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딸아이의 도시락을 싸는 과정에서 출산 후 먹었던 미역국에 대한 기억을 소환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째 아이와는 달리 둘째 아이는 영국에서 태어났기에 병실에서 홀로 차가운 미역국을 챙겨 먹었던 쓸쓸한 기억조차 시간이 지나 돌이켜보며 누군가의 돌봄이 있었음을 깨닫게 된다.
프루스트는 홍차에 적신 마들렌의 추억으로 『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라는 대작을 집필했다.
작품을 쓸 능력은 없지만 나에게도 프루스트 못지않은 음식에 관한 진한 추억을 간직하고 있다.
작가의 에피소드를 읽자마자 가슴에 호떡을 품고 왔던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겨울 차가운 바람에 식지 않도록 자신의 품 안에 호떡을 꼭 안고 왔던 그는 지금 호떡을 좋아하는 여자의 남편이 되었다.
이후 20여 년이 지났지만 그때 먹었던 호떡보다 더 맛있는 호떡을 먹지 못한 거 같다.
작가가 건네는 작은 일상의 이야기들이 내 기억 저편에 묻혀있던 소중한 추억을 떠오르게 해준다.
책을 읽고 나서 집안에 놓여 있는 물건들을 바라본다.
여행지에서 구입한 마그넷,
생일날 아들에게 받은 병따개,
여행 중 생각이 났다며 지인이 사다 준 책갈피.
주위에 있는 소소한 것들을 통해 따뜻하고 감동적인 순간의 추억을 소환하게 하는 감사한 책 『사물에 대해 쓰려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