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아프면 사람도 아프다
최중근 지음 / 은행나무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이 책의 저자는 본업이 의사이다. 그의 머릿속에는 언제부터인가 “도대체 왜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은 것일까?”하는 의문이 떠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의학과 병원의 울타리 안에서 병의 뿌리를 찾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게 되었다”(p.7)고 생각하기에 이른다. 그 결과 지역공동체를 위해 땀 흘리는 시민운동가로서의 삶을 의사인 삶과 병행해왔고, 이 책은 그런 활동 틈틈이 신문과 잡지 등에 기고했던 칼럼을 모아 엮은 것이다.
바쁜 본업 외에도 각종 사회적 활동에 칼럼까지... 하여튼 ‘시골의사’를 비롯해서, 슈퍼의사(?)들이 꽤 많은 것 같다. 똑같은 하루 24시간이 주어졌는데, 이렇게 바늘처럼 시간을 쪼개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을 보면 존경스런 마음이 든다. 찔리기도 하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각 분야의 문제들과 모순들을 총 7장에 걸쳐 다루고 있는 칼럼들, 도마에 올려놓는 주제들의 폭이 정말 다양하다. ‘좋은생각’ 같은 책들에서 볼 수 있는 착하고 말랑말랑한 글에서부터 묵직한 사회적 이슈들을 다루는 글들까지.

유통기한보다 중요한 소비기한, 한예슬 사태와 관련한 한류 드라마 제작 과정에 대한 우려에서부터 정형외과의답게 스마트폰을 오래 사용했을 때 나타나는 ‘거북목 증후군’을 예방하기 위한 올바른 자세를 가르쳐 주기도 하고, 학력차별 금지법, 복수노조, 공교육 개혁, 반값등록금과 KAIST 개혁 등에 대해서 진지하게 의견을 피력하기도 한다. 신문이나 잡지에 기고했던 글들이니만큼 각 칼럼의 분량이 2~3페이지 정도로 짧아서 술술 잘 읽혔다.

저자가 다방면에 상식이 풍부하고, 우리 사회의 여러 분야에 대해 꾸준하고 깊은 관심을 가져왔다는 것을 높이 사지만, 아쉬운 부분도 꽤 있다. 뭐 칼럼이라는 것이 개인의 생각을 쓰는 것이니까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딴지 걸자면 끝이 없겠지만.

예를 들면, 대참사 이후 노르웨이 정부와 국민들이 보여준 의연한 관용의 정신에 대해 말하며, 9.11테러 이후 부시의 ‘테러와의 전쟁’ 과 비교하며 이야기를 해 나가서 ‘끄덕끄덕’하며 읽고 있는데... 난데없이(!) 이렇게 끝을 맺는다.

“물론 어느 선택이 더 나았다고 말할 수 없다(...)노르웨이의 방식이든, 미국의 방식이든 국가적 참사 앞에서 국민이 하나 되어 이를 극복해 나간다면 그 자체로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다.”(p.142)

헉!
“테러를 저지른 자들과 그들을 돕는 자들을 구분하지 않고 응징하겠다”며 수많은 민간인들 목숨을 앗아간 미국의 ‘극복’과, “우리는 큰 충격을 받았지만 결코 우리의 가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던 노르웨이 총리의 ‘극복’이 함께 박수 받을 종류의 것인가? 예고 없이 모스크를 방문해서 무슬림 이민자들이 혹시 느낄지 모를 두려움을 달래주던 노르웨이 왕세자와 장관들이 무슬림 이민자들을 공포로 몰아넣던 부시와 같은 급인가. 아무리 지면 제약상 칼럼을 착하게(?) 끝맺어야 한다고 해도, 이쯤되면 너무했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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