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나단 스트레인지와 마법사 노렐 1
수잔나 클라크 지음, 이옥용 옮김 / 문학수첩 / 2005년 1월
평점 :
절판


다른 마이리뷰들이 이 책의 구매의욕을 저하시킨다고 느꼈기에, 오래 전에 다 읽고나서 사버렸던 이 책에 대해서 조금 쓰려고 한다.

나는 잘 만들어진 이야기를 좋아한다. 꽉꽉 맞물려 있고 물 샐 틈이 없어서 그것을 맞추면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게 하는 이야기. 장황하게 모든 것이 (무지한 눈으로 보기에는)열거 된 음표들이 연주되고 읽혀져서 음악이 되는 식의 이야기. 그것들이 다 맞춰져서 주어져 있던 것 외의 새로운 결론을 도출해 낼 때-그러니까 복선이 깔린 이야기면 더욱 좋다. 그건 그 자체로 날 기쁘게 한다.

2권에는 그나마 나은 서평들이 남겨져있기는 하지만...오히려 다 해결되어, 맞물려 있는 뒷부분만 좋아하는 것도 좀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음악팬들은 처음 5초만 들어도 그 음악이 좋을지 나쁠지 알 수 있다고 하던데. 그리고 나도 꽤나 리스너라고 생각한다. 리더reader라고 하기에는 좀 민망하겠지만. 용기를 내서 이 글을 남기는 이유는.

남의 취향이나 남의 평가를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이 폄하되었다고 느껴서 좀 응원하려는 나이기에, 타인의 평가 역시 폄하하려는 생각은 없다. 하지만 이 책을 구매하거나 읽어보려는 사람들을 차단해주는 효과가 있는 서평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 이 책을 접하려는데 망설이는 사람들에게 경고 뿐이 아닌 격려도 얹어주고 싶은 마음이다.

이 책의 광고가 아마 성인용 해리포터이던가. 그런 식이었던 것 같은데. 다른 이들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과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앞의 두 작품도 매혹적이고, 매력적인 덩어리가 끈적거리면서 돌아다니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지만. 그들의 세계관은 너무 이분법적이다. 나는 정의현현의 세상은 잘 믿지않는 편이므로. 몽상가들은 비극을 좋아하고 현실주의자들은 (날카로운)희극을 좋아한다고 한다. 대체적으로 맞을 수 있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어른인 척하려하는 것은 아니다.(이미 오래 전부터 성인이긴 했지만, 그건 어른과는 매우 다르다. 어른되기는 어려워-_-; ) 단지 멋지지만은 않은 세상에 질린 어른들이 썩 훌륭한 영화보다는 안방극장을 찾듯이, 지금 여기 살고 있는 우리들은 과연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명쾌한(더불어 훌륭한 퀄리티까지 갖춘) 것에 더 끌릴 수 있다는 것은 인정하고 넘어가는 것이다. 하지만 나같은 멍청이, 어른애, 몽상가는 여전히 복잡한 것에 끌린다. 잘난 척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것으로 심심파적을 하고, 심심파적 자체를 자랑하는 타입의 머저리는 아니다, 난. 다른 어떤 부류의 머저리임은 확실하지만. 아무튼 그 어떤 머저리인 나는 분명히 이 책에 끌린다. 이 책의 모호함, 지루하다고들하는 지루함(솔직히 난 한 페이지도 지루하지 않았다, 집어서 두 권 전체를 두시간동안 쑥 읽어내려갔다), 이 책 속의 안개, 영국 안개, 이야기의 퍼즐, 매혹적인 소재. 장르문학이기 전에, 훌륭한 한 편의 '이야기'이다. 딸깍, 하고 내 속의 어떤 부분과 끼워맞춰져 나를 둥둥둥 울릴 수 있는. 무엇보다도, 이 책에는 어둠이 있다. 어슐라 르귄의 단편 '어둠상자'의 어둠같은 것이. 해리포터의 볼드모트나 반지의 제왕의 사우론이 아니라 아군인지 적인지 존재하는지 아닌지 조차-심지어 책 속에 등장하는지 아닌지 조차- 알 수 없는 안개와 어둠이. 나같은 이한테는 더할 나위없이 매력적이고 달콤한. 그리고 '나같은 이'는 멍청이임을 밝혀둔다. 실제로 피하고 경멸하는 것이 현실적이고 살기에 적합한 반응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아름답다고 하는 것은 범죄를 동경하는 것과 같은 멍청한 짓이니까. 그렇다. 그래서 난 그런 류의 멍청한 짓을 남몰래 문학과 음악, 영화를 추구하면서만 한다. 난 내가 멍청이인 것을 들키는 것이 무섭다. 모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 했지만, 모르는 것과 멍청한 것은 좀 다른 듯하니까.

어떤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별로일 수도 있다. 아무튼 권하고 싶다. 어떤 사람과 어떻지 않은 사람은, 양 쪽 다 너무 많고, 사실은 내가 친절하게 구분해 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해서도 안되는 것이기 때문에, 읽는 이가 많지도 않을 이 서평에서 별 다섯개 날리고 간다. 이 책이 정말 별 다섯개 짜리인가, 그런 것은 잘 모르겠고. 날 재미있게 해줬으니 평점을 좀 올려주고 싶은 쓰잘데기 없는 마음에서 우러나온...휴. 그만 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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