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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사랑은 울지 않는다
김만 글.그림 / 가나북스 / 2011년 9월
평점 :
흔히 가을을 사색의 계절이라 한다. 화가인 저자가 낸 수필집 <그리고 사랑은 울지 않는다>는 가을에 어울리는 책이다. 저자의 그림이 짧은 글귀들과 함께 어우러진 책을 읽고 있으니 가을이라는 실감이 났다.
그림을 보면서 받는 느낌과 글의 느낌이 신기하게도 닮았다. 저자의 그림은 외곽선을 또렷하게 긋고 원색 계통을 주로 사용해서 단순하고 강렬한 느낌이 드는 추상화인데, 글도 왠지 그런 느낌이다. 전반적으로 간결한 문체여서 잘 읽힌다.
수필을 보통 개성의 문학이라고 하는데, 아쉽게도 저자의 개성 혹은 가치관은 나의 그것과 충돌하는 부분이 꽤 있었다. 1장인 <우리 인간이 만물의 영장인 까닭은>에서부터 그랬다. 나는 인간이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고 부르는 것에 알레르기 반응이 있다. 저자의 글 곳곳에서, 스스로를 ‘만물의 영장’이라 칭하며 이 세상을 지배해 온 인간 중심적 사고를 자랑스러워하는 글들을 만날 때마다 솔직히 곤혹스러웠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이처럼 모든 동물이 환경의 영향과 지배를 받는 데 비해 인간만이 유일하게 환경을 자신에게 맞도록 개조하고 변화시킵니다. 어지간한 자연 생태는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꾸어 놓습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더 설명할 필요없이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창조신경 때문입니다.(p.16~17)
‘인간만이 유일하게’ 환경을 변화시키는 존재도 아닌데다가, 그 인간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바꿔 놓은 덕분에 환경의 역습이 불러오는 재앙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해야 하나. 이 책을 읽기 전에 다이앤 듀마노스키의 <긴 여름의 끝>을 읽었던 터라 저자의 이 낙관이 슬플 지경이었다. <긴 여름의 끝>에서 저자는 “이 은혜로운 시기(간빙기)는 인류가 지구에 끼쳐온 영향 때문에 이제 끝나가고 있다”고 비통해한다. 같은 행성에 사는 인간들의 반응이 이렇게 다르다니 지구가 보면 뭐라고 할까 모르겠다.
그 밖에도 저자는 다채로운 주제들에 대한 여러 상념들을, 자신의 철학을 잔잔히 풀어낸다. ‘폴, 고갱에 대한 짧은 회상’,‘피카소와 큐비즘에서의 작은 에피소드’같이 화가들의 삶과 관련된 글들이 특히 좋았다. 인생의 연륜과 경험이 느껴지는 글들도 많은데 나로서는 첫 시작부터 ‘만물의 영장’의 파장이 너무 컸나보다. 아무리 ‘다른’ 것은 ‘틀린’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려 해도... 아무래도 이 책을 덮고 나서는, 인간만이 지구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는 <마이크로 코스모스>를 보고 마음을 달래야 할 것 같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