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지음 / 창비교육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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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향규... 이름이 생소한 작가를 만났다.

아직 한 번도 그의 작품을 읽어본 적이 없기에 어떤 글을 쓰는 사람이지 궁금했다.

나의 시선은 저자의 다양한 이력보다 다른 곳을 향한다.


사소한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하며, 잘 듣는 사람이 되고 싶다.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작가 프로필 중)

사소한 일에서 의미를 찾는 것 그리고 잘 듣는 것!!

이 두 가지는 나도 잘하고 싶은 것들이다.

자녀들이 아기였을 때 부모는 작은 소리에도 반응하며 의미를 부여하 듯 삶을 스쳐가는 작은 것들에도 감성을 느끼며 살아가고 싶다.

작가는 아마도 작은 일상에서도 숨어있는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중요하게 여기는 섬세한 사람일 것 같다.

아주 일상적인 사물과 장소는 때때로 내 기억으로 가는 통로가 된다.그 끝에는 나를 지탱하는 사람들이 서 있다.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이향규 작가의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은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마주하게 되는 사물이나 장소에 대한 단상이 담겨있다.

생명이 없는 것들이 작가의 손을 거치면서 그 안에는 온기와 사랑, 이해와 공감으로 채워진다.

사물을 매개로 인간과 세상에 대한 따뜻하고 다채로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식이 주는 위로는 기억에서 온다.

(중략)

오늘 아침 고사리나물, 미역국, 김치가 나를 위로한다.

나는 혼자가 아니다.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p.19

작가는 딸아이의 도시락을 싸는 과정에서 출산 후 먹었던 미역국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째 아이와는 달리 둘째 아이는 영국에서 태어났기에 병실에서 홀로 차가운 미역국을 챙겨 먹었던 쓸쓸한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며 누군가의 돌봄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프루스트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추억으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대작을 집필했다.

작품을 쓸 능력은 없지만 나에게도 프루스트 못지않은 음식에 관한 진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의 에피소드를 읽자마자 가슴에 호떡을 품고 왔던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겨울 차가운 바람에 식지 않도록 자신의 품 안에 호떡을 꼭 안고 왔던 그는 지금 호떡을 좋아하는 여자의 남편이 되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 먹었던 호떡보다 더 맛있는 호떡을 먹지 못한 거 같다.

작가가 건네는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내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소중한 추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책을 읽고 나서 집안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바라본다.

여행지에서 구입한 마그넷,

생일날 아들에게 받은 병따개,

여행 중 생각이 났다며 지인이 사다 준 책갈피.

주위에 있는 소소한 것들을 통해 따뜻하고 감동적인 순간의 추억을 소환하게 하는 감사한 책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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