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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걷는 소설 ㅣ 창비교육 테마 소설 시리즈
백수린 외 지음, 이승희 외 엮음 / 창비교육 / 2023년 4월
평점 :
『함께 걷는 소설』은 창비 교육에서 출간된 테마 소설 시리즈 중 하나로 우정을 주제로 한 단편 소설 7편을 수록하고 있다.
7편의 소설은 우정이라는 동일한 주제를 하고 있지만 7인 작가들이 제각기 가지고 있는 감성과 개성을 녹여내서 작품마다 독특한 느낌을 주며 독자들에게 강한 인상과 울림을 주고 있다.
소설 속 작품들은 청소년 시기의 우정뿐만 아니라 다양한 세대와 계층의 모습을 섬세하게 담아내고 있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다양한 우정의 모습과 그 속에 담겨 있는 감정과 이야기를 경험할 수 있다.
백수린의 '고요한 사건'
달동네인 소금 고개로 이사 온 소녀의 눈에 비친 계층 간의 미묘한 갈등을 그리며 그 속에서 이어지는 청소년기 우정에 대한 추억을 들여다본 작품이다.
강석희의 '우따'
프랑스 명문학교에서 발생한 인종차별에 맞서다 감옥에 가게 된 우따라는 친구를 바라보는 주인공의 심경과 우따가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읽으며 자신의 신념을 지키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다.
김지연의 '굴 드라이브'
동희는 학창 시절 자신을 싫어하던 반장과 십여 년 만에 우연히 만나게 되고 뜬금없는 사과를 받게 되지만 동희는 반장의 사과를 받지 않는다. 해묵은 감정의 찌꺼기가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형태의 우정이 생기기 시작한다.
천선란의 '그림자놀이'
상처받지 않기 위해 공감 능력 제거 수술을 받는 미래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김사과의 '예술가와 그의 보헤미안 친구'
수영이 우정이라 믿었던 관계가 실은 그런 관계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10년이 지난 후에야 깨닫게 된다.
김혜진의 '축복을 비는 마음'
청소 대행업체에서 만난 인선과 경옥의 동료애를 그린다.
7편의 단편 모두가 좋았지만 특별히 기억에 남는 작품은 이유리 작가의 '치즈 달과 비스코티'였다.
"던져! 날 던지라고!"
이것저것 잴 것도 없었다. 나는 마법에 걸린 허수아비처럼 손에 든 것을 던졌고 그것은 날아가서 그놈의 이마 한가운데를 정통으로 맞혔다.
함께 걷는 소설 p.57
학교 폭력에 시달리던 주인공은 어느 날 '나를 집어던지라'라는 돌멩이의 목소리를 듣고 처음으로 괴롭힘에 맞서지만 오히려 학교생활은 더욱 험난해진다.
이후 주인공은 돌멩이들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대화를 하면서 자신이 무척 외로움을 느끼고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여러 돌멩이들과 만나고 헤어지는 과정에서 죽이 척척 맞는 '스콧'이라는 돌멩이와 친구가 되는데 항상 스콧은 자신의 호주머니에 넣어 다닐 정도로 소중한 존재가 된다.
"돌이랑 대화할 수 있다면서요? 지금 잃어버린 돌도 당신 친구죠?
정말 미안해요. 난 당신 말 다 믿어요. 정말 미안해요. 당신 친구를 찾을 수 있다면 뭐든지 할게요."
함께 걷는 소설 p.71
주인공은 어머니의 권유로 심리치료를 받으러 간 그곳에서 쿠커라는 남자를 만나게 된다.
그리고 얼떨결에 주인공과 스콧, 쿠커 셋은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된다.
여행 중에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쿠커를 구하는 과정에서 주인공은 스콧을 잃어버리게 되지만 잠수부를 동원하여 스콧을 되찾게 되고 이후 쿠커는 자신의 비밀을 고백한다.
쿠커의 예상치 못한 충격적인 고백에 주인공은 쿠커를 정신병자라고 생각한다.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방 창가에서 로켓처럼 밤하늘로 솟아오르고 있는 쿠커를 발견한다.
놀라움에 스콧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스콧은 차갑게 식어가며 더 이상 말을 건네지 않는다.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으로 세상과 단절을 택한 주인공은 마음속에 품고 있는 내면의 소리를 돌멩이에게 투영했을 만큼 그 깊은 외로움에 마음이 울컥해진다.
주인공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또 다른 사회 부적응자 쿠커를 통해 진짜 알고 싶었던 온전한 자기 자신과 마주하게 되고 진실한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된다.
자신을 믿어 주는 하나의 존재로 인해 소외받고 고통받는 주인공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고 회복의 기회를 갖게 되길 바라게 되는 소설이다.
우정의 다양한 모습 속에서 인간의 감정과 성장을 경험할 수 있는 『함께 걷는 소설』 읽어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