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우버바흐의 막이 올라가고 모두가 경외감에 싸이는순간,솔렌과 친구들은 그 어떤 기시감에 아득했을까.
극장에서 판매하는 의상을 산 사람들은 아마도 그것을입을 일이 거의 없을 것이다. 특별하게 제작된 옷일수록 과도하게 연극적이기 마련이므로. 그러나 생이 연극임을 잊지 않는 이들의 옷장에 사라진 무대의 의상이 한 벌쯤 걸려 있는 풍경을 상상해보는 일은 즐거웠다. 그 옷은 반드시 유효했던 한작품의 필요에 의해 손수 지어졌으며, 오로지 한 인물, 한 배우의 몸만을 위한 것이었다. 말하자면 가상이면서도 실제인,
발생하면서도 소멸하는, 어떤 고유함을 위한 일이었다. 그리고 그런 일들은 세상에 그다지 많지 않다. 그래서 그 일을 좋아한다고 솔렌은 말했다.
그 의상들은 대체로 아름답겠지만, 때로는 추한 복장을만들어야 할 때도 있다. 그때는 요청되는 추합을 제대로 달성함으로써만 또 하나의 아름다움에 기여할 수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연의 끝에 밝혀지는바, 카스텔루치의 제전에서 사람을 대신해 춤춘 것은 수십 마리 소의 뼛가루였다. 실제로 오늘날 그것은 대규모로 생산돼 비료로 사용된다고 한다. 
우리는여전히, 어떤 생명들을 희생하여 봄의 비옥을 맞이하고 있다.
나는 언 몸으로 객석에 앉아 죽은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세상의 어떤 죽음도 단일하게 종결되지 않는다는 새삼스런 사실을 실감했다. 전설 속의 지목된 여성도, 저 많은 동물들도, 사랑했던 당신도, 나를 대신해, 나의 봄을 대가로 죽었음을 실감했다. 그리고 그 뼈아픈 진실 속에서, 인간의 백 년이란 너무도 짧은 것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사랑은 인간을 나약하게 하므로,
인간은 사랑에게 지고 말 것. 
사랑하기 때문에 기어이 서로의눈을
응시함으로 서로를 죽게 만들 것.
사랑하는 이가 자신을 바라보지않는 
것을 사랑인줄 믿고 인내할수있을까.에우리디케의 마음이 무너질 것을 
탄식하며 오르페우스는 미리 울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처 외국어로 번역되지 못한 비극들, 그 카페에서, 외국어 사이에서, 그렇게 나는 문득 홍재하를 생각했다.
그는 최초의 재불 독립운동가로, 전쟁 중 시체를 치우는 일로돈을 벌어 임시정부에 자금을 댔고, 때로 도망 온 사람들을 숨겨주었고, 그러다 해방이 온 뒤 이내 전쟁이 터진 고국을 보며절망했던, 다시는 그곳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이었다. 그의유품 중에는 한글로 쓰인 편지가 가득했지만 프랑스인 아들은 그것을 읽지 못했다. 다만 누구든 한국 사람을 만나게 되면읽어달라 부탁하려 평생을 품고 살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공간에서제일 먼저 우리는 책상과 의자를 치워 공간을 비웠다. 그리고 거기 서서 우리가 속한 그곳을 바라보았다. 언제든 수업을 하러 강의실에 들어가면 먼저는 그 일을 하라고 위그가 말했다. 가만히 서서 공간을 감각하는 일. 이제 곧 이야기가 번질, 나의 목소리가 울려나올 그곳. 이때 공간을 감각한다는것은 그 공간 속에 존재하는 나를 잊지 않는 일이다. ‘내가 여기 있어.‘ 그것을 느끼는 일로부터 모든 것이 시작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