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드워드 사이드 컴북스 이론총서
박홍규 지음 / 커뮤니케이션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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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독서모임에서 《컴북스 이론 총서》를 진행한다고 했을 때 강력하게 에드워드 사이드를 주장했던 건 (함께 진행한 책의 강신주도 지적했듯이)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이 어떤 이론을 배우든 그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좀 더 현실적인 이유로는 삼겹살 두 근 무게의 『오리엔탈리즘』을 읽을 자신이 없고, 읽고 싶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아주 좋은 입문서고 누구에게든 자신 있게 추천한다! 《컴북스 이론 총서》뿐만 아니라 출판사 이름을 건 이론 총서를 읽어 보면 난이도나 경향이 일정하지 않다. 어떤 저자는 내용을 전제하고 써 버려서 입문서의 역할을 못 하고, 어떤 저자는 자기 시각이 너무 부각되어 해설서의 역할을 못 한다. 물론 이 책도 박홍규의 이야기로 가득 차 있지만 그 서술 방식이나 태도가 '사이드적'이기 때문에 에드워드 사이드의 이야기가 되는 셈이다.

   에드워드 사이드는 서구가 만들어 놓은 비서구의 개념과 이미지에 대해 말하며 제국중심주의를 비판하는 동시에 민족주의를 비판한다. 특히 문화 영역에서는 제국의 통치 없이도 식민화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지적한다. 여기서 사이드는 서구 문화를 비판하며 융합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며 다소 낙관적인 대안을 제시한다. 이 순진한 방법은 비서구 문화가 동화되는 방식으로 나아가기 쉽다. 또 융합을 주장하지 않아도 모든 문화는 혼종성을 가지기 때문에 융합을 주장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민족 단위가 아니라 지역(local) 단위의 문화를 지키는 방식으로 나가면 서구의 맥락에 포섭될 수 없는 다양한 문화가 보존될 것이다.

   사이드에게 가장 인상깊은 것은 지식인에 대한 태도이다. 지식인은 권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지만 지금의 엘리트들은 권력과 결탁해 또 다른 권력이 되었다. 사이드의 말대로 지식인은 공적이며 자유로워야 한다. 자본에 복종하고 봉사하는 지식인은 지식인이 아니다. 박홍규도 이 부분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했다. 그는 사이드 전공자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설득력을 가진다. 지식을 권력화하려는 사이드 전공자를 지적하고 대항한 지점은 높이 산다. 하지만 저자에게도 앎과 삶의 일치가 쉬운 작업은 아니었나 보다.

   개인적인 이야기를 잠깐 해 보자면 나는 모임원들과 하는 이 작업이 좋다. 역사, 철학, 정치를 읽고 배우는 이 시간이 좋다. 내가 존경하는 선생님은 이 모임이 꼭 대학원 세미나 같다고 했다. 제도에 편입되지 않고 순수하게 지식을 나눌 수 있고, 그 과정이 괴롭기보다 즐거워서 만족한다. 주위 대학원을 가는 친구들의 유형과 대학원 생활을 보면 많은 것들이 안타깝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나와 같이 저항하는 혹은 의도치 않게 저항하고 있는 친구들이 참 든든하다.

   사이드를 읽으면서 푸코의 감시자 개념과 에두아르 글리상의 혼종성 개념을 좀 더 공부하고 싶어졌다. 푸코는 2차가 많으니까 올해 꼭 도전하겠다. 글리상은 검색 가능한 1차나 2차는 없고 논문도 거의 없고, 내가 접근 가능한 것은 이미 다 읽었다. 철학 출판사에 들어가면 내 반드시 에두아르 글리상을 기획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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