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남자의 심리
다카하시 쿄이치 지음, 최선임 옮김 / 지식여행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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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베스트셀러에 오른 책을 선물 받았던 적이 있다. 남자와 여자가 생각하는 방식이나 언어, 행동 등 모든 점에서 서로 다르다는 것에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리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후로도 남자는 말을 듣지 않고 여자는 지도를 읽지 못한다는 등, 비슷한 주제를 다룬 책들이 쏟아져 나왔고, 일상의 다양한 상황에 대처하는 남녀의 차이를 재미있게 다룬 TV프로그램 <롤러코스터>가 인기를 끌기도 했다.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앞으로도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일단 그 차이라는 것이 실생활에서 써먹을 데가 쏠쏠하게 많고, 그 차이를 들여다보는 일이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 일본의 과학전문 작가가 정리한 이 책도 그렇다. 제목이 말하는 것처럼 이 책은 남자의 심리에 초점을 맞춰, 남자라는 동물을 ‘사용’할 때의 ‘취급 시 주의할 점’을 60항목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여성들에겐 ‘도대체 이해불가’인 남자의 습성을 심리학적으로 분석하는데 일상에서 만나는 구체적인 상황들을 예로 들어 설명해서 재미있게 읽힌다.  


 전체 5개 파트로 구성된 책을 읽으며 ‘맞아 맞아’하고 고개를 열심히 끄덕거렸다. 함께 공생하고 있는 남자의 언행에 적용해보니 쏙쏙 잘 맞아떨어지는데 특히 part 4 : 남자 마음 속 ‘어린이’와 part 5 : 남자 마음의 ‘비밀’이 그렇다. 나는 남편이 막내로 자라 애같은 면이 있다고 단정지어버리곤 했던 적이 적잖게 있었는데, 이제 남자 안에 원래 어린이 있다!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어 나름 기쁘다.^^;; 며칠 전에 고장 난 토스터기를 고치면서 마치 지구를 구한 것처럼 기세등등 허세를 부리기에 속으로 ‘저 애를 데리고 앞으로 어떻게 이 험난한 세상을 사나.’하고 생각했는데, 남자란 기본적으로 ‘정의로운 영웅’이고 싶어 하고, 사소한 일에 ‘실력’을 겨루기를 원하며, 몇 살이 되어도 자신을 내세우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음, 그리고 남자가 ‘자존심을 다치고 싶어 하지 않는 동물’이라는 것, 알면서도 가끔 나도 모르게 살짝 긁어댈 때가 있는데 앞으로 조심해야겠다. ‘믿음직스럽지 못하다’고 생각되고 싶지 않은, 상처받기 쉬운 순박한 남자라니까.

 또 책 중간 중간에 ‘토막상식’이 나오는데, 소위 남녀의 차이에 대한 ‘카더라’ 통신에 대한 과학적인 이유에 해당하는 ‘남녀의 뇌와 몸의 구조의 차이’를 간략하게 설명해주는 것이어서 유용하게 느껴졌다. 각 파트별 마지막에는 일상, 사랑 ,말, 마음의 엇갈림을 테스트하는 ‘남자의 마음 알기 테스트’도 있다. 음, 테스트 결과는 그리 나쁘지 않았는데... 뭐 중요한 건 실전이겠지만.

 이런 책의 효용은 명확하다. 남녀가 서로 다르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한다면 우리는 상대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상대방을 자신의 사고나 행동의 틀에 맞추는 그릇된 기대 또한 쉽게 수정될 수 있겠지. 그렇다, 나는 ‘틀린’ 사람이 아닌 나와 ‘다른’ 사람과 함께 살고 있는 것이다. 그를 변화시키려고 애쓰거나 맞서려고 하는 대신, 그 차이를 편하게 받아들이며 더불어 잘 살고 싶다, 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해 준 책이었다. 고맙다. 아, 근데 <남자는 절대 이해할 수 없는 여자의 심리>는 안 나오나? 서로 알아가야 하는 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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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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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콘서트 - 희망전도사 이상헌 교수의 에세이
이상헌 지음 / 문화발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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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결코 내버려두지 않는다. -존 플레처

 저자의 삶은 병과 함께 출발했다고 한다. 의사들도 치료를 포기했던 25가지가 넘는 병들로 인한 고통으로 “죽겠다” 소리를 달고 살았던 그는, 아픔을 잊기 위해 눈만 뜨면 책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렇게 독서에 몰두하다 인생관을 바꾼 한 구절을 만나게 된다.
"병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죽는다. 병을 친구처럼 사랑하라. 세상에 어떤 존재도 사랑하는 친구를 해치지는 않는다.”
이 짧은 글귀는 말 그대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지금 그는 누구보다도 활기차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100세까지 현역으로 뛰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저자 스스로가 겪은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울림이 작지 않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깨달았던 것들, 그리고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매진한 사람들의 생생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다. 30대가 되기 전 1만여 권의 책을 읽었던 사람답게, 40여 년간 15000회의 강연을 해 온 프로답게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8부로 구성된 이 책은 1악장 A부터 마지막 악장 H까지, 키워드가 되는 단어와 주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여주는데 각 컨셉별로 적절하게 잘 선택해 제시한 그 사례들이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인 것 같다. ‘콘서트’라는 제목에 악장별로 나누어 컨셉을 제시하는 구성은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은 이 같은 종류의, 긍정 심리학에 기반을 둔 자기 개발서들이 주로 하는 말들과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저자는 병치레의 오랜 선배로서 할 얘기가 많기에, 지금도 누가 입원하면 문병하러 달려간다고 한다. 그리고 “입원 축하한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환자가 “아파 죽겠는데 축하라니요?”라고 되물으면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지요. 아픔이 없다면 나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입니다.”라고 대답한다고. ‘살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난이나 역경은 다 축복이었다’는 저자의 메시지와 일치하는, 인상적인 병문안 인사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긍정의 힘은 분명히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이런 무한긍정주의 병문안 인사가 정말 지금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누워있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해 주었다. 큰 액땜 했다고, 그 정도에 그쳤으니 운이 좋은 거라고. 살아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는 거라고. 하지만 나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그런 긍정의 격려가 아니었다. 내가 왜 하필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속상해하는 얼굴로 내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던 친구였다.

 저자는 수많은 병마의 고통을 이겨내고 분명히 많은 성취를 이룬 사람이고, 그 긍정과 희망의 힘이 이룬 성공을 질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희망의 힘은 필요하지만, 안 풀리는 모든 일들이 결국엔 다 내 탓으로 귀결되어 개인적 패배주의에 젖어들게 만드는 것이 긍정심리학의 함정이 아닐까. 그 ‘안 풀리는 사람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희망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책이 말하는 희망은 얕게 느껴진다. 고통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인문학적 성찰을 품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진짜 희망콘서트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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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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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 호주 친구 두 명이 서울에 들렀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들에게 서울 어디를 구경시켜줘야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까 하는 애국심(?)에 불타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뒤지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해 알뜰히 스케줄을 짜서는 사흘 동안 제대로 서울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그 친구들 구경시켜 준 덕분에 나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아, 내가 모르던 서울의 아름다운 곳이 이렇게 많았구나. 서울이 이렇게 다채로운 곳이었구나, 하는. 친구들의 열띤 반응은 내가 그동안 서울을 너무 홀대하고 있었다는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날 친구들에게 서울 곳곳을 보여주며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우리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대해, 파리의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에 대해, 런던의 빅벤과 템즈 강변에 대해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서울에 갈 곳이 어디 있냐!”는 푸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책은 말한다. 틀림없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고 반응하게 될 거라고. 힘들여 먼 곳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서울에서의 일상을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래서 책 제목이 <오후의 서울산책>인가 보다. 서울은 언제든지, 오늘 오후에라도 당장 쉽게 떠날 수 있는 산책여행이 가능한 곳이니까. 특별한 준비없이 ‘보통의 어느 오후’, 정다운 가족과, 마음 맞는 친구와,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면서.

 사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는 저자인 전 서울시장이 쓴 책이라는 데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그건 정말 편견이었다. 정치인의, 시장의 눈으로 소개하는 서울이 아닌, 서울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사람의 진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장소의 특징에 따라, 현재 위치에 따라 떠날 수 있도록 각 장소마다 감각적인 사진과 재미있는 에세이로 안내하고 있다. 햇볕 잘 드는 창가의 탁자에 이 책을 올려놓고 심심할 때마다 펼쳐보고 사진들을 눈에 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옥에 티라면 사진들 느낌은 참 좋은데 저자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것... 살짝 부담스럽다.^^; 그냥 평범한 여행 책처럼 풍경사진들이 위주였다면 더 담백하고 느낌이 좋았을 것 같다.

 책 속 부록인 ‘서울 산책 가이드북’과 특별부록 ‘서울 성곽길 지도’와 ‘한강 자전거지도’도 참 마음에 든다. 지도를 보고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계획을 짜보는 일이 즐겁다. 끊임없이 발을 근질거리게 하는 책이다. 가볍고 편한 신발을 신고 어서 길을 나서라고 산들바람이 유혹하는 계절, 이번 주말에는 딸아이 손을 잡고 서울 성곽길을 걸어 봐야겠다. 낙산공원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야지.

 문득,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전쟁과 평화”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 떠오른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오직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Everything that I know... I know only because I love)." 어떤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애정을 품은 공간에 대한 기억은 시간의 물결이 세차게 흐른 뒤에도 사랑스러운 앙금으로 남게 된다. 그 앙금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너무나 유명해진 말인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의 마음으로, 그동안 홀대해 온 서울과 이제 더 가까워지고 싶다. 서울과 함께할 예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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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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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자 엘리 프레이저는 ‘무브온’의 창립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해 온 사람이라고 한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개적으로 오바마 지지선언을 하여 그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끼친 것으로 유명한, 온라인 정치시민단체의 선구자인 ‘무브온’의 이사인 저자의 경력이 이 책의 주장과 경고에 한층 더 귀를 기울이게 한다. 왜, 인터넷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경험했던 저자가 이렇게 인터넷의 이면을 파헤치는 책을 쓰게 되었을까.

 저자에게 인터넷은 분명히 커다란 대안의 세계였지만, 이제 인터넷이란 무기를 장악한 사람들이 대중의 생각까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이슈만이 아니라, '정치적 프로세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관심사가 아닌 것에도 눈길을 주는 게 참여 민주주의의 기본이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통찰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설마, 텔레비전도 아니고. 인터넷은 쌍방향 매체잖아, 오히려 전자 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능하게 했고 수많은 온라인 시민단체들이 활발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에 이바지해온 게 얼마나 엄청난데. 내가 내 의지대로 기사들을 검색하고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당하고 있는 거라고? 처음엔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저자가 말하는 ‘무서운 진실’에 공감하게 된다. 거대한 매스미디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을 '조종'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그 권력은 사라지지 않은 채 인터넷 거인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 권력이, '기술은 중립적'이라는 믿음과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뿐이라는 신화에 의해 사회적 책임에서 눈을 돌려 왔다고 강조한다.

한국판 제목은 ‘생각 조종자’, 다소 무서운(!) 포스가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책의 원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저자가 반복해서 문제시하는 이 단어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거인들이 이른바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개별 사용자들은 점점 더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고 한다. 
  

이 책은 '기술이 주는 혜택과 그것의 부정적 영향'이라는 현대인이 쥔 양면의 동전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 동전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는 장이라 여겨졌던 인터넷 역시 똑같은 지배 양식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무심히 뭔가를 입력하거나, 별생각없이 뉴스 머릿기사를 클릭하는 순간에도 누군지도 모르는 기업의 큰 손들이 나를 완전히 다 파악하고 있단 사실이 새삼스럽게 피부에 다가온다. 이건 정말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이 권력을 감시하는 일은 절대악에 맞서는 것보다 예민한 감각과 세심한 주의를 요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유익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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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은 울지 않는다
김만 글.그림 / 가나북스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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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히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한다. 화가인 저자가 낸 수필집 <그리고 사랑은 울지 않는다>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저자의 그림이 짧은 글귀들과 함께 어우러진 책을 읽고 있으니 가을이라는 실감이 났다.
 그림을 보면서 받는 느낌과 글의 느낌이 신기하게도 닮았다. 저자의 그림은 외곽선을 또렷하게 긋고 원색 계통을 주로 사용해서 단순하고 강렬한 느낌이 드는 추상화인데, 글도 왠지 그런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간결한 문체여서 잘 읽힌다.
 수필을 보통 개성의 문학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저자의 개성 혹은 가치관은 나의 그것과 충돌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1장인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은>에서부터 그랬다. 나는 인간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저자의 글 곳곳에서,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며 이 세상을 지배해 온 인간 중심적 사고를 자랑스러워하는 글들을 만날 때마다 솔직히 곤혹스러웠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이처럼 모든 동물이 환경의 영향과 지배를 받는 데 비해 인간만이 유일하게 환경을 자신에게 맞도록 개조하고 변화시킵니다. 어지간한 자연 생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꾸어 놓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더 설명할 필요없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조신경 때문입니다.(p.16~17) 
 

 ‘인간만이 유일하게’ 환경을 변화시키는 존재도 아닌데다가, 그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꿔 놓은 덕분에 환경의 역습이 불러오는 재앙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이 책을 읽기 전에 다이앤 듀마노스키의 <긴 여름의 끝>을 읽었던 터라 저자의 이 낙관이 슬플 지경이었다. <긴 여름의 끝>에서 저자는 “이 은혜로운 시기(간빙기)는 인류가 지구에 끼쳐온 영향 때문에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비통해한다. 같은 행성에 사는 인간들의 반응이 이렇게 다르다니 지구가 보면 뭐라고 할까 모르겠다.

 그 밖에도 저자는 다채로운 주제들에 대한 여러 상념들을, 자신의 철학을 잔잔히 풀어낸다. ‘폴, 고갱에 대한 짧은 회상’,‘피카소와 큐비즘에서의 작은 에피소드’같이 화가들의 삶과 관련된 글들이 특히 좋았다. 인생의 연륜과 경험이 느껴지는 글들도 많은데 나로서는 첫 시작부터 ‘만물의 영장’의 파장이 너무 컸나보다. 아무리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해도... 아무래도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보고 마음을 달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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