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산새처럼 살고 싶다 - 20그램의 새에게서 배우는 가볍고도 무거운 삶의 지혜
도연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너무나 사랑스러운 책이다. 일요일 오후 볕을 쬐면서 읽다가 스님과 새들이 알콩달콩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에 깔깔 웃음보도 터뜨리고, 마음 먹먹해져서 잠시 눈을 감고 있기도 하고... 이렇게 한바탕 난리치면서(?) 읽고 있으니 옆에서 그림 그리던 딸아이가 무슨 책이냐고 호기심을 보였다. 아직 한글을 다 익히지 못한 아이에게 사진을 보여주면서 이 새는 동고비야, 박새야, 개개비야, 곤줄박이야, 딱새야... 하고 이름을 가르쳐주었더니, 너무나 좋아하며 한참을 들여다본다.
새를 좋아해서 집에 조류도감도 있지만 스님이 찍으신 사진들은 뭔가 느낌이 다르다. 새들의 표정이나 자세(?)가 다양하고, 생동감 있고, 귀엽다. 스님과 함께 생활하는 사진들이 색다르기도 하고... 법당 안에서 신나게 놀다가 연등 위나 목탁 속에 들어가 곤히 잠든 새들이라니.


새들에게서 무소유와 순수함, 진정한 자유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깨우치며 “새들은 나에게 소중한 도반이며 부처이다”라고 말하는 스님. 새들도 스님의 마음을 알지 않았을까. 스님의 TV 리모컨 위에 앉아서 잠들었다가(건드리면 깰 것 같아 스님은 TV도 못 켜셨다고 한다) 사흘째 되던 날 눈을 감은, 새끼를 키우느라 지쳐 깃털에 윤기가 사라진 동고비. 짝이 매에게 잡아먹힌 후 스님이 굴 속에 있는 새끼들이 굶어 죽을까봐 어미의 사진을 붙여놓는 등 애를 쓰자, 기운을 차리고 새끼들에게 미꾸라지를 먹이기 시작한 청호반새...


불교에서는 모든 이가 부처라고 한다. 그리고 인간 뿐 아니라 모든 생명체에 불성이 깃들어 있으니 생명 자체를 부처로 보고 부처로 모시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는데, 스님의 일상이 바로 그런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비밀의 정원’에서 새들 아침 공양을 올리고 아침을 드시고, 둥지 터가 부족해 방황하는 새들에게 정성들여 새둥지를 만들어주며 ‘내가 살 집을 만드는 것처럼 훈훈하다’고 하시고, 멧돼지와 고라니, 너구리와도 기꺼이 끼니를 나누는 삶.


스님이 풀어놓으시는 산새들과의 맑은 이야기들을 읽으며 나도 어느새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 들었다. 술술 읽히는 책이지만 천천히 야금야금 아껴가며 읽었다.^^;

가을이 슬슬 끝자락에 접어들고 있다. 나는 그동안 새둥지는 번식기인 6,7월에 걸어주는 것으로 잘못 알고 있었는데, 전문가 스님은 겨울이 오기 전에 걸어주는 것이 좋다고 하신다. 그래야 새들이 인공 둥지에 익숙해지고 겨울밤 추위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다음 주말엔 자투리 나무로 서툴겠지만 정성껏 새둥지를 만들어서, 딸아이 손을 잡고 인근 숲에 가서 달아야겠다. 누가 분양받게 되려나, 생각하니 웃음이 절로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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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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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최중근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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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저자는 본업이 의사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언제부터인가 “도대체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일까?”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의학과 병원의 울타리 안에서 병의 뿌리를 찾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p.7)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지역공동체를 위해 땀 흘리는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의사인 삶과 병행해왔고, 이 책은 그런 활동 틈틈이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바쁜 본업 외에도 각종 사회적 활동에 칼럼까지... 하여튼 ‘시골의사’를 비롯해서, 슈퍼의사(?)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똑같은 하루 24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렇게 바늘처럼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런 마음이 든다. 찔리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 분야의 문제들과 모순들을 총 7장에 걸쳐 다루고 있는 칼럼들, 도마에 올려놓는 주제들의 폭이 정말 다양하다. ‘좋은생각’ 같은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착하고 말랑말랑한 글에서부터 묵직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는 글들까지.

유통기한보다 중요한 소비기한, 한예슬 사태와 관련한 한류 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한 우려에서부터 정형외과의답게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거북목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자세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학력차별 금지법, 복수노조, 공교육 개혁, 반값등록금과 KAIST 개혁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이니만큼 각 칼럼의 분량이 2~3페이지 정도로 짧아서 술술 잘 읽혔다.

저자가 다방면에 상식이 풍부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해 꾸준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을 높이 사지만, 아쉬운 부분도 꽤 있다. 뭐 칼럼이라는 것이 개인의 생각을 쓰는 것이니까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딴지 걸자면 끝이 없겠지만.

예를 들면, 대참사 이후 노르웨이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준 의연한 관용의 정신에 대해 말하며, 9.11테러 이후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 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해 나가서 ‘끄덕끄덕’하며 읽고 있는데... 난데없이(!) 이렇게 끝을 맺는다.

“물론 어느 선택이 더 나았다고 말할 수 없다(...)노르웨이의 방식이든, 미국의 방식이든 국가적 참사 앞에서 국민이 하나 되어 이를 극복해 나간다면 그 자체로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p.142)

헉!
“테러를 저지른 자들과 그들을 돕는 자들을 구분하지 않고 응징하겠다”며 수많은 민간인들 목숨을 앗아간 미국의 ‘극복’과,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결코 우리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노르웨이 총리의 ‘극복’이 함께 박수 받을 종류의 것인가? 예고 없이 모스크를 방문해서 무슬림 이민자들이 혹시 느낄지 모를 두려움을 달래주던 노르웨이 왕세자와 장관들이 무슬림 이민자들을 공포로 몰아넣던 부시와 같은 급인가. 아무리 지면 제약상 칼럼을 착하게(?) 끝맺어야 한다고 해도, 이쯤되면 너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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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독 - 고독에 서툰 이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
마리프랑스 이리구아앵 지음, 여은경.김혜영 옮김 / 바이북스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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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스마트폰, SNS... 우리들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고 믿는(혹은 찬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리고 흔히 우리는 ‘고독’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한다. 독신가구의 수가 부쩍 늘어난 요즘에도 결혼 적령기를 넘긴 독신자를 보는 가족이나 주위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고, 독거노인은 무조건 ‘불우이웃’과 동일시되곤 한다. 저자도 ‘혼자 지내는 것은 대부분 인간관계의 실패로 여겨진다. 혼자 지내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고 선택의 결과로 본다고 하더라도 결국 금욕적이고 불행한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인식되고 있다’(P.6)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 프랑스라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은 별반 다르지 않나보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겪은 자신의 경험, 여러 가지 사례들을 책에서 다채롭게 풀어낸다. 정신분석가답게 전체적으로 현란한 책이다. 하지만 대학 1학년 때부터 구내식당에서 “여학생들은 왜 혼자서 밥 먹기를 꺼려할까”를 연구(!)했던 터라, 개인적으로 꽤 반가운 책이었다. 가끔씩 혼자 훌쩍 떠날 때 주위 사람들에게 좀 멋져보이게 나를 변호(?)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 사회의 급격한 변화-여성의 늘어난 사회참여, 부부관계의 위기, 직장생활에서의 소속감 부재, 인터넷 가상 세계-는 우리의 현실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니지,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우리의 현실이 훨씬 열악할 거다). 성과 사랑, 부부관계에서의 고독을 다룬 1부 ‘불가능한 만남’은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는데 반해 2부 ‘성공 세계에서의 고독’은 흥미진진했고 3부 ‘새로운 고독’은 신선했다. 3부는 제목 그대로 사람들이 관계를 맺어가는 새로운 실행 방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새로운 고독’을 긍정하고, 그것을 배우는 것이다.

“고독함은 우리를 고통스럽게도 하고 절망적이게도 하지만 때로는 에너지와 희망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풍요로운 순간을 주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내면적으로 더 풍부해지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기회도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무척 공감이 가는 생각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지겹도록 듣던 말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였는데(보통 급훈은 “협동” 이런 것들이었고), 반골 기질이 있던 나는 그 말이 참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왜 흩어지면 꼭 죽어야 하지, 하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흩어져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 흩어졌을 때 멋지게 살아가는 법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우리가 봐왔던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런 사회에서 고독한 삶은 같은 생각과 같은 방식의 삶을 탈피할 수 있도록 해 준다.”(p.275)

‘새로운 고독’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나르시시즘, 즉 자기중심주의의 껍질 속에 콕 박힌 그런 고독이 아니다. 여기서 저자의 혜안이 특히 돋보이는데,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타인에게 열려 있을 수 있는 능력”(p.288)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사랑을 해야 고독의 상황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열려 있기 위해서는 그 전에 나 자신을 깨우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는 것... 아아, 탐나는 경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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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세의 마음문 노크하기 대반전을 위한 17세의 교양
서선미 지음 / 들녘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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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생 전부를 아이들의 마음을 만져주는데 올인하기로 마음먹고 잠자는 시간을 뺀 나머지 전부를 아이들과 보내고 있다’는 저자는, 12년째 청소년센터의 상담사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햇살쌤’이라는 애칭에 어울리게, 청소년들에 대한 애정과 긍정적인 시선이 듬뿍 느껴진 책이었다.

 흔히들 “요즘 애들 철없다”고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도 “요즘 애들” 하는 짓 보면 말세라고 한탄했다고 하던데, 정말이지 사람들은 쉽게 개구리 올챙이 시절을 잊는 것 같다. 나도 돌이켜보면, 청소년기 때 어른들이 쉽게 사춘기라서 그래, 운운하는 말들이 참 듣기 싫었다. 교과서에 나오는 “이유 없는 반항, 일시적인 방황” 뭐 이런 표현들도 짜증났다. 내 반항에는 이유가 분명히 있었고 내 방황도 잠시 스쳐가는 종류가 아니었기 때문에. 나 또한 지금 개구리이기에 온전히 올챙이의 마음이 되기에는 무리가 있겠지만, 그래도 원래부터 개구리였던 척하지 않으려고, 지금도 내 안에 존재하는 올챙이의 존재를 잊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런 나에게 이 책은 편한 마음으로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지만, 한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고마운 책이었다.

 복잡하고 어려운 인생의 시기를 그저 ‘사춘기’라는 한 마디로 규정하는 건 너무 성의없는 처사로 보인다는 저자의 말에 백번 공감하면서 책을 읽어 내려갔다. 가족, 꿈, 친구, 정신건강과 성, 이렇게 다섯 가지의 큰 주제로 분류해서 여러 상담 사례들과 그 사례들에 대한 저자의 분석과 처방, 그리고 각 사례가 끝날 때마다 햇살쌤이 그 사례의 주인공들에게 짤막한 편지글을 덧붙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민하는 청소년에게도, 자녀와의 소통에 고민하는 부모님에게도 다정하게 말을 거는 편지글이 믿음직스럽고 따뜻하게 느껴졌다. 특히 자녀와의 대화가 ‘대’놓고 ‘화’내는 것으로 전락(?)한 부모님들을 다독이며 진심어린 조언을 하는 글들을 읽으며 정말 세대 간의 다리가 되기 위해 애쓰는 저자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 소영이 어머니, 그냥 궁금하게 여겨 주시면 어떨까요? 제가 궁금한 게 많은 것처럼 소영이 어머니께서도 궁금하게 여겨서 소영이랑 눈을 맞추고 이것저것 이야기하고 수다를 떨면 소영이가 훨씬 더 좋아할 텐데요. 아마 소영이는 이런 이야기들을 낯선 저보다는 사랑하는 엄마와 더 많이 나누고 싶을 거예요. 정말이라니까요!”(35쪽)

 “햇살쌤의 편지”가 끝나고 나면 “마음문 노크하기” 코너도 마련되어있다. 실제 상담 현장에서 많이 쓰이는 의사소통 그림 그리기, 꿈의 목록 작성하기, 대인관계 지도 그리기 등을 활용해 자신의 마음을 살피는 코너였다. 실제로 활용해보면 도움이 많이 될 것 같다.

 저자는 책을 마지막 부분에서 말한다. ‘내가 지금 이렇게 살고 있는 것은 마음에 들든 마음에 들지 않든 내가 선택한 것이다’(325쪽). 고개가 끄덕여졌다. 맞는 말이다. 내가 이제껏 해 온 선택의 누적분이 곧 지금의 나인 것이다.

 그래서 우리 청소년들이 ‘두 번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순간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깊이 생각하고, 자신의 선택과 결정에 따라 용감하고 즐겁게 행동하기 바란다’는 저자의 마지막 말은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청소년기는 힘들고 괴로움도 많은 시기지만, 또한 동시에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가 아닌가. 바라건대 모두 복되기를, 힘내서 이 빛나는 시기를 후회 없이 행복하게 보낼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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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기낙경 지음 / 오브제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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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을이 어느덧 끝자락으로 접어들고 있다. 시간을 붙잡고 싶은 충동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계절, “서른을 넘기고서야 생의 반짝임을 조금씩 맛보고 있다”는 책날개에 있는 저자에 대한 소개글 맺음말이 인상적이었던 책을 만났다.

 ‘서른’을 이야기하는 많은 책들이 있지만 이 책은 느낌이 참 다르다. 서른이면 이런 걸 갖추어야한다는 자기 계발서의 목소리도 아니고 여러 공간에서 만난 의자들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여행기도 아니고... 그동안 만났던 풍경들, 마음을 두드린 책들, 시들, 음악들, 영화들을 그저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오래 서로의 속내를 알고 지내서 편안한 친구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주고받듯이 이 책을 읽어 내려갔다. 따뜻했다.

 의자에 관한 글들이니만큼, 저자의 의자에 대한 시선은 특별하다. 특히 오래된 의자, 시간의 향기를 품어 온 의자들에 대해서는 더더욱. ‘오래된 의자에는 차의 품격이 있다’(154쪽)라는 그의 말에 끄덕끄덕하며 내 기억 속의 오래된 의자들을 불러내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오래된 의자들에 대한 저자의 생각이, 감성의 깊이가 느껴졌다. 이를테면 이런 부분.

 “비록 서럽도록 외롭고 쓸쓸할 테지만 그 의자가 지닌 멋은 쉽사리 흉내내지 못한다. 그렇게 떠도는 것을 멈추고 정주한 의자는 함부로 끌어내지 못한다. 다만 슬며시 앉아볼 뿐, 다만 슬며시 바라볼 뿐, 은은한 의자 향을 맞아볼 뿐이다. 무릇 시간의 옹이가 박힌 것들은 저마다 차향이 난다.”(155쪽)

 시겨 로스(Sigur Ros)의 음악을 들으면서, 향기로운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읽었던 에세이 <서른, 우리가 앉았던 의자들>. 저자가 이 아이슬란드 밴드의 노래를 ‘음악이 주는 위로는 이렇듯 부지불식간에 찾아온다(...) 음의 흐름만으로도 가만히 마음으로 와 닿는 때가 있다’(121쪽)라고 말했듯이, 이 책은 갓 서른을 넘긴 나를 가만가만 마음으로 위로해 주는 느낌이었다. 가을과, 음악과, 차 한 잔의 여유와 너무나 잘 어울리는 책.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끄덕하며 공감할 수 있었고, 진지하지만 무겁지 않은 느낌이 좋았다.

“뒷모습으로 진실을 말할 수 있는 법, 그 진실이 따뜻하고 소박한 것이기를 바라본다. 의자의 그것처럼, 누구나 다가가 앉을 수 있는, 거기 앉아 내려앉은 햇살과 잠시 놀고 갈 수 있는 그런 뒷모습을 염원한다.”(150쪽)

 이십 대 때의 내가 남들이 주목하는 나의 앞모습에만 신경을 썼다면, 이제는 나의 뒷모습에도 마음을 나눠주고 싶다. 저자가 말하듯이 나의 뒷모습이 말할 내 삶의 진실은 어떤 것이 되어가고 있을까? ‘내려앉은 햇살과 잠시 놀고 갈 수 있는’ 다정한 뒷모습을 가진 사람이 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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