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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콘서트 - 희망전도사 이상헌 교수의 에세이
이상헌 지음 / 문화발전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희망은, 그것을 추구하는 사람을 결코 내버려두지 않는다. -존 플레처
저자의 삶은 병과 함께 출발했다고 한다. 의사들도 치료를 포기했던 25가지가 넘는 병들로 인한 고통으로 “죽겠다” 소리를 달고 살았던 그는, 아픔을 잊기 위해 눈만 뜨면 책에 매달렸다고 한다. 그렇게 독서에 몰두하다 인생관을 바꾼 한 구절을 만나게 된다.
"병 때문에 죽는 것이 아니다. 두려움 때문에 죽는다. 병을 친구처럼 사랑하라. 세상에 어떤 존재도 사랑하는 친구를 해치지는 않는다.”
이 짧은 글귀는 말 그대로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지금 그는 누구보다도 활기차고 열정적인 삶을 살고 있으며, 100세까지 현역으로 뛰겠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우고 있다고 한다. “세상에 참을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는 저자의 메시지는 저자 스스로가 겪은 이런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에 울림이 작지 않다.
이 책은 저자가 직접 체험하고 깨달았던 것들, 그리고 시련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꿈을 향해 매진한 사람들의 생생한 사례들을 바탕으로 우리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하고 있다. 30대가 되기 전 1만여 권의 책을 읽었던 사람답게, 40여 년간 15000회의 강연을 해 온 프로답게 저자가 이야기를 풀어내는 솜씨가 탁월하다는 생각이 든다. 모두 8부로 구성된 이 책은 1악장 A부터 마지막 악장 H까지, 키워드가 되는 단어와 주제를 제시하고 구체적인 사례들을 보여주는데 각 컨셉별로 적절하게 잘 선택해 제시한 그 사례들이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인 것 같다. ‘콘서트’라는 제목에 악장별로 나누어 컨셉을 제시하는 구성은 신선하게 느껴지지만, 사실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들은 이 같은 종류의, 긍정 심리학에 기반을 둔 자기 개발서들이 주로 하는 말들과 별반 새로울 것이 없다.
저자는 병치레의 오랜 선배로서 할 얘기가 많기에, 지금도 누가 입원하면 문병하러 달려간다고 한다. 그리고 “입원 축하한다”라고 말한다고 한다. 환자가 “아파 죽겠는데 축하라니요?”라고 되물으면 “살아 있기 때문에 아프지요. 아픔이 없다면 나도 모르게 죽을 수도 있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다는 얘기입니다.”라고 대답한다고. ‘살아있기 때문에 생기는 고난이나 역경은 다 축복이었다’는 저자의 메시지와 일치하는, 인상적인 병문안 인사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긍정의 힘은 분명히 우리에게 필요하지만, 이런 무한긍정주의 병문안 인사가 정말 지금 큰 고통을 당하고 있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까? 내가 교통사고를 당해 누워있었을 때, 수많은 사람들이 격려를 해 주었다. 큰 액땜 했다고, 그 정도에 그쳤으니 운이 좋은 거라고. 살아있다는 것은 희망이 있는 거라고. 하지만 나에게 힘이 되었던 것은, 사람들이 쉽게 내뱉는 그런 긍정의 격려가 아니었다. 내가 왜 하필 그렇게 되었는지에 대해서 너무나 속상해하는 얼굴로 내 손을 가만히 잡아주었던 친구였다.
저자는 수많은 병마의 고통을 이겨내고 분명히 많은 성취를 이룬 사람이고, 그 긍정과 희망의 힘이 이룬 성공을 질투(?)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희망의 힘은 필요하지만, 안 풀리는 모든 일들이 결국엔 다 내 탓으로 귀결되어 개인적 패배주의에 젖어들게 만드는 것이 긍정심리학의 함정이 아닐까. 그 ‘안 풀리는 사람들’에게도 닿을 수 있는 희망을 보고 싶었는데 아쉽게도 이 책이 말하는 희망은 얕게 느껴진다. 고통의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인문학적 성찰을 품은 희망을 찾을 수 있는, 그런 진짜 희망콘서트를 만나보고 싶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