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나와 타자들 - 우리는 어떻게 타자를 혐오하면서 변화를 거부하는가
이졸데 카림 지음, 이승희 옮김 / 민음사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북 베스트셀러에 높은 순위로 있길래 궁금했는데, 민음사에서 북클럽 가입자 대상으로 신청 받은 서평단에 당첨되어서 읽게 되었다.

개인적으로 비문학은, 특히 외국 학자가 쓴 책은 핵심 내용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내가 대충 읽고 푸는 버릇이 있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그래서 이런 책을 읽을 때면 꼭 필기를 하게 된다. 필기를 한다고 해서 이해가 쉽게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핵심 단어 정도는 눈에 더 잘 들어온다.

나는 요즘 나 자신, 그리고 나를 포함하고 있는 사회에 대해 관심이 많아졌다. 그래서 철학책과 법에 관한 책들은 많이 찾아 보았으나 막상 사회학을 다루는 책은 읽어본 적이 없다. 사회학은 내게 생소한 학문이기도 했고, 사회학 용어에도 무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데에 더 어려웠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의 작가는 철학자다.)

"우리는 다원화된 사회에 살고 있다."

이 책은 위 명제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이런 사회에 산다는 건 도대체 무엇을 뜻할까?" 라는 물음을 제시한다.


다원화 사회는 예전의 동질사회와 비교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동질사회는 폭넓은 정치개입과, 폭력과 억압을 동반한다. 물질적, 정서적 일치가 중요했고 '민족'이라는 개념을 중요시했다. 우리나라로 비교하면 1970-80년대까지의 사회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그에 반해 다원화 사회는 더이상 '민족'이라는 개념에 얽매이지 않는다. 다원화 사회를 살고 있는 인간들은 '동화'된 사회가 아니라 사회적 '통합'을 꿈꾼다. '민족'이라는 당연한 소속과 문화에 종속되었던 동질사회와 달리, 당연한 소속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러한 다원화 사회는 3세대 개인주의를 의미한다. 3세대 개인주의는 의식적 정치개입이 필요했던 2세대 개인주의와 달리 정치운동 없이 목적 없는 변화가 낳은 효과로, 우리 각자 안에 자리 잡은 다양성을 존중한다.

동질사회에서 다원화 사회로 변한 만큼 종교와 문화, 정치 역시 변화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원화 사회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있으며, 무엇을 할 것인가? 저자는 역시 이러한 물음을 던지며 책을 끝마치고 있다.

세태를 관통하는 통찰력은 현 세대에 거의 필수적인 요소이다. 하지만 시대가 급속하게 변화하면서 현재를 바라보는 것도 어려운 현실인데, 미래를 내다보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 어려운 걸 이 책의 저자는 성공했다. 하지만 나는 이 책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다. 다원화 되고 개인주의가 팽배한 이 시대에서 우리는 타인과 어떠한 접촉을 하고,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할까. 우리는 어떤 식으로 변화해야 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시의 인기척 이규리 아포리즘 1
이규리 지음 / 난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이기도, 문장이기도 한 글들의 나열. 시보다는 쉽고, 수필보다는 짧으면서, 그렇다고 가벼운 글들은 아니라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한번 쯤 이런 책을 읽고 싶었는데, 이를 '아포리즘'이라는 단어로 정의한다는 건 처음 알았다.

"내가 너를 먼저 생각한다면 조금 더 잘 죽게 될 거야."
"시는 사랑이 아니라 사랑의 실패이다."

등 내게 울림을 주는, 명문장이 많았다. 좋은 날 카페에 앉아 필사하기 좋은 책.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디지털 유인원
나이절 섀드볼트.로저 햄프슨 지음, 김명주 옮김 / 을유문화사 / 2019년 4월
평점 :
절판


현재의 우리는 진정한 디지털 유인원이다.”

 

다윈주의 생물학에 의하면 모든 종은 환경에 적응된 동시에 항상 환경 변화에 의해 위협받는다. 4차 산업혁명인 이 시점에서 우리 호모 사피엔스들에게 환경 변화, 인공지능 시대의 도래가 될 것이다.

 

2020년이 가까워진 현재, 기계는 초복잡성을 띄고 있다. 기계는 이미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수준으로 발전했다. 정밀한 기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우리는 모른다. 기계를 다루는 소수만 알고 있을 뿐이다.

 

기계는 이미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익숙한 패턴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서, 기차와 자동차 중에 사고 발생 확률은 기차가 훨씬 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기차 사고가 한 번 나면 기차 대신 더 익숙한 자동차를 이용한다. 계단과 엘리베이터도 마찬가지이다. 계단에서 사고가 나는 것이 확률은 더 높지만, 엘리베이터를 무서워하는 사람은 종종 봤어도 계단을 무서워한다는 사람은 거의 본적이 없다. 이에 대해 이 책은 디지털 유인원은 집단적인 위험을 평가할 때 확실히 디지털 쪽으로 더 기울고 유인원 쪽으로 덜 기울 필요가 있다.’ -p.89 라고 한다. 이 역시 우리에겐 디지털보다 유인원이 익숙하기 때문이다.

 

기계가 발전함에 따라서 기계들끼리 서로 경쟁하는 기계 일반의 생존문제가 대두될 것이다. 그리고 기계는 우리를 초월할 것이다. 지금도 그렇다. 당장 자신이 들고 다니는 스마트폰보다 똑똑한 인간이 있을까? 기계가 우리를 초월한다는 것은, 기계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하지만 기계의 통제권을 뺏기진 않을 것이다. 우리가 무서워해야 하는 건 기계와 그 기계의 통제권을 독점하는 엘리트의 결합일 것이다.

 

우리, 디지털 유인원은 디지털만으로 이뤄진 관계를 맺게 될 것이다. 또한 로봇과의 개인적 관계가 급증할 것이다. 우리는 지금도 애플의 시리, 삼성의 빅스비에게 말을 걺으로써 일상에서 도움을 얻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계속 확장될 것이다.

 

결론은 이러한 여러 가지 스마트 기계 덕분에 우리의 마음이 우리가 동물로서 가진 억눌린 욕구보다 크게 확장되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더 행복해졌고, 이는 갈수록 커져갈 것이다.

 

이 책은 급변하는 세태에 맞춰 디지털 유인원과 그들에 기반한 사회적 현상을 효과적으로 설명하였다. ‘디지털에 초점에 맞춰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기술에 대해 소개하기도 하고, ‘유인원에 초점을 맞춰서 생물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도 한다. 현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이라면 한번 쯤 읽어볼 만하다. 번역도 깔끔한 편이다.

 

다만 조금 아쉬웠던 점은, 자잘한 오타와(336페이지의 그런던가출간되기 전에 책을 받아본 거기 때문에, 정식 출판본에선 수정되었을 수도 있다.) 문과출신에 인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내 기준에서 봤을 때, 이 책의 내용을 이해하기 조금 버거웠단 점이다. 그래도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술과 기계의 발전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감수하고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버드 스트라이크
구병모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눈가리고 책읽는당’ 활동 덕에 출간 전에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책 표지에 있는 단서는 새인간, 작은날개, 영어덜트소설이었는데, ‘영어덜트’라는 단어 때문에 혹시 손원평 작가님이신가 생각했었다. (손 작가님의 ‘아몬드’를 재밌게 읽은 기억이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 검색해보던 중 ‘마법빵집’이라는 키워드를 보았고, 바로 구병모 작가님인 걸 알아챌 수 있었다. 제목은 상상력이 부족한 탓에 ‘비오의 날개’ 정도로만 짐작했다.

나는 그 사람이 도시에서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중요한 인물인지 같은 건 알고 싶지도 않았고 묻지도 않았어. 우리에게 귀한 것은 이름뿐이었으니까. 서로를 부르고 대답할 수 있는 이름. 부르는 순간 세상에 단 하나만이 존재하는 것 같은, 평화와 친밀감과 흥분을 동시에 주는 이름. 단지 소리 내어 부르는 것만으로도 서로의 체취를 상기할 수 있는, 동시에 서로의 껍질 안쪽에 자리한 영혼이 돌출되고 마는, 그런 이름말이야. -p.88

“원한다면 그렇게 할 거야. 언제라도, 네가 나를 부르면.” -p.208

구병모 작가의 <버드스트라이크>는 ‘익인(翼人)’을 다루는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갖춘 소설이지만, 인간의 차별과 폭력, 권력의 부조리 등 현실적인 문제도 다루는 작품이다. 이러한 현실의 굴레 속에서 다치고, 깨닫고 성장해가는 주인공들을 보며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구병모 작가님의 신작 <버드스트라이크>! 구병모 작가님의 문체를 좋아하는 분이시라면, 구병모 작가님의 끝없는 상상력을 느껴보고 싶으시다면, 책이 주는 몰입감에 흠뻑 빠지고픈 분이시라면 무조건 추천합니다. 좋은 기회로 구병모 작가님의 신작을 읽을 수 있게 해주신 창비 담당자 분 감사드립니다. 좋은 작품 써주신 구병모 작가님도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익숙한 길의 왼쪽 - 황선미 산문집
황선미 지음 / 창비 / 2019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한국 동화 사상 최고의 베스트셀러 ‘마당을 나온 암탉’의 저자 황선미 작가의 에세이 <익숙한 길의 왼쪽>을 읽었다. 나는 일기 같기도 하고 기록 같기도 하고 삶 같기도 한 산문을 사랑한다. 수필은 삶의 한 갈래에 속한다. 수필이 문학이 될 수 있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라고 생각한다.

황선미 작가의 산문은 이번에 처음 읽는다. 생각보다 어두운 이야기들이었고, 생각보다 더 위로가 되는 글들이었다. 타인의 이야기는 늘 다른 감동을 준다. 작가가 겪고 감내해온 세상을 작가의 시선으로 쓴 글을 읽으며 내가 나중에 이런 일을 겪게 된다면, 내가 작가였다면 어떻게 했을까 하는 고민이 들었고, 작가와 비슷한 현실에 처해있는 내가 어떻게 버텨내야할지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이 책에서 제일 돋보였던 문장들은 유년 시절 이야기다. 장녀로서, 가난한 집의 딸로서 겪었던 작가의 상처가 진하게 묻어나왔다. “나는 엄마가 나를 사랑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문장에서 느껴지는 작가의 고독이 나에게도 밀려왔다. 어렸을 적의 작가를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독자인 나와 고독을 나누어 작가님의 고통이 조금이나마 상쇄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사랑에 대해 다루진 않았지만 사랑을 느낄 수 있었던 책이다. 고독할 순 있어도 고독으로 인해 슬퍼하지는 않기를. 같이 고독하며 같이 사랑하기를. 이 책에 나오는 말처럼, 사람의 집은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가 느낄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 3 | 4 | 5 | 6 | 7 | 8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