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토로의 희망 노래 미래의 고전 16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일본인들이 버리고 간 땅, 황무지와도 같았던 땅 우토로를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낸 사람들이 있다. 온갖 수모와 핍박에도 굴하지 않고 일구어낸 우토로를 이제와서 자신들의 땅이라 우기는 염치없는 이들도 여기에 있다.

 일제강점기 비행장을 만들기 위해 일본인들은 조선 사람들을 동원했다. 비행장이 완성되면 조선으로 돌아가 가족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달콤한 꿈에 젖어 장비도 없이 맨손으로 힘들게 일했건만, 전쟁에서 패하면서 비행장이 필요없게 된 일본인들은 비행장은 물론 조선 사람들을 그곳에 남겨둔 채 떠나고 말았다. 오갈곳을 잃은 우토로 사람들은 그곳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 열심히 살았지만 갑자기 나타난 땅 주인이 조선 사람들을 쫓아내려 한다. 한 편 6.25 전쟁 이후 한국은 일본에서 돈을 빌리는 대가로 재일 조선인에 대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으니 우토로의 조선인들은 어떠한 도움이나 희망도 기대할 수 없었다. 자신들의 조국으로부터도 버림을 받은 것이다.

 이 책은 어린 소녀 보라의 시각에 비친 우토로를 그려내고 있다. 한줄기 빛도 희망도 찾을 수 없을 것같은 그 곳, 엄마도 그리 떠나고 싶어하는 우토로를 할머니만큼은 끈질기게 지켜내려 몸부림친다. 조센징이라 불리며 혹독한 세월을 견뎌냈지만 그 세월 속에서 절망과 좌절을 경험하기 보다 강인한 정신력과 끈질긴 생명력으로 버려진 땅 우토로를 마침내 사람이 살만한 땅, 나의 고향이라 말할 수 있는 삶의 터전으로 만들어 놓고야 만것이다.

 실화이기도 한 이 이야기는 동화 속에서는 다행스럽게도 해패앤딩을 보여준다. 작가의 바램이 담겨있었겠지... 하지만 현실에선 아직 진행형이다. 보라 할머니가 우토로를 지켜내기 위해 그랬던 것처럼 우토로의 조선인들은 지금도 쉬지 않고 투쟁중이라고 한다. 언제쯤 그들이 기쁨의 환호성을 지르게 될런지는 알 수 없으나 황무지였던 우토로를 살려낸 강한 의지와 정신력이라면 반드시 동화와 같은 해피앤딩을 맞을 수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자신이 조센징인 것이 수치스럽고 할머니를 이해하지 못했던 보라가 결국 자신의 뿌리를 이해하고, 정체성을 회복해 당당하고 적극적인 모습으로 변했다. 이 책을 읽는 우리들 역시 그들의 아픔이라 방관하며 수치스러운 역사의 일부분이라 여기기 보다 우리의 아픔으로 받아들여 함께 이루어 가야 할 일임을 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번도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재외 국민들의 애환을 가슴 아프게 만나 본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