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나와 저애의 판이다. 누구의 방해도 공작도 허용될 수 없는 무당들의 판이다.(…) 이제는 내 차례다. 수박도 쩍 갈라놓을 만큼 밤새 매섭게 벼려놓은 칼날이살갗에 닿고 신경을 지난다. 나를 보는신애기의 표정이 일그러진다. 피가 흐르고 있겠지. 이미 입안에서도 비릿한 피비린내가 진동하니까. 하지만 중요치 않다. 아픔도 고통도 느껴지지 않는다.
하기야 존나 흉내만 내는 놈이 무얼 알겠냐만은. 큭큭 큭큭큭큭.
삼십년 박수 인생에 이런 순간이 있었던가. 누구를 위해 살을 풀고 명을 비는 것은 이제 중요치 않다. 명예도, 젊음도, 시기도, 반목도, 진짜와 가짜까지도.가벼워진다. 모든 것에서 놓여나듯. 이제야 진짜 가짜가 된 듯.
‘서버에서 바로 입맛을 조정해줬나봐. 이러면 어떻게 요리하든 상관없지 않았을까?""그래도 요리하지 않았으면 상상할 수 없었을 거야.""그랬을지도."<껍데기뿐이라도 좋으니>
나는 그렇게 삶과 죽음 사이에 놓였다. 부모님이 사망신고를하고 내가 회생 신청을 하지 않는 사이, 내 신분은 슈뢰딩거의 고양이처럼, 존재와 비존재를 확률적으로 오가는 양자처럼 유예 상태에 놓였다.<느슨하게 동일한 그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