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백한 수업권 침해였다. 수강생들이 수업을 외면할 수는있지만, 누가 자신에게 무엇을 가르치거나 가르치지 말라고지시할 수는 없었다. 이 민원은 나의 불가침한 권리를 파괴하려는 시도 아닌가. 게다가 학생이 까다로운 『자본론』에 관심을 보였다는데, 거기에는 반드시 보호하고 독려해야 할 지적 호기심이 있지 않나. 자신은 물론 학생의 권리를, 나아가 ‘사상의 자유‘를 위협하는 민원이라 생각하자 반항심을 더 정당하다 여길 수 있었다. 삶에서 한 번은 맞닥뜨릴 거라 예감한, 파괴될지언정 패배해서는 안 되는 시험이 먼 길을돌아 눈앞에 나타난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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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평가하는 것 같은 그 눈이 싫어요. 그 눈을 보면 매번평가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언젠가 들킬 것 같아 내가 얼마나 별로인 사람인지, 내가 얼마나 별로인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지들이 뭐라고..그렇게 말하자 어쩐지 얼굴이 뜨거워졌다. 현철이 한참 뒤에야 말을 꺼냈다.
그건 미워하는 것보다 무서워하는 것 같은데요. 근데,
너무 무서워하다보면 미워지게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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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그런 표정으로 말하면 나는 그를 이해하지 못하다가도 이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해해야 할 것 같았다. 내가 이해하지 않으면 누가 그를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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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두 사람은 충분히 실제로 있을 법한 사람들이면서도 실제의 상황을 초과하는 사람들이다. ‘현실‘이란 묘한 것이라 많은 이가 오늘날 세계가 처한 현실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그와 별개로 자신의 ‘현실‘을 유지하며 살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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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죽는 것도 이응 같은 거라고 했다. 이응처럼 코스를선택할 순 없지만, 이응의 컬러볼처럼 삶에서 죽음으로 굴러가는 거라고. 이 색에서 저 색으로 바뀌는 것뿐이라고. 이응을 하는 것처럼 억눌려 있던 게 풀리면서 기분 좋게 흩어지는 거라고 했다. 아마 자신은 묵은똥을 싼 것처럼 가뿐할 것 같은데, 몸뚱이를 갖고 사는 게 늘 조금은 힘겨웠으니 거기에서 풀려나면 얼마나 시원하겠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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