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존재가 인위적인 필요에 의해 계획되고 구성된 것에 불과하다면 어디에서 삶의 근원을 찾을 것인가.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들은 종교나 이데올로기, 믿음을 상실해도 어딘가 마음 한 구석에기댈 곳이 있다. 말하자면 생명의 탄생이라는 차원에서,그 개별적인 동시에 집합적인 우연과 사랑, 오해의 중층적 결정 속에서 태어났다는 사실 자체가 우리가 길을 잃지 않도록 한다. 그러나 그들은 다르다. 그들이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나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다.
만일 어떤 에피소드에 끝이 있다면 그 시작이 어디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끝과 시작이 있다면 우리는그 일의 인과 관계에 대해서도 알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에는 끝이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일은 끝난 뒤에도 남아 사라지지 않는다. 처음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우리가 존재하기 전부터 그 속에 있었고 그림자 속에서 태어난 것처럼.
내용이 쉽지 않지만 곳곳에 따뜻함이 느껴져 좋았습니다.가을에 찬찬히 읽어보길 추천합니다.
우주선 전체가 흔들렸다. 그리고 우리는 다른 차원으로 빠져들기 시작했다. 물리법칙이 물구나무선 듯 뒤집히고 경계가 와해됐다. 과거의 시간과 현재의 시간은 미래 속에 있고 미래는 과거 속에 있었다. 시간이 돌이킬 수 없는것이라면 원인과 결과는 무의미한 것, 끝과 시작은 늘 함께 있었고 시간과 공간의 바깥은 늘 현재였다. 나와 서머스는 하나이자 둘이었고 모두이자 단독이었다.
결국 내가 한 건 내가 할 수 있는 거였던 거야. 진양이말했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 원인은 결과에 의해서 소급적용되는 거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