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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크로폴리스 1 ㅣ 블랙펜 클럽 BLACK PEN CLUB 6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8월
평점 :
친구를 기다리다가 서점에서 1권을 읽었다. 조만간 다시 가서 2권을 읽거나 사서라도 봐야지, 하고 자꾸 뒷통수에서 뭔가 잡아당기는 것 같은 느낌을 받는 이유는 아마도 주인공이 남자이기때문일거다;
지금까지 시중에 나온 온다 리쿠의 책들을 -취향에 맞는 것만 골라-대부분 읽어서 그녀의 이야기가 낯설어서 계속 뒤가 근질거렸던 것이 아니다. 매력적인 라인맨은 그렇다처도, 주인공이 너무 걸렸던거다. 음. 역시 그녀의 모든 작품을 읽은 것이 아니어서 그런가? 하지만 이 책은 아마도 그녀가 나름 심혈을 기울여 쓴 '이야기'. -다른 작품도 물론 그렇겠지만 이 책은 온다 리쿠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마치 '흑과 다의 환상'에서 처럼 대놓고 듬뿍듬뿍 집어넣으려고 한 흔적이 역력하지 않은가;그러고보니 두 작품의 길이가 대략 제일 긴 편에 속한다.길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라인맨(내게만 그런가;)의 존재는 온다 리쿠의 소설에 계속 있어왔던 것 같다. '굽이치는 강가에서'에 나오는 신비하고 아름다운 두 소년. '보리의 바다...'에 나오는 요한. '흑과 다...'의 마키오. 혹은 뭐 대략 아름다움이 청소년(그것도 남자)에게 어필할 만한 중년 아키히코. 사요코나 단편 도서관의 바다에 나오는 아릿따운 남학생분들; 참. 네버랜드는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솔직히 읽고 나면 눈에 밟힐 정도로, 그녀의 작품에 나오는 주연급 남자들의 매력은 대단하다. 딱 '여자가 바라는 아름다움'을 가진, 이상적인 남자-반대로 말하면 절대로 실제와는 관계가 0에 가까운 남자들이 나온다고 해야하나.
또다른 타입은 삼월...의 1부 기다리는 사람들에 나오는 주인공과 이 네크로폴리스 주인공 타입;이다. 물론 나도 유형을 만드는 것은 좋아하지 않지만, 저절로 이렇게 정리될만큼 비슷한 느낌이 들었다; 공통점은, 주인공인데 내가 이름을 기억하지 못한다-_-는 것 외에도. 그만큼 온다 리쿠가 '일반의, 착실한, 사회에 적응한 성실한, 취미가 있으면서 오타쿠가 아닌, 빈 구석이 있어서 그 구멍의 깊이가 매력적인'...한마디로 좀 그녀 나름 '현실에 있을 법한 남성상'을 그리려고 한 것같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물론 그녀 소설의 주인공감답게, 전혀 현실에 있을 법한 남성상이 아니다.
왜 걸릴까. 이런 주인공이 없진 않았는데. 그런데 걸리는 이유는, 내게 있어서(1권밖에 안 읽어서 그렇다고 시인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라인맨과 주인공(미안-_-)이기 때문이다. 온다 리쿠의 아름답고 폐쇄적이면서 친근한 척하는 세계의 정점은 강인하고 아름다운 여성이다. 네크로폴리스의 세계에서도 길의 가운데로 갈 수 있는 분들은, 여왕과 손님뿐. 그런데 그녀가 무언가를 가득 집어넣은(이야기 자체는 다른 책들과 다를 것이 없다고 해도, 같은 것을 여러가지 쓰는 것에는 이유가 없진 않을 것이다....라고 생각하고싶다) 분량 좀 되는 편인 책의 주인공이, 무려 두번째 타입의 남자. 아주아주 정확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이 들어맞는 느낌이다. 삼월의 1부에서 '여자가 보는 남성상'이나, 남자의 입장을 택한다면 히어로의 시선으로 세계를 바라보지는 않을 거라고 한 그녀의 말, 잘 실행되고 있다. 아무튼 온다 리쿠는 노멀한(사실 전혀 노멀하지 않다!) 여자가 아름다운 여자와 아름다운 남자가 그려내는 기이하며 아름다운 세계를 바라보고 참여하고 한다거나. 혹은 적극적으로 아름다운 여성의 세계를 그리거나. 노멀한 여성이 겪는 하드 보일드인데, 사실 노멀한 여성은(그녀 곁엔 아름다운 남자가 아무튼 있다) 비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썼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물론 성별만 바꿨지 실상 이건 천상 여자의 성격이라고 밖에 볼 수 없는)전혀 안 평범한 평범남과 아름다운 남자분이 등장하는 거다. 그러니까, 왜 주인공이 남자인걸까. 당연히 이유야 나도 모른다. 음. 아무튼 그점이 자꾸 걸리는 거다. 주인공이 나름 남자인 온다 리쿠표 이야기. 무려 장편+무려 동화와미스터리설정가득,인데. 스토리의 한가운데에 보리, 삼월, 강가, 유지니아, 아무튼 그 어디의 여성분을 꽂아놓아도 여자의 여자에 의한 여자에 대한 미스터리가 완성될텐데. (전혀 비꼬는 것이 아니다; 남자가 그리는 여자나 여자가 그려내는 남자보다 여자가 그리는 여자, 남자가 그리는 남자가 더 정확하다?;고 느껴지는 것 뿐이다. 예를 들자면, 나는 윌리엄 포크너와 나다니엘 호손, 존 스타인벡을 좋아하지만, 이들의 책에 나오는 여성의 사고방식이나 행동은 별로 여성의 사고방식과 그 경로답지 않다고 느꼈다. 다루려던 것이 사랑이나 죄처럼 어떠한 개념이건 성별을 넘어서 걍 인간;이건 무엇이건간에 그것에 다가가려하며 막 뭐가 무르익...는데 중간에 사소한 묘사나 대사같은 걸로 전혀 안 와닿게 되버리면 좀 마이너스. 이럴 때 위대한 작가라도 순간순간 정말 '깬다'.; 나쁘다기 보다는 말그대로 그냥 현실감이 떨어진다. 온다 리쿠는 자신만의 독특한 여성성으로 우아한 여성에 대한 환타지를 독특하게 그려서 흥미롭다고 생각한다. 정말로 환상ㅋ인데 그게 현실감이 있으면 그때 플러스가 되는 것이다. 음. 나 너무 단순한가; )
온다리쿠의 환상적인 이야기의 중심, 혹은 환상의 실체 그 중심부에는 양성 혹은 무성에 가까운 사람이 있다(주변에라도 아무튼 있다). 양성구유를 태초의 형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뭔가 원시적이고 분열되기 전의 느낌이거나 혹은 여성성과 남성성을 뛰어넘은 하나의 아름다운 사람이거나.(내가 보기에는 그다지 아름답지 않다. 특히 백합과 보리의 주인공 리세; 합쳐지기나 초월하기? 둘 다 의외로 현실에서 볼 수 있다. 소설보다 아름답게.) 하지만 문제는, 합쳐지거나 초월하면, 아무튼 변화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1권에서 주인공에게 뭔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으니, 역시 이 평범한 그것도 무려 남자분이 2권에서는 변해버릴까.
아쉽다. 무지 아쉽다. 평범한 사람이 이상한 굴에 빠져서 앨리스나 알렉스가 되어버릴 수 밖에 없을라나. 비범함을 내제한 평범함과 성별모호가 주인공의 관건일려나. 엔드 게임에서 끝나지 않는 뒤집기처럼, 뭔가 뒤집혀야만 되는 것은 오히려 김이 빠질 때도 있는데. 삼월 1부의 주인공이 오타쿠였다면 느낄 실망감이라고 해야하나. (혹시나 사족: 삼월 1부 주인공은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나름 평범성실남인데, 회장이 집에 초대할 때 사람을 뽑는 기준은 '책을 좋아하면서도 오타쿠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까 변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아무튼 용두사미감상. 2권이나 읽어야겠다.ㅠ 음. 용두사미가 아니라 수미상응인가?;
+2권을 읽고나서 덧붙임; 아아 다행이다 안변해서. 그런데 주인공이 평정심을 잃거나 일반인 기준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이야기의 긴장감이 떨어지거나 주인공의 역할이 축소되는 방법밖에는 없었나싶어 아쉬웠다. 정말 좋은 이야기 한 편이 될 수 있었던 전개였는데. 역시 끝은 중요한 것 같다. 에필로그도 너무 안 무서워서 좀 실망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는 뭔가 좀 신비롭고 무서워야 하지 않을까.ㅠ 어쨌건 무난하고 무리없는 결말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내가 두려워했던 주인공의 변모가 없어서 매우 안심했다. 마지막 부분 연설모드 주인공과 라인맨의 구도가 귀엽다. 계속 그렇게 정신줄놓은 연구자와 연구대상 모드일듯.히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