붙은 방글라데시(당시 동파키스탄)이 같은 이슬람이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 인도를 사이에 두고 원활하게 소통하지 못했다. 심지어 이들은 부족 개념의 생활을 했기 때문에 수많은 언어가 있었고 파키스탄의 공식 언어는 자연스레 서파키스탄에서 사용하는 언어가 된다. 뿐만 아니라 모든 정치적 세력과 문화적 인프라는 서파키스탄에 몰리게 된다. 이에 분노한 동파키스탄은 본인들의 공식 언어인 벵골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라는 시위를 하지만 1952년 서파키스탄은 학생 시위대를 사살하게 된다. 1956년 결국 벵골어를 공식 언어로 지정하게 되지만 둘 사이의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파키스탄에는 공식 언어 지정에 만족하지 않고 나아가 독립을 원하는 세력들이 있었고 그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정치인을 서파키스탄으로 보내 그들이 정치 활동을 하게 한다. 그 사이 파키스탄은 인도와 카슈미르라는 지역의 자치권을 두고 전쟁해 패하게 된다. 이 지점에서 서파키스탄은 인도에게 미움을 받게 되고, 동파키스탄에게 좋은 기회로 돌아간다. 정치적 다툼이 길어지고 동파키스탄에게 승기가 넘어가는 듯하자 1971년 파키스탄이 계엄령을 내려 동파키스탄에 군대를 투입한다. 동파키스탄 독립인사정치인들은 인도로 급히 피신 후 임시정부를 수립했고, 독립선언서가 퍼지면서 동파키스탄의 군인들은 내전 대신 방글라데시 독립군으로서 싸우는 것을 선택했다.

게릴라전이 계속되었고 방글라데시 난민들은 인도로 몰리기 시작했다. 인도는 강 건너 불구경만 하다 난민이 너무 많이 몰리기 시작하자 상황을 종료해야겠다고 생각했고, 참전을 고민하던 차에 파키스탄에게 선공을 당한다. 인도와 파키스탄은 벌써 세 번째 부딪히는 것이었는데, 파키스탄은 계속된 전쟁으로 이미 힘이 빠져 있었고 군대는 국경과 동파키스탄으로 분산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도는 강한 병력으로 밀어붙여 2주만에 항복을 받아냈다.

소설에서 반복해 나오는 뱅골은 인도와 방글라데시가 접하고 있는 지역이다. 가장 인상깊게 본 단편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에서 동파키스탄과 서파키스탄의 갈등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인도인 부모를 둔 미국인 릴리아는 인도의 역사나 상황에 대해 잘 모른다. 학교에서는 미국(USA) 기준의 역사를 배우기 때문이다. 릴리아의 아버지가 민족적인 시각으로 인도의 역사를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정서가 달라지고 감수성이 달라지는 것은 이민 1세대와 2세대가 갈등하는 전형처럼 보인다.

릴리아라는 10살 난 미국 꼬마와 피르자다 씨의 관계는 세심한 감동을 준다. 릴리아는 가장 미국적인 핼러윈에 대해 알려주고, 피르자다 씨를 걱정하며 미신적인 행동(초콜릿을 입에 넣고 녹을 때까지 기도를 한 뒤 이를 닦지 않는 것)을 보여준다. 둘 사이의 접촉은 없이 관계를 차곡차곡 쌓아올린 것이 인상적인데, 친구에게 피르자다 씨에 대해 얘기하는 모습에서 특히 감동적이었다.


“저분의 딸들이 없어졌거든.” 이 말을 하자마자 곧바로 말하지 않았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말함으로써 사실이 되어버려서, 피르자다 씨의 딸들이 정말 없어져버렸고, 그가 다시는 딸들을 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딸들이 유괴되었다는 거니?” 도라가 계속 물었다. “공원 같은 곳에서?”

“딸들이 없어진 게 아니야. 내 말은, 그분이 딸들을 ‘그리워한다’‘없어진(missing)’을 ‘그리워하다(miss)’로 바꿔서 얘기했다는 뜻이었어. 다른 나라에서 살고 있어서 한참 동안 못 봤거든. 그뿐이야.”

「피르자다 씨가 식사하러 왔을 때」


축복받은 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은 그리 솔직하지 않다. 특히 내밀한 사이에 속마음을 털어놓기 힘들어하고, 낯선 사람을 통해 털어놓는다. ‘일시적인 문제’ 속 주인공 부부는 정전이라는 일시적인 상황에 놓였을 때 비로소 고질적인 문제를 털어놓을 수 있는 상황을 마련한다. 하지만 진심은 끝내 털어놓지 못하고 둘 사이는 끝이 난다. ‘질병 통역사’ 속 미나도 여행 가이드에게 자신의 비밀을 폭로해 줄 것을 부탁했고 ‘섹시’ 속 상황이 고조된 것도 처음 보는 직장 동료의 사촌 언니의 아들 ‘로힌’의 말 때문이었다.

일상적인 인물들이 낯선 환경에 적응해 나가며 일상적이고 고요한 상황을 보여 준다. 그러나 그속에는 대게의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겪는 매일매일의 문제부터 특정한 역사적인 상황 속에서 겪는 특수한 상황과 이민자로서 겪는 어려움이 녹아 있다. 역사를 일상의 순간으로 가져오는 것, 혹은 개인의 역사 속에서 역사의 흔적을 찾는 시도가 돋보인다.

그러나 모든 단편이 그렇지는 않다. 걸작과 우화 사이를 오락가락하며 인도계 미국인이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을 마구 풀어낸다. 역사적인 배경을 잘 모르기 때문에 낯설게 느껴지고, 그래서 소설이 좋게 느껴지는 걸까 의심해 봤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매력적인 인물을 만들어내는 능력이나 상황과 배경에 대해 내 앞에서 일어나는 것처럼 묘사하는 능력은 여전히 탁월하다. (북미에서 많이 읽히는 현황을 보면 완전히 의심을 거둘 수는 없지만….)

이동진이 줌파 라히리의 소설을 표현한 것처럼 '우화'로 보이는 작품은 다소 아쉽기도 하다. 이 책은 다양한 상을 받았다고 하는데 상을 받는 작품에 대해 무조건적인 신뢰는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상적인 소설에 대해서는 다소 폄하되는 경향을 생각하면, 그것이 제3세계 이민자 여성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수상의 의미가 다르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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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 수 없게 가까운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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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뉴욕을 누비다 여전히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무언가 깨닫게 된 오스카의 모습은 마치 마지막 책장을 덮을 때 내 모습과도 같다. 수많은 복선과 암시들, 글자와 사진들을 다 이해하지 못했지만 끝으로 달려나갈수록 나를 압도하는 감정이 밀려들었다. 모든 것을 이해하지 못하고 질문해대던 아이가 이해한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때, 나도 오스카가 되어 무언가 느낀 것 같았다. ‘미국이 공격을 당했다’는 뉴스를 전세계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을 때 나는 그 뉴스를 본 기억조차 없을 만큼 사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고, 아직도 깊이 이해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를 울게 만든 이 소설은 참사와 참사 유가족의 마음에 대해 너무나도 잘 그렸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은 너무 가까이 가도, 너무 멀어져도 안 된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적당한 온도를 가지고 전개해 나가야 한다. 자칫하면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건에 대한 기록이 될 뿐이고, 자칫하면 사건이 수단으로만 남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911을 큰 화소로 보는 것 같다. 안경을 썼는지 안 썼는지 분별할 필요는 없다. 다만 상실한 사람들이 남아 있는 서로를 돌보려고 하고, 끊임없이 사랑한다는 말을 하려는 그 마음만 섬세하고 제세하게 묘사된다.

솔직히 말해서, 그때 내가 그의 말을 어떻게 이해했는지 모르겠다. 내 머릿속 아주 깊은 곳에서조차 그가 내 할아버지라는 것을 알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당연히 그랬어야 했지만, 그 여행 가방 속의 편지들과 할머니 서랍 속에 있던 봉투들 사이의 연관성도 깨닫지 못했다. 그러니 뭔가 이해했던 것이 틀림없다. 분명히 그랬다.

오스카의 뉴욕에서 김서방 찾기 프로젝트 꽤 성공적으로 끝난다. 1년이 되기 전에 정말로 ‘그 블랙’을 찾았고, 그 열쇠가 아빠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원하던 바를 손에 얻었다. 그렇지만 오스카가 정말로 원하던 것은 자물쇠가 아니라 손에 잡히는 아빠를 찾고 싶었던 것 같다. 난데없이 사라진 아빠를 인정할 수 없었던 오스카는 계속해서 물질적인 것을 원했다. 하지만 아빠에 대한 그리움은 손에 쥐고 있을 수 없다. 이 마음은 그렇거나(yes) 그렇지 않은(no) 명확한 문제가 아니니까. 그럼에도 오스카는 수집했다. 사진을 찍어서 기록을 남기거나 정리했다. 꽤나 계획적이고 치밀하게 블랙 찾기 전략을 짜지만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아빠의 영혼이 거기 있잖니.” 그 말에 진짜로 화가 치밀었다. “아빠한테 영혼 따윈 없었어요! 세포뿐이었다고요!”

오스카는 아빠의 죽음을 부정하기도 하고, 엉뚱한 일에 너무 깊게 빠져들기도 하고, 때로는 너무 많은 것들을 무서워하기도 한다. 자신을 너무 미워하기도 하고, 타인에게 소리 지르거나 화내는 상상을 하고, 가족들이 끔찍한 일로 죽는 상상을 한다. 오스카가 하워드 박사를 만났을 때 행복에 대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부끄럽다고 대답한다. 부끄러움은 자기가 원하는 것으로부터 고개를 돌릴 때 느껴지는 감정. 오스카에게 행복은 아빠를 외면하는 것이었을까? 아빠를 손에 꼭 쥐고 있고 싶어서 자꾸만 행복할 수 없는 생각들을 했을까?

여덟 달에 걸쳐 뉴욕을 수색하면서 내가 원했던 것은 행복해지는 것이었다.

드레스덴 폭격 생존자인 여자, 즉 오스카의 할머니는 너무 많은 사람들을 잃는다. 드레스덴 폭격으로 언니와 가족들을 잃고 낯선 땅으로 넘어와 함께 살아남은 남자에게 의지하며 남은 생을 살아낼 의지를 냈다. 살아보려고 했던 여자는 삶에 더 강한 애착으로 아이를 원하게 되지만 911 테러로 아들을 잃는다. 어쩌면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 오스카의 할머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화소로는 여자의 마음을 십분의 일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계속해서 길어지는 목도리만으로 아들을 잃은 엄마의 상실감을 유추할 뿐이다.

나는 그녀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몰라, 무엇을 이해했는지 모르고, 무엇을 이해하지 않으려고 했는지 모른다. 나는 몸을 돌려 그녀를 떠나왔어, 돌아보지 않았다, 돌아보지 않을 거야. 내가 네게 이 모든 이야기를 해 주는 이유는, 나는 영영 네 아비가 되지 않겠지만, 너는 언제나 내 자식일 것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네가 알았으면 좋겠다. 내가 이기심에 떠나지 않았다는 것을,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나는 살아갈 수가 없어, 노력해 봤지만 할 수가 없다. 그 말이 쉽게 들린다면, 산이 그저 산인 것이나 마찬가지야. 네 어머니도 고통스러워했다, 그러나 그녀는 살기를 선탰했고, 살았어. 네가 어머니의 아들이 되고 남편이 되어주렴. 네가 언젠가는 나를 이해해 주리라는 기대 따위 하지 않는다, 하물며 용서라니 당치조 않지, (…) 네가 행복하기를 바란다, 나 자신의 행복보다도 더 절실하게 바란다, 쉽게 하는 말 같니? 나는 떠날 거야. 이 종이들은 비행기에 오르기 전에 공책에서 찢어서, 봉투에 넣고 ‘아직 태어나지 않은 나의 아이에게’라고 겉봉에 적어 우체통에 넣을 거야, 다시는 한 글자도 쓰지 않을 게다, 나는 간다, 이제 더는 여기에 없다. 사랑을 담아서, 너의 아버지가

단 한 글자도 쓰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아버지는 아들에게 계속해서 편지를 쓴다. 말을 잃지만 언어는 잃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해서 쓰고 쓴다. 살아가길 포기하며 부인과 아이를 버리고 용서조차 바라지 않았을 저 마음은 무엇일까. 이건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나 사랑의 차원을 넘은 이해받지 못할 마음이 있었겠지. 남자는 그리움이 사랑보다 짙다고 했지만 결국은 애도하기 위해서, 아니 다시 살아보기 위해서 사랑을 택한다. 아들에 대한 마음은 가늠이나마 할 수 있지만 여자와 남자,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관계는 참 어렵다. 무와 존재에 대한 저들의 규칙을 이해해 보려고 존재론에 대한 철학책도 꺼내 봤다. 물론 한 문장도 이해하지 못했다. 살아남은 두 사람의 마음은,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는 마음은, 기다리는 마음은 뭐였을까.

이 책은 사랑에 대한 책이다. 손에 쥐려고 하는 사랑과 그리움의 마음이 인물 하나하나에, 글자 하나하나에 잘 들어가 있다. 낯설고 복잡한 형식 때문에 책 읽기를 망설였지만, 그것들이 결국 나중에 가서 더 큰 감동을 주는 요소가 되었다. (아들이라고 적힌 이름 카드를 봤을 때는 정말 참을 수 없었다.) 오스카의 아버지 토머스 셸은 회상 속에서만 잠깐 등장할 뿐이지만 너무 그리워진다. 끝내 오스카가 행복해지겠다고 선언한 것을 보고 안심했고, 지금도 오스카가 행복할 거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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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다고지 - 50주년 기념판 그린비 크리티컬 컬렉션 5
파울루 프레이리 지음, 남경태 옮김 / 그린비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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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로 프레이리(1921-1997)

브라질의 기독교 사회주의(포스트마르크스주의) 교육자이자 반식민주의 사상가.

교육문화부 국장으로 일하며 주로 문맹이나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교육을 실천했다. 1964년 브라질 군사 독재 정권이 들어서며 더 이상 활동할 수 없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반역자로 투옥되기도 한다. 이후에는 칠레에서 농업 개혁 운동을 하다가 페다고지 출판 후에는 교육 개혁의 고문으로 여러 나라를 돌아다녔다.


억압된 자들을 위한 교수법Pedagogy of the Oppressed

프레이리는 기존의 교육 그러니까 보편적 지식과 상식은 불평등을 강화한다고 말하며, 기존의 지식전달자와 지식수신자의 수직적 일방적 교육에서 벗어나야 인간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교사-지식전달자-억압자

학생-지식수신자-피억압자


대화는 배움의 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으로, 내용뿐 아니라 형식, 관계, 환경 등 모든 것을 지칭한다. 대화적 행동이라는 것은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행동인데 협력, 문화의 종합, 일치, 조직 등을 말하는 것이고 일상적 의미의 대화는 포함되지 않는다. 프레이리는 문제제기식 교육이 비판 의식을 고양시키고 주체적으로 지식생산자가 될 수 있는 길이라고 말했다.


비판 의식이 이루어지는 과정을 의식화(Conscientization)이라고 한다. 자신의 인식 수준과 세계 사이의 모순을 인식하게 하고 억업적 상황에 저항 가능하게 한다. 이런 변화 과정은 대화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프레이리는 문제제기식 교육에 대비되는 개념으로 은행저축식 교육을 말한다. 이것은 단순히 길들이는 훈련이며, 주입식/설교식 교육으로 학생뿐 아니라 교사까지도 억압을 내면화하고 억압적 의식을 재생산할 뿐이라고 말한다. 억압을 유지하고 보존하고 존속하는 도구이다. 학생이 여기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순응하고 적응하는 것 뿐, 선택지가 없다.


문제제기식 교육에 대해서는 목록으로 제시하지 않는다. 프레이리는 문해교육을 시작하기 위해 선택하는 단어(생성어)는 배우는 자의 삶의 맥락을 알아야 하며 생성 주제(대화적 매개)는 세계를 볼 수 있게 하는 주제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모두 다른 상황에 다르게 적용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획일적인 교육법을 제시할 수 없는 것이다.


인간성을 외복하기 위해서는 억업자와 피억업자 모두 비인간화되어 있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정신적으로 물질적으로 소외되어 있고 인간을 상품화하고 사물화하는 사회에서 양자 모두는 이중적 존재, 분열된 존재로 살아간다. 해방은 자유를 향한 문화적 행동이라고 말한다. 피억압자가 해방될 수 있는 방법으로 비판적이고 상철적인 지식생산자가 되어야 한다.


70/80년대 대한민국 억압적 상황 속 프레이리의 교육법은 ‘불순한 사상’으로 여겨졌다. 체제 전복적이라는 이유로 반공적으로 취급했고 판매가 금지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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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의 밤
로베르토 볼라뇨 지음, 우석균 옮김, 알베르토 모랄레스 아후벨 그림 / 열린책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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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한국에서 문학을 그렇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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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어 사전 (리커버) - 지식 세계를 항해하는 교양인을 위한 최소한의 인문학
남경태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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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념의 연쇄는 이론을 구성한다.”
처음 인문학 도서를 읽기 시작하고 가장 큰 장벽은 개념어이다. 전통적인 형식의 사전에는 정의를 검색해 봐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되지 않았고, 일상어로 사용하고 있는 단어는 모르고 지나치기도 했다. 구매한 지 3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펼쳐 보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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