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그 탑을 시나르의 평원에 눕히고 한쪽 끄트머리에서 다른 끄트머리까지 걸어간다면 족히 이틀은 걸릴 것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건 환경주의가 아니라 환경주의적인 것이었다. 둘 사이에 심연이 가로놓여 있다는 사실은 바보가 아닌 이상 누구나 알았다. 알고도 모르는 척했으며, 모르는 척한다는 것도 서로 모른 척했다. 일종의 공모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아닐까. 만약 집주인이 세를 놓은 적 없다고 오리발 내밀면 어떻게 한단 말인가. 확실한 절망보다는 불확실한 희망이 낫지 않나. 그리하여 은협이 내게 다시 한번 임시은협이 되어주기를 요청한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집주인한테 전화는 했나요?"은협이 내 시선이 닿은 곳을 따라가더니 겁먹은 듯 물었다.했길 바라는지 하지 않았길 바라는지 알 수 없었다. "했겠죠?""했어요." 내가 미래를 과거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