떴다, 벼락이 - 정과 덤이 오고 가는 우리 동네 시장통 이야기
홍종의 지음, 한수자 그림 / 샘터사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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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에서 15분-20분 쯤 걸어가면 꽤 큰 시장이 있다. 집 근처에도 작은 시장이 있긴 하지만 살거리가 별로 없어 제대로 장을 보려면 운동삼아 걸어가곤 한다. 먼 곳에서도 찾아올만큼 없는 것이 없고, 좋은 물건이 많은 재래시장이다. 얼마전 뉴스를 통해 그 시장에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접하고 얼마나 놀았던지... 시장 문을 닫아야 할 정도의 피해는 아니어서 약간의 보수 후에 다시 활기를 찾은 시장의 모습에 안도감이 들었더랬다. 집 가까이 작은 시장 말고도 지금은 없어진 마트가 있어서 솔직히 재래시장을 찾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다. 화재 소식에 혹시나 시장 문을 닫게 될까봐 걱정했던 것을 생각하면 발길은 편리한 마트를 향했지만 마음은 늘 푸근한 시장을 향하고 있었다는 걸 깨달았다.
 

  꽤 큰 시장이라 꼭 무언가를 사기 위해서만 아니라 이것 저것 구경하는 재미도 있다. 비 오는 날이면 그 냄새가 더 식욕을 자극하는 즐비하게 늘어선 부침가게들, 싱싱한 생선가게, 산에 들에 나는 모든 산나물, 채소들이 모여있는 가게들, 정육점, 딸아이 손을 잡고 갈라치면 한참을 실갱이를 벌여야 하는 예쁜 신발이 가득한 가게, 우리집 수조의 고향인 예쁜 물고기가 가득한 수족관집, 그리고 시장에 들를 때면 거의 빼놓지 않고 들리는 막 쪄낸 찐빵과 도넛을 파는 가게 등등... 결혼 하기 전부터 다녔던 시장을 이제 아이 손을 잡고 다니는 재미가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장사를 하고, 또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북적이는 곳 '두리시장' 그곳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병학이, 아니 병학이라는 이름이 잘못 불리워져 불리기 시작한 벼락이가 더 잘 어울리는 녀석, 좀 과하다 싶은 벼락이의 붙임성이나 장사 수완, 말투나 행동이 또래 아이들과 좀 동떨어져 보이기는 하나 종횡무진 벼락이의 활약상과 친구들의 이야기가 그냥 나의 이야기, 내 이웃의 이야기로 소박하고 정감있게 다가온다. 대형마트에 가려 위기에 놓은 재래시장들의 현실을 책 속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시장을 지켜내려는 상인들의 노력과, 정으로 뭉친 그들의 이야기가 아~~ 이곳이 바로 사람사는 곳이라는 걸 다시금 느끼게 해준다. 겨울에는 따뜻하고, 여름에는 시원한 실내에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는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더 익숙한 아이들에게 한번 쯤 읽혀보면 좋을 것 같다. 한 줌 더 쥐어주는 덤보다 더 넘치는 정과 사랑이 오가는 사람사는 냄새 가득한 재래시장이 더 많아졌으면, 그곳을 찾는 사람들로 좀 더 북적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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