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서울 산책 - 오세훈의 마지막 서울 연가!
오세훈 지음, 주명규 사진, 홍시야 그림 / 미디어윌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 호주 친구 두 명이 서울에 들렀던 적이 있었다. 그 친구들에게 서울 어디를 구경시켜줘야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까 하는 애국심(?)에 불타서, 인터넷으로 자료를 뒤지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구해 알뜰히 스케줄을 짜서는 사흘 동안 제대로 서울 곳곳을 휘젓고 다녔다. 그 친구들 구경시켜 준 덕분에 나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아, 내가 모르던 서울의 아름다운 곳이 이렇게 많았구나. 서울이 이렇게 다채로운 곳이었구나, 하는. 친구들의 열띤 반응은 내가 그동안 서울을 너무 홀대하고 있었다는 미안함을 느끼게 했다. 이 책을 읽다보니 그 날 친구들에게 서울 곳곳을 보여주며 내가 느꼈던 그 감정이 다시 되살아나는 느낌이 들었다.

 남의 떡이 커 보인다고, 우리는 뉴욕의 센트럴 파크에 대해, 파리의 에펠탑과 샹젤리제 거리에 대해, 런던의 빅벤과 템즈 강변에 대해 목소리 높여 이야기한다. “서울에 갈 곳이 어디 있냐!”는 푸념에 익숙한 우리에게 이 책은 말한다. 틀림없이 “서울에 이런 곳이 있었어?”라고 반응하게 될 거라고. 힘들여 먼 곳을 찾지 않아도, 얼마든지 서울에서의 일상을 풍요롭게,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고. 그래서 책 제목이 <오후의 서울산책>인가 보다. 서울은 언제든지, 오늘 오후에라도 당장 쉽게 떠날 수 있는 산책여행이 가능한 곳이니까. 특별한 준비없이 ‘보통의 어느 오후’, 정다운 가족과, 마음 맞는 친구와, 아니면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하면서.

 사실 이 책을 펼치기 전에는 저자인 전 서울시장이 쓴 책이라는 데에 대한 약간의 편견이 있었다는 것을 고백해야겠다. 하지만 그건 정말 편견이었다. 정치인의, 시장의 눈으로 소개하는 서울이 아닌, 서울을 너무나 사랑하는 한 사람의 진심이 오롯이 느껴지는 책이다. 그 날의 기분에 따라, 장소의 특징에 따라, 현재 위치에 따라 떠날 수 있도록 각 장소마다 감각적인 사진과 재미있는 에세이로 안내하고 있다. 햇볕 잘 드는 창가의 탁자에 이 책을 올려놓고 심심할 때마다 펼쳐보고 사진들을 눈에 담는 것도 즐거울 것 같다. 옥에 티라면 사진들 느낌은 참 좋은데 저자가 너무 자주 등장한다는 것... 살짝 부담스럽다.^^; 그냥 평범한 여행 책처럼 풍경사진들이 위주였다면 더 담백하고 느낌이 좋았을 것 같다.

 책 속 부록인 ‘서울 산책 가이드북’과 특별부록 ‘서울 성곽길 지도’와 ‘한강 자전거지도’도 참 마음에 든다. 지도를 보고 이번 주말에는 어디로 여행을 떠날까 계획을 짜보는 일이 즐겁다. 끊임없이 발을 근질거리게 하는 책이다. 가볍고 편한 신발을 신고 어서 길을 나서라고 산들바람이 유혹하는 계절, 이번 주말에는 딸아이 손을 잡고 서울 성곽길을 걸어 봐야겠다. 낙산공원에서 서울을 내려다보며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도 많이 나누어야지.

 문득, 톨스토이 할아버지가 “전쟁과 평화”에서 이렇게 말씀하셨던 것이 떠오른다.
“내가 아는 모든 것은, 오직 그것을 사랑했기 때문에 안다(Everything that I know... I know only because I love)." 어떤 공간에 대한 우리의 인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애정을 품은 공간에 대한 기억은 시간의 물결이 세차게 흐른 뒤에도 사랑스러운 앙금으로 남게 된다. 그 앙금을 우리는 추억이라고 부르는 것이겠지. 너무나 유명해진 말인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의 마음으로, 그동안 홀대해 온 서울과 이제 더 가까워지고 싶다. 서울과 함께할 예쁜 추억들을 많이 만들어보고 싶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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