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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고독 - 고독에 서툰 이들을 위한 심리 에세이
마리프랑스 이리구아앵 지음, 여은경.김혜영 옮김 / 바이북스 / 2011년 10월
평점 :
인터넷, 스마트폰, SNS... 우리들은 사람들 사이의 상호 작용이 끊임없이 이루어진다고 믿는(혹은 찬양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하지만 역으로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에 시달린다. 그리고 흔히 우리는 ‘고독’을 부정적인 이미지로 인식한다. 독신가구의 수가 부쩍 늘어난 요즘에도 결혼 적령기를 넘긴 독신자를 보는 가족이나 주위의 시선은 여전히 곱지 않고, 독거노인은 무조건 ‘불우이웃’과 동일시되곤 한다. 저자도 ‘혼자 지내는 것은 대부분 인간관계의 실패로 여겨진다. 혼자 지내는 것을 실패로 보지 않고 선택의 결과로 본다고 하더라도 결국 금욕적이고 불행한 삶으로 가는 길이라고 인식되고 있다’(P.6)라고 말하는 것을 보니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나라 프랑스라고 해도 사람들의 인식은 별반 다르지 않나보다.
프랑스의 정신과 의사이자 정신분석가인 저자는 환자들을 만나면서 겪은 자신의 경험, 여러 가지 사례들을 책에서 다채롭게 풀어낸다. 정신분석가답게 전체적으로 현란한 책이다. 하지만 대학 1학년 때부터 구내식당에서 “여학생들은 왜 혼자서 밥 먹기를 꺼려할까”를 연구(!)했던 터라, 개인적으로 꽤 반가운 책이었다. 가끔씩 혼자 훌쩍 떠날 때 주위 사람들에게 좀 멋져보이게 나를 변호(?)할 수도 있을 것 같고.
저자가 말하는 프랑스 사회의 급격한 변화-여성의 늘어난 사회참여, 부부관계의 위기, 직장생활에서의 소속감 부재, 인터넷 가상 세계-는 우리의 현실과도 큰 차이가 없다는 느낌이 들었다(아니지, 사회 안전망이 취약한 우리의 현실이 훨씬 열악할 거다). 성과 사랑, 부부관계에서의 고독을 다룬 1부 ‘불가능한 만남’은 좀 지루한 느낌이 들었는데 반해 2부 ‘성공 세계에서의 고독’은 흥미진진했고 3부 ‘새로운 고독’은 신선했다. 3부는 제목 그대로 사람들이 관계를 맺어가는 새로운 실행 방식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저자는 어쩔 수 없이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질 것이라고 말한다. 그럼 우리에게 남은 선택은? ‘새로운 고독’을 긍정하고, 그것을 배우는 것이다.
“고독함은 우리를 고통스럽게도 하고 절망적이게도 하지만 때로는 에너지와 희망을 끌어 올릴 수 있는 풍요로운 순간을 주기도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따라서 내면적으로 더 풍부해지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기회도 더 많아진다는 것이다. 무척 공감이 가는 생각이다.
중고등학교 다닐 때 지겹도록 듣던 말이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였는데(보통 급훈은 “협동” 이런 것들이었고), 반골 기질이 있던 나는 그 말이 참 거슬렸던 기억이 난다. 왜 흩어지면 꼭 죽어야 하지, 하고 생각했다. 사실 우리가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은 분명히 중요하다. 하지만 ‘흩어져도’ 충분히 살 수 있다는 것, 흩어졌을 때 멋지게 살아가는 법도 우리는 배워야 한다.
“우리가 봐왔던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방식으로 살아간다. 이런 사회에서 고독한 삶은 같은 생각과 같은 방식의 삶을 탈피할 수 있도록 해 준다.”(p.275)
‘새로운 고독’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기 쉬운 나르시시즘, 즉 자기중심주의의 껍질 속에 콕 박힌 그런 고독이 아니다. 여기서 저자의 혜안이 특히 돋보이는데, “홀로 있을 수 있는 능력은 타인에게 열려 있을 수 있는 능력”(p.288)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우리는 보통 사랑을 해야 고독의 상황을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쉽게 생각하지만,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혼자 있을 수 있는 능력’이라는 것이다. 타인에게 열려 있기 위해서는 그 전에 나 자신을 깨우고 나 자신과 평화롭게 지내야 한다는 것... 아아, 탐나는 경지다.
[네이버 북카페를 통해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된 서평입니다.
본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