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사는 동안 내겐 몇 번인가 연애와 결별이 찾아왔는데, 옛 애인들과 결국 헤어지고 만 건 누구의 일방적인 탓이라기보단 그들과 내가 서로 욕망하는 게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사람들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바가 무엇인지 제때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 그 사실은 여전히 나를 놀라게 한다.
사람들은 기어코 사랑에 빠졌다. 상실한 이후의고통을 조금도 알지 못하는 것처럼. 그리고 그렇게 되고 마는데 나이를 먹는 일 따위는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삶이 들려주는 대답은 그 의미가 단 한번으로 완결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때로 지금까지 해온 일들에 사로잡히기보다 흘려보낼 때, 그때 인생이 알려주는것들이 있을지도 몰라요.
사정이 어떻든 간에 예전처럼 사람들을 돕고 살지 못하는 것, 그것이 늘 내 마음의 짐이다. 그래서 무엇이든 내가있는 자리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을 구하자, 그렇게 달래며 지낸다. 그렇다고 해도 말이야. 내가 이 친구들이 아니었다면병석에서 일어날 수 있었을까. 사랑과 책임이 나를 억지로일으켰지. 억지로 움직이다보니 서서히 힘이 붙었지.늘 그랬듯, 내가 구했다고 여긴 것은 실은 나를 구한 것이었다.
사진 속에는 시간이 흐르지 않는다. 어머니는 그걸 아시고 살구꽃이 만발했을 때 그 아름다운 풍경 속에 식구들의 모습을 담아놓고 싶어 하셨고, 할머니는 그게 얼마나 부질없는 일인가를 알고 계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