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조종자들 - 당신의 의사결정을 설계하는 위험한 집단
엘리 프레이저 지음, 이현숙.이정태 옮김 / 알키 / 2011년 8월
평점 :
절판


   저자 엘리 프레이저는 ‘무브온’의 창립 초기부터 깊숙이 관여해 온 사람이라고 한다. 2008년 미국 대선 당시 공개적으로 오바마 지지선언을 하여 그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끼친 것으로 유명한, 온라인 정치시민단체의 선구자인 ‘무브온’의 이사인 저자의 경력이 이 책의 주장과 경고에 한층 더 귀를 기울이게 한다. 왜, 인터넷의 혁명적인 가능성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경험했던 저자가 이렇게 인터넷의 이면을 파헤치는 책을 쓰게 되었을까.

 저자에게 인터넷은 분명히 커다란 대안의 세계였지만, 이제 인터넷이란 무기를 장악한 사람들이 대중의 생각까지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는 의구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이런 현상 속에서 사라지는 것은 이슈만이 아니라, '정치적 프로세스'라고 저자는 지적한다. "관심사가 아닌 것에도 눈길을 주는 게 참여 민주주의의 기본이지만, 현실은 그와 반대로 가고 있다"는 날카로운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다양한 분석과 통찰들이 흥미롭게 읽힌다.
설마, 텔레비전도 아니고. 인터넷은 쌍방향 매체잖아, 오히려 전자 민주주의의 실현을 가능하게 했고 수많은 온라인 시민단체들이 활발하게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었고, 참여 민주주의의 실현에 이바지해온 게 얼마나 엄청난데. 내가 내 의지대로 기사들을 검색하고 선별하는 것이 아니라 ‘조종’당하고 있는 거라고? 처음엔 이렇게 생각하며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 갈수록 저자가 말하는 ‘무서운 진실’에 공감하게 된다. 거대한 매스미디어가 우리가 생각하는 방향을 '조종'하던 시대는 지났지만, 그 권력은 사라지지 않은 채 인터넷 거인들에게 자리를 물려주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나아가 저자는 이 권력이, '기술은 중립적'이라는 믿음과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 서비스를 선택할 뿐이라는 신화에 의해 사회적 책임에서 눈을 돌려 왔다고 강조한다.

한국판 제목은 ‘생각 조종자’, 다소 무서운(!) 포스가 느껴지는 제목이지만, 책의 원제는 '필터 버블(filter bubble)'이다. 저자가 반복해서 문제시하는 이 단어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인터넷 거인들이 이른바 '맞춤 정보'를 제공하는 가운데 개별 사용자들은 점점 더 자신만의 울타리에 갇히게 되는 현상을 일컫는다고 한다. 
  

이 책은 '기술이 주는 혜택과 그것의 부정적 영향'이라는 현대인이 쥔 양면의 동전을 다시 생각해보게 했다. 그 동전은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펼치는 장이라 여겨졌던 인터넷 역시 똑같은 지배 양식으로 변모할 수 있다는 경고이다. 포털 사이트 검색창에 무심히 뭔가를 입력하거나, 별생각없이 뉴스 머릿기사를 클릭하는 순간에도 누군지도 모르는 기업의 큰 손들이 나를 완전히 다 파악하고 있단 사실이 새삼스럽게 피부에 다가온다. 이건 정말 ‘보이지 않는 권력’이다. 이 권력을 감시하는 일은 절대악에 맞서는 것보다 예민한 감각과 세심한 주의를 요구한다는 것을 깨닫게 해 준 유익한 책이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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