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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 시속 370㎞ - 제9회 사계절문학상 대상 수상작 ㅣ 사계절 1318 문고 72
이송현 지음 / 사계절 / 2011년 8월
평점 :
학교, 학원, 친구관계, 뒷골목의 세계 등등 청소년소설 하면 으레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소재들이 있는데, 이 소설은 독특하게도 매사냥 전수라는 전통문화 계승을 둘러싼 얘기들로 한 소년이 아버지를 이해하고 스스로를 보듬어가는 성장통을 다룬다. 처음에는 ‘응사(매잡이)’라는 이름조차 생소한, 잊혀져가는 ‘우리의 전통문화’와 스피드라면 끔뻑 죽는, 자기만의 오토바이 갖기가 소원인 ‘요즘 십대’가 머릿속에서 쉽게 연결이 안 되었다. 하지만 책을 읽어내려 가다보니 가정을 돌보지 않은 채 매에만 미쳐 사는 아버지, ‘할 줄 아는 일이라곤 힘차게 나는 것밖에 없는’ 어린 보라매 보로, 그리고 자기 오토바이를 갖는 것이 일생일대의 소원이지만 아쉬운 대로 동네 중국집 고물 스쿠터를 빌려 타며 신나하는 열일곱 동준이 자연스럽게 잘 어우러지며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장을 넘길수록 생생한 캐릭터들이 펼쳐내는 이야기들에 자연스럽게 웃음이 나왔고, 전체적으로 굉장히 속도감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저자가 첫 번째 도전한 청소년소설이라는데, 시트콤 구성작가로 활동한 내공이 책 곳곳에 묻어나는 느낌이다. 주인공 동준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동준의 오랜 친구 똠양꿍, 동준에게 ‘피 맛’나는 강렬한 첫사랑의 기억을 남긴 나예리, 자기 색깔이 뚜렷한 인물들의 말과 행동, 심리묘사가 생생하게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개성강한 등장인물들이 저마다 자기만의 상처들을 안고 만만치 않은 현실을 살아가지만, 모두 쉽게 꺾이지 않는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주어진 현실을 껴안고 서로를 보듬으면서 살아가려고 한다. 그 모습들이 눈물겹게도 느껴지고 사랑스럽다. 툭툭 어깨를 다독여 주며 “잘 하고 있어! 기운 내!” 하고 싶을 만큼.
또 청소년소설을 접할 때마다 주인공의 성장에 초점을 맞춘 나머지 주변 인물들을 말 그대로 주변에만 버려두는(?) 상황을 종종 접해서 안타까웠는데, 작가는 동준 외에도 나머지 인물들(과 조류 한 마리)도 살뜰하게 살피며 저마다 나름의 ‘성장통’을 부여한다. 열일곱 동준의 삶에 깊이 연관된 그들은 동준을 성장시키면서 자신들도 자연스럽게 성장해나가는 것이다. 단지 오토바이 마련을 위한 돈벌이 대상이었던 닭대가리로 보로를 바라봤던 동준이가 어린왕자가 여우와 나누는 소통에 버금가는 ‘너는 나의 매이며 나는 너의 사람이다’라고 마음으로 외치기까지의 긴 여정, 그렇게 자기를 길들인 것은 매가 아니라 아버지의 진심이었다고 생각하며 아버지를 마음으로 이해해가는 과정들은 감동적이면서 유머러스하기도 하고때때로 가슴이 아릿해지기도 한다.
나는 ‘청소년 권장도서’, ‘청소년 필독도서’, ‘청소년들이 꼭 읽어야 할 책’ 뭐 이런 말들에 진지하게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청소년들을 ‘육성’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그 저변에 깔린 시각도 싫고, 책에 대한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권장도서는 청소년들에게 말 그대로 ‘권장’만 되고 학부모와 교사들의 애호만 듬뿍 받고, 정작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어른들 눈엔 ‘듣보잡’인) 판타지를 파고드는 현실에 눈 돌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른들의 눈높이가 아니라 시종일관 동준이의 시선에서 무겁지 않게, 재미있게 생생하게 흘러가는 이 이야기가 좋았다. 이 책이 많은 열일곱 살들의 공감과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
아, 그런데 정말 아쉬운 점 하나. 재미있고 감동적인 이야기인데 책의 얼굴인 표지가 너무 헉! 이다. 시속 370km라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굳이 “대한민국 국가대표”를 떠올리는 저 포즈가 필요했나? 비주얼에 목숨 거는 요즘 친구들이 가까이하기엔 책 표지 디자인이 먼 것 같아 아쉽기만 하다. 흑흑.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